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2024년 한 해 수송용(모빌리티용) 수소 수요량이 처음으로 1만 톤에 근접했다.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목표 달성 시 수송용 수소는 약 38만 톤으로 추산되는데, 이제 겨우 38분의 1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의 수소를 사용하는 버스‧트럭 등 수소상용차 보급이 확대되면 수소 사용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 외에도 하이엑시움모터스, 우진산전 등 새로운 수소버스 제작사들이 출현해 수소버스 시장에서 경쟁체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현대차가 넥쏘 후속 모델인 ‘이니시움’을 출시함으로써 그간 정체기에 있었던 수소승용차 보급도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수소버스 보급 277% 성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12월 27일 ‘2024년 제4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를 개최한 자리에서 2024년 말까지 모빌리티용 수소 수요량을 전년 동기(5,791톤)보다 약 64% 증가한 9,499톤으로 추산했다. 

수송용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은 2024년 수송용 수소 수요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대해 수소버스 보급이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소승용차 ‘넥쏘’의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소버스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수소 사용량이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2024년 한 해 상용차 중심의 수소차 보급 정책을 통해 수소버스 1,000대 이상(전년 대비 277% 급성장)을 보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환경부의 수소차 보급 현황 자료(2024년 12월 29일 기준)에 따르면 수소승용차는 총 3만6,456대가 보급됐다. 2022년 한해 1만104대가 보급되어 최고점을 찍은 후 2023년 4,294대, 2024년 2,717대로 급격하게 줄었다. 

수소버스는 총 1,671대가 보급되었다. 2021년 한 해 54대가 보급되던 수소버스는 2022년 152대, 2023년 368대, 2024년 1,020대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 미미하지만 수소화물차도 2021년에 처음으로 5대가 보급된 이후 2023년 5대, 2024년 5대 등 총 15대가 보급되었다. 수소청소차는 2023년에 처음으로 6대가 보급된 이후 2024년에 18대를 추가해 총 24대가 보급되었다. 

서울강서공영차고지 수소버스 충전소.
서울강서공영차고지 수소버스 충전소.

환경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30만 대의 수소차 보급과 66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차 중 버스는 2024년 2,700대, 2027년 9,000대, 2030년 2만1,200대이다. 

2024년까지는 승용차 4만600대, 버스 2,700대 등 총 4만3,300대(누적) 보급을 목표로 했는데, 이런 목표가 달성되었다면 수송용 수소는 약 1만1,290톤으로, 1만 톤을 처음 돌파했을 것이라는 게 석유관리원의 설명이다. 

아직은 수송용 수소 사용량이 많지는 않지만 수소버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버스는 승용차보다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이 가능해 빠르게 수소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고, 내연기관 버스가 승용차보다 연간 약 30배의 온실가스와 약 43배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내연기관 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경우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크게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환경부는 2018년 11월 서울‧광주‧울산‧창원‧아산‧서산 등 6개 도시와 수소버스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9년 6월 3일 수소버스 1호차가 창원에 등록된 것을 시작으로 2024년 7월에 1,000대(누적)를 돌파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환경부는 ‘수소상용차 보급 지원단’을 출범해 수소상용차 보급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에 대응하는 한편 수소버스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 전국버스연합회, 물류협회, 수소버스 제작사, 수소충전소 구축·설비사 등의 이해관계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 통근버스, 공항버스, 통학버스 등 다양한 수소버스 전환수요를 발굴해왔다. 

이천 대흥 액화수소충전소.(사진=SK이노베이션 E&S)
이천 대흥 액화수소충전소.(사진=SK이노베이션 E&S)

2024년 5월 기업 통근버스의 수소버스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7개 기업, 12개 지자체, 7개 운수사 등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협약 당사자들은 2026년까지 기존 내연기관 통근버스 2,000대 이상을 수소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와 연계해 경기 지역 첫 액화수소충전소인 ‘이천 대흥 수소충전소’가 2024년 6월에 문을 열어 SK하이닉스 통근용 수소버스 등에 수소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는 지난해 9월 수도권 광역버스 노선에 수소버스 도입을 확대하기 위한 업무 설명회를 개최했다. ‘제2차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2021~2040)’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광역버스(2,600대)의 25%를 수소버스로 보급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대광위는 버스 기점 지역 인근에 수소충전소가 확보된 경우 등 도입 여건을 검토해 기존 대‧폐차 차량뿐만 아니라 신규 광역버스 노선에도 수소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코하이젠을 중심으로 한 대용량 기체수소충전소 외에도 2024년 4월 국내 처음으로 액화수소충전소(인천 가좌)가 준공된 이후 SK이노베이션 E&S, 효성 등의 기업들이 전국 각지에 다수의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어 수소버스 보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2023년 연이어 수소충전소의 일시적 수급 차질이 발생한 바 있지만 2024년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점도 성과로 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에 국내 첫 액화수소플랜트 가동, 역대 최고인 1,720대(시내버스 910대, 광역버스 810대)의 수소버스 보급 계획 등으로 인해 수소 수급관리에 크게 신경을 써왔다.


수소차 시장 활발한 움직임 

2025년부터는 수소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소차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수소승용차 신차 출시와 수소버스 보급 확대, 대용량 충전소 확충을 꼽을 수 있다. 

환경부는 올해 수소차 보급 지원 예산으로 7,218억 원을 투입해 수소버스 2,000대, 수소승용차 1만1,000대, 수소화물차와 수소청소차 각각 10대에 대한 구매를 지원한다. 특히 수소버스는 2024년 1,720대보다 280대 늘어난 2,000대로 최고치(2024년)를 경신했다. 그간 환경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발굴해온 수소버스 수요가 본격적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3회 수소의 날 행사장에서 셔틀버스로 운영된 수소 광역버스.
제3회 수소의 날 행사장에서 셔틀버스로 운영된 수소 광역버스.

그간의 시내버스 중심에서 벗어나 광역‧전세버스 중심으로 수소버스 시장수요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고성능 수소버스 보급을 위해 성능에 따른 보조금을 차등 지원한다. 또 이미 환경부와 국토부는 2030년까지 광역버스(2,600대) 25%를 수소버스로 전환키로 했다. 수소연료보조금(3,600원/kg)을 상향하고 수소 원료용 천연가스 요금 인하 조치도 2027년까지 연장한다.

현대차 외에도 두산의 하이엑시움모터스와 우진산전이 새로운 수소버스 제작사로 등장해 경쟁체제가 형성되는 점도 주목된다. 

두산퓨얼셀은 수소버스 제작 자회사인 하이엑시움모터스를 설립하고, 캐나다 연료전지 기업 발라드파워시스템즈와 함께 공동으로 개발한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PEMFC)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장 11m급 대형 시내버스(저상형)와 광역버스(고상형) 등 2종을 차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2024년 9월에 개최한 ‘수소버스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 설명회’에서 하이엑시움모터스의 수소버스가 소개된 바 있다.

전기버스를 생산하고 있는 우진산전도 올해 6월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중형 수소버스, 9월에는 자체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한 대형 수소버스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소전문기업 범한퓨얼셀의 계열사(전기버스 제조)인 범한자동차는 수소엔진버스를 개발 중이다.

2024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제3회 수소의 날’ 행사장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사진=현대차)
2024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제3회 수소의 날’ 행사장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사진=현대차)

그간 수소승용차는 넥쏘 1종뿐이었다. 국내에서 수소승용차는 2022년 한해에만 1만104대가 판매되어 최고치를 찍었지만 2023년부터는 급격하게 판매량이 줄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상반기에 수소승용차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환경부가 올해 구매를 지원하기로 한 수소승용차 1만1,000대 보급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2024년 10월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수소에 대한 신념과 비전 공유의 장인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를 열고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이니시움은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 탑재 등을 통해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수소화물차 보급은 아직 미미하지만 ESG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4년 10월 30일 환경부, 롯데에어리퀴드에너하이, 롯데에스케이에너루트, 현대자동차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운행 중인 물류운송용 수소화물차(2대)를 2025년 5대, 2026년 45대, 2030년까지 200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통근버스와 지게차도 수소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이 온산제련소에 도입한 수소지게차.
고려아연이 온산제련소에 도입한 수소지게차.

현재 수소차 구매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수소지게차 보조금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산업부가 주관하는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온산제련소 내에 수소저장‧충전 시설을 설치하고 수소지게차(30대) 운행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수소지게차 보조금 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간 수소버스 위주였던 수소상용차의 차종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확정한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방안’을 통해 수소 화물‧특장차 보급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수소 카캐리어‧냉동차‧트랙터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수소화물‧지게차를 도입하는 무공해 물류단지를 발굴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시범 운영 중인 수소 차량운반트럭.(사진=현대차)

현재 평택항에서 수소 차량운반트럭(카트랜스포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 주관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차량을 현대차 아산공장과 평택항 간 왕복 약 40㎞ 구간에 수출용 차량 운반 용도로 투입하고, 시범사업 6개월 동안 데이터를 축적해 총소유비용(TCO) 및 환경개선 효과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차량운반트럭 1,132대(2024년 상반기 기준)를 운행 중이며, 시범사업 이후 기존 내연기관 차량운반트럭을 수소 차량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충전소 구축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86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누적 기준 242개소 386기)해 2024년 누적 목표(385기)를 달성했다. 특히 62기(액화 11개소 34기, 기체 11개소 28기)의 상용차 전용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수소버스 보급 확대에 필요한 충전 기반시설을 확충했다. 

2025년에는 전년 대비 8% 증액된 1,963억 원을 투입해 64기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해 2025년 누적 기준 목표인 450기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차고지‧교통거점 중심으로 수소충전소를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전국 수소충전소 242개소 중 대용량 충전소(80kg/h 이상)는 56개로 2027년까지 119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고지 조성(2025년 147억 원, 국토부) 시 충전소 설치사업을 연계한다. 

올해도 수소 수급관리는 중요한 과제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개최한 ‘2024년 제4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 회의를 통해 동절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수소 수요량이 최대 4,504톤으로, 공급능력이 최대 7,865톤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수소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설비고장 등에 따른 일시적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급관리를 업계에 당부했다.

그간 침체에 빠져 있던 수소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정부의 정책 지원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오일영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2025년에도 수소버스 보급 증가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지자체, 민간과 협력해 수소차 신규 수요를 지속 발굴하고 수소차 충전 편의를 제고하는 등 수소차 생태계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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