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가스에서 분리한 메탄과 CO₂의 기체 반응으로 푸른 형광빛이 도는 인투코어의 ICP 플라즈마 장비.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아직 경제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플라즈마를 활용한 청록수소 생산 기술이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플라즈마 원천기술을 보유한 딥테크 벤처기업으로 2014년에 설립됐다. 사업 초기에는 삼성전자에 플라즈마 모듈장비를 납품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인투코어(EN2CORE)라는 사명이 환경(Environment)과 에너지(Energy)에서 출발했어요. 현재 회사 수익의 대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지만, 인투코어의 핵심 기술이 지향하는 바는 환경에너지 사업이라 할 수 있죠.”

인투코어테크놀로지의 엄세훈 대표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청록수소, 카본블랙 생산을 위한 파일럿 설비를 설치해서 실증에 나선다”라며 “조만간 현장 설치를 완료하고 오는 10월에는 카본블랙 시료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립지가스로 메탄올·수소 생산

플라즈마를 활용한 메탄 열분해 상용화 기술로는 DC 토치 플라즈마,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투코어는 고주파 유도결합 플라즈마(Inductively Coupled Plasma, ICP) 기술을 활용한다. 

인투코어는 기존 ICP 기술의 한계로 지적되던 좁은 방전 영역의 한계를 RF(Radio Frequency, 무선주파수) 안테나 기술로 극복했다. 

플라즈마 소스 중심에 세라믹 튜브가 들어 있고, 이 튜브 안으로 기체를 불어 넣는 방식이다. 튜브 밖에 감긴 구리 안테나에 RF 전력을 흘리면 세라믹 안쪽으로 유도전기가 형성되면서 플라즈마가 발생한다. 그래서 전극이 필요 없다. 또 제너레이터에 95%의 높은 전력변환효율을 지닌 인버터를 탑재해 에너지 전환효율이 매우 높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 엄세훈 대표가 대구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 설치된 ‘하이프라 플라즈마 시스템(Hypra Plasma System)’ 앞에 서 있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 엄세훈 대표가 대구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 설치된 ‘하이프라 플라즈마 시스템(Hypra Plasma System)’ 앞에 서 있다.

“대구 방천리에 있는 쓰레기매립장에서 매립지가스를 플라즈마로 열분해해서 만든 합성가스로 메탄올과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을 완료했어요. 메탄올 생산 과제는 지난 2021에 완료했고, 수소생산 과제는 올해 초에 마무리했죠. ICP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습니다.”

12기의 ICP 플라즈마 반응기에 메탄과 이산화탄소, 스팀을 넣어 고온 열분해로 합성가스를 만든 후 이를 PSA로 정제해서 99.999%의 고순도 수소를 하루 200kg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방천리 현장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로 불리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매립지가스로 얻은 합성가스로 메탄올, 수소, SAF를 생산하는 통합 실증시설이 한곳에 들어서는 셈이죠.”

대구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 구축 중인 메탄올, 수소, SAF 통합 실증시설 조감도.
대구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 구축 중인 메탄올, 수소, SAF 통합 실증시설 조감도.

이는 SAF에 대한 항공사의 수요를 감안한 조치다. 2025년부터 유럽으로 가는 모든 항공기 연료에 SAF를 2%까지 사용해야 한다. 2030년에는 6%, 향후 2050년에는 70%까지 그 양을 늘려가게 된다.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의 매립지가스 조성비를 보면 메탄이 45%, 이산화탄소가 34%다. 여기에 질소 비율이 19%나 된다. 플라즈마 열분해를 통해 합성가스를 생산하기에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열분해 과정에서 질소가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다.

엄세훈 대표는 “매립지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만들다 보니 수소 1kg당 1만2,000원 대로 생산단가가 조금 높게 잡혔다”라며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해서 계산을 해보면 절반 정도로 생산단가를 낮출 여지가 있다”고 한다.

청록수소·카본블랙 실증 나서

인투코어는 지난해 7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청정수소, 고체탄소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매립지가스, 바이오가스에 포함된 메탄을 크래킹해서 청록수소와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실증 준비를 해왔다.

이번에도 ICP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 후단에 고체탄소 분리기와 기체 분리기를 붙이게 된다.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C), 인천 또는 대전 실증 사이트 중 한 곳에 파일럿 설비를 한 기씩 구축하게 된다.

“카본블랙의 품질이 매우 중요해서 이 부분에 초점을 둔 실증설비라 할 수 있어요. SLC에선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투입하고, 다른 한 곳의 실증 사이트에서는 천연가스(메탄)를 연료로 투입하게 되죠. 20kWh 전력으로 수소 1kg, 카본블랙 3kg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한 청록수소, 카본블랙 파일럿 생산설비 조감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한 청록수소, 카본블랙 파일럿 생산설비 조감도.

인투코어는 폐플라스틱 같은 까다로운 고형 연료 대신 기체 연료에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만 해도 하루 평균 57만N㎥의 매립지가스와 7만N㎥의 바이오가스가 나온다.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청록수소와 카본블랙을 생산할 경우 ‘카본 네거티브’를 달성하면서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DC 토치 플라즈마’는 전극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활용한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는 전력공급에 사용되는 마그네트론의 전력변환효율이 60%대로 낮아 경제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인투코어는 고주파 유도결합 플라즈마 기술을 기반으로 본업인 환경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청록수소, 카본블랙 실증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수소업계의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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