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2024년 4월에 발표한 ‘2023년 축산환경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가축분뇨는 전년대비 0.3% 증가한 5,087만1,000톤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돼지분뇨가 1,967만9,000톤, 한·육우가 1,751만1,000톤이었다.
이렇게 발생한 가축분뇨의 51.5%인 2,619만 톤이 농가에서 자가 처리되고, 나머지(48.5%)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위탁해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가축분뇨의 약 73%가 퇴비로, 12%는 액비로 활용됐다.
문제는 가축분뇨 퇴·액비 주요 활용처인 농경지가 1975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경지면적은 151만2,000ha로 10년 전 171만1,000ha보다 11.6% 감소했다. 2030년엔 11.4% 더 감소해 134만ha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퇴·액비를 살포하는 농경지 면적은 2022년 기준으로 전국 49개 시·군이 부족했는데 2030년엔 73개로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식생활 변화, 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축산물 소비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가축 사육이 증가하고 있어 가축분뇨 발생량이 2030년엔 2023년보다 10.1% 늘어난 5,6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현행 가축분뇨 처리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퇴‧액비화 중심의 가축분뇨 처리 구조를 친환경적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축산분야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 전략’을 2024년 1월에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퇴‧액비 위주로 활용되는 가축분뇨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화시설을 2022년 8개소에서 2030년 30개소로 확대해 전력과 열원을 농가에 공급하고 유연탄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생산을 촉진한다.
가축분뇨의 10%만 고체연료로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0만 톤 줄일 수 있는 데다 고체연료 1톤이 유연탄 0.5톤과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유연탄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2024년 5월 환경부와 ‘가축분뇨의 환경친화적 관리 및 처리 방식 다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1월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한국남부발전과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하루 가축분뇨 고체연료 사용량을 4,000톤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4년 6월 전북 김제에서 전국 최초로 ‘우분 고체연료 생산·판매 사업’이 개시됐다.

이 사업은 정읍, 김제, 완주, 부안 등 4개 지자체에 우분과 보조원료(톱밥, 왕겨 등)를 혼합해 우분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된 고체연료를 열병합발전소 등에 납품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이하 전북도), 김제시, 전주김제완주축협 김제자원순환센터 등으로 구성된 전북도 컨소시엄이 시행한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새만금 유역에선 하루 3,300톤에 달하는 우분이 발생한다. 그런데 우분은 고형물 함량이 높아 정화가 어려운 데다 농가에서 퇴비로 사용하지만 사용량이 전체 발생량의 5%에 불과하다. 대안으로 우분 고체연료화를 검토했으나 배출되는 농가마다 우분의 성상이 다양해 안정적으로 발열량 기준에 부합하는 고체연료를 생산하기가 어려워 추진되지 않았다.
그런데 컨소시엄은 우분에 톱밥, 왕겨 등 농업부산물을 혼합하면 발열량 기준에 맞춰 안정적으로 고체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다른 물질과 혼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위 발열량이 1kg당 3,000kcal 이상이어야 한다’는 현행 가축분뇨법 때문에 가축분뇨와 보조원료를 혼합해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컨소시엄은 규제특례를 신청했고, 환경부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정읍, 김제, 완주, 부안 등 4개 시군에서 우분 50% 이상과 보조연료(톱밥, 왕겨, 줄기류 등) 50% 미만을 혼합한 고체연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컨소시엄은 전주김제완주축협 김제자원순환센터에 2028년까지 총 409억 원을 투입해 하루 110톤의 우분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까지 우분 고체연료 생산시설에 대한 실시설계를 완료한 후 설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이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김제시가 해당 사업과 연계해 수소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우분 기반 수소사업 추진
김제시는 전북도의 수소특례 이행 검토를 계기로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추진, 2024년 4월 전북테크노파크와 부서 순회 면담을 통해 총 15개 연관 사업을 도출했다. 사업은 유기성 폐자원 통합 바이오가스화 사업,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활용 바이오가스 생산 사업, 우분고체연료화 사업 연계, 도시가스 개질화 시설 설치 등이다.
이 중 김제시에 맞는 특화 아이템을 발굴한 후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전북개발공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100여 회 협의를 통해 지역특화형 수소생산 모델 설계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우분 고체연료 기반 수소생산에 관한 기초연구를 진행, 우분 공급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데다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김제시는 전북도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 우분 고체연료 사업과 연계해 수소생산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제시가 추진하는 수소사업은 우분 고체연료로 합성가스를 만든 후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발전소 등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전주김제완주축협이 운영하는 자원순환센터에 우분을 고체연료로 만드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며 2단계는 생산한 고체연료로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시설을, 3단계는 합성가스로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제시는 우분 고체연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을 진행한다. 실증 계획은 소형 수소생산시설 신규 구축, 국민대 등에 있는 기존 시설 활용, 상용화를 앞둔 시설 활용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실증에 필요한 예산은 15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제시는 교육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환경부의 R&D 사업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RISE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아울러 합성가스 생산시설은 우분 고체연료화 사업비 잔액을 활용해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제시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전북테크노파크, 한국남동발전, 우리자산운용 등과 MOU를 체결하고 전북테크노파크가 추진 중인 ‘전북형 수소 상용차·산업기계 특화단지 모델 발굴용역’에 참여했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 11월까지 1억 원을 투입해 ‘수소산업 육성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수행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생산, 유통, 활용 등에서 수소분야 특화아이템을 발굴해 수소도시 조성사업 등 국책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도출해 김제시 수소생태계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폐기물로만 인식되어 처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던 축분을 에너지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수소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