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75회째를 맞는 삿포로 눈축제가 2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열렸다.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가장 큰 겨울 행사로 해마다 20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찾는다.
이번 축제에는 처음으로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탈탄소 구역’이 포함됐다. 수소난로와 연료전지 자판기를 야외 휴게소에 설치했고, 도요타의 미라이와 크라운 수소전기차를 활용해 휴식 공간에 전기를 공급했다. 또 수소불꽃을 활용한 포토존도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개장 앞둔 오도리 충전소에서 수소충전
수소전기차의 연료전지는 발전기로 쓸 수 있다. 도요타는 미라이, 크라운 FCEV를 눈축제 행사장에 제공해 전기를 공급하는 파워뱅크처럼 활용했다.
이들 차량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4월 1일 개장을 앞두고 있는 오도리히가시 수소충전소가 동원됐다.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인 에어워터(Air Water) 사가 운영하는 충전소로, 기계실 지붕을 도호쿠 지역의 가마쿠라 형태로 둥글게 지어 눈이 쌓이는 걸 방지했다.

이곳 충전소는 700바(bar) 충전을 지원하며, 디스펜서는 두 기가 설치됐다. 에어워터의 관계자는 도요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이상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수소사용량이 많은 대형 상용차, 버스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홋카이도에는 ‘시카오이 수소농장’이란 곳이 있다. 일본에서 우유와 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홋카이도는 축산업이 발달해 매년 2,000만 톤의 우분(소똥)이 발생한다. 일본 환경성은 2015년부터 우분을 활용해 바이오가스와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카오이 농장에 관련 설비를 구축했다.

에어워터는 신일본제철 파이프라인 & 엔지니어링, 에어프로덕츠 재팬 등과 이 실증사업에도 참여했다. 수소농장은 시간당 70N㎥(6.3kg)의 수소생산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하루에 약 28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농장에서 쓰는 수소지게차, 수소트럭 등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철갑상어 양식장에 설치된 연료전지에도 이 수소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도 전북 김제에 ‘우분 고체연료’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김제시는 우분 고체연료와 연계한 수소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분연료로 합성가스를 만들어 수소를 추출해 정제한 다음 수소충전소나 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소난로, 자판기 설치···수소에너지 홍보
올해 삿포로 눈축제 현장에는 수소난로가 설치됐다. 등유난로는 매연이 발생하고 공기가 건조해지지만, 수소난로는 연소속도가 빠른 수소의 특성상 역화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공급한다. 이때 나오는 증기로 쾌적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수소난로는 1927년에 설립된 현지 회사인 츠치야 제작소에서 만들었다. 츠치야 제작소는 지역 낙농가를 위한 우유저장탱크를 만든다. 물공급 장치 외에도 고온에 견디는 금속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츠치야 도시유키 사장은 도요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홋카이도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오랫동안 낙농, 1차산업을 주도해왔다”라며 “홋카이도가 식량, 에너지 분야에서 탈탄소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게소 안에는 도요타의 소형 연료전지(FC mini)를 적용한 자판기도 설치됐다. 자판기 상단에 든 수소저장합금으로 안전하게 수소를 공급한다.

홋카이도는 2018년 9월 이부리 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다. 비상전원에 대한 대중의 수요와 관심을 반영해 수소에너지 홍보에도 활용하고 있다.
삿포로 눈축제와 연계한 수소에너지 홍보 전략을 국내 기업이나 지자체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열린 화천 산천어축제만 해도 역대 최다인 186만 명의 누적방문객을 기록했다.
전기를 끌어오기 힘든 빙판 위에 네컷사진 연료전지 자판기를 설치하는 등 재미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또 수소오븐, 수소그릴을 설치해 지역 요리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 축제를 수소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