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화 강점만 넣은 현대차
현대차는 전기차의 강점과 수소차의 강점을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대차는 미래차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검증하기 위해 연구개발차인 롤링랩(Rolling Lab)을 제작·운영하고 있다. 고성능 수소전기차 롤링랩인 N Vision 74와 소형 고성능 전기차 롤링랩인 RN24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향후 출시될 미래차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고성능 수소전기차 롤링랩인 N Vision 74은 주행 환경에 따라 시스템의 사용 조건을 연구개발해 냉각성능을 증진시키고 뒷바퀴에 달린 트윈모터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도록 구현해 수소전기차의 강점인 긴 주행거리와 빠른 충전을 살렸다.

최고출력 650마력을 발휘하는 PE 시스템을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 롤링랩인 RN24은 WRC 등 자동차경주대회에서 쌓은 노하우로 차량을 설계해 크기가 코나N과 같은 소형차이나 준중형차인 아이오닉5N보다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어떤 온도에서든 일정한 제동력을 유지하는 전자기술 기반의 E-핸드브레이크를 넣어 차체 중량이 줄어들었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이니시움의 경우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모터의 최대 출력은 150kW다. 이는 113kW을 발휘하는 넥쏘보다 32% 높다. 수소탱크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구름저항 낮은 타이어 탑재 등으로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또 야외활동 시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세부적인 충전정보를 알리는 루트플래너 등새로운 기능을 대거 넣어 실용성을 높인다.


도요타 “수소도 엔진이 답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수소엔진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매년 자동차경주대회에 수소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대회마다 다른 연료를 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10시간 레이스에 투입된 수소엔진차에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로 만든 합성연료를, 올해 5월엔 일본에서 열린 24시간 레이스에 투입된 수소엔진차에 액체수소를 넣었다.
도요타는 자동차경주대회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 수소엔진차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 공개된 수소엔진 프로토타입 SUV인 코롤라 크로스 H2 콘셉트카가 대표적이다. 양산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도요타가 수소엔진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AE86 H2 콘셉트카는 일본 만화인 ‘이니셜D’에 등장해 ‘AE86’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스프린터 트레노(Sprinter Trueno)’ 기반의 수소엔진차다. 고압수소저장탱크 2기를 비롯해 연료분사기, 연료파이프, 스파크플러그 등을 탑재하면서도 튜닝을 최소화했다. 엔진은 스프린터 트레노의 주력엔진인 1.6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튜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는 액체수소로 구동되는 1.6리터 3기통 터보 수소엔진이 탑재됐다. 액체수소의 압력을 높여서 엔진에 보내는 펌프의 내구성을 대폭 개선하고 영하 253°C을 유지하면서 자연 기화되는 현상에 대처하는 등 관련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24시간 레이스에 이 차량을 투입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롤라 크로스 H2 콘셉트카는 소형 SUV인 크롤라 크로스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1.6리터 3기통 터보차저 내연기관 수소엔진이 들어갔다. 이 엔진은 레이싱대회를 통해 성능이 개량됐다. 출력은 24%, 토크는 33% 증가했으며 주행거리는 30% 늘었다. 또 고압의 수소 직분사 기술이 새롭게 접목됐으며, 미라이에 적용된 수소탱크를 도입했다.
라이벌이자 공생관계

현대차와 도요타는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수소차 시장은 2022년 정점을 찍으면서 활성화되는 듯했으나 2023년 판매량이 20%나 감소하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올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관계를 다졌다.
이렇게 협력을 다지면서도 현대차와 도요타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수소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동화의 강점을 녹여낸 수소차를, 도요타는 내연기관의 강점을 녹여낸 수소차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이자 공생관계인 이들의 행보가 수소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