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신형 넥쏘의 출시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 2025에서 신형 넥쏘의 출시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월 한 4인조 걸그룹이 데뷔했다. 이 걸그룹의 이름은 메이브(MAVE)다. 이 메이브의 특징은 멤버 4명 모두 언리얼 엔진과 메타휴먼 기술로 제작한 가상 걸그룹이다.

이 걸그룹을 만든 곳은 지난 2021년 8월에 설립된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다. 이 업체는 첨단 센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얼굴 감정 인식, 표정 분석 등을 통해 메타 휴먼을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메이브뿐만 아니라 구슬요, 따린, 엘시 등 여러 메타 휴먼 아티스트를 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지난 2022년 4월 제로원 2호 펀드를 통해 20억 원을 투자했다.

이같이 현대차그룹은 제로원(ZER01NE)이라는 창의인재육성 플랫폼을 통해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제로원

현대차그룹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로 하고 지난 2017년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을 구축했다.

이듬해인 2018년엔 기업형 벤처캐피탈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능을 모두 갖춘 ‘제로원 벤처스’를 설립하고 4가지 루트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4가지 루트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컴퍼니 빌더’를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엑셀러레이터’,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플레이그라운드’, 유망 스타트업에 자본을 지원하는 ‘펀드’다.

그 일환으로 현대차는 지난 2018년에 100억 원 규모의 제로원 1호 펀드를, 2021년엔 805억 원 규모의 제로원 2호 펀드를 각각 조성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3년 1분기까지 약 6년 동안 모빌리티,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로보틱스, 에너지(수소 포함) 등에 있는 국내외 스타트업 200여 곳에 총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실례로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펀드를 통해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인 캡쳐6의 시리즈A 펀딩 라운드(2,750만 달러 규모)에 참여했다. 캡쳐6는 직접 개발한 탄소직접공기포집 기술로 해수담수화시설 또는 수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염수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생성된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다.

또 제로원 컴퍼니 빌더를 통해 성장한 사내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독립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플라스틱 패키징을 활용해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솔라스틱 등 4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사진=현대차)

규모 확대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지난 26일 제로원 3호 펀드를 조성했다. 2호 펀드를 조성한 지 4년 만이다. 

규모는 2호 펀드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250억 원이다. 이 중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400억 원을, 현대차증권이 100억 원을 출자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7개 그룹사도 각각 출자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은 3호 펀드를 통해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소, 로봇, 사이버보안 등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투자한 스타트업과 다양한 전략적 협업 사례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수소분야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생산기술, PEM 수전해 기술, PEM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고등기술연구원과 함께 충북 청주 공공하수처리장과 경기 파주 환경순환센터에 바이오가스로 하루 500kg의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된 수소는 지역 내 충전소 등에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전북 부안과 충남 보령에 PEM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두 수소생산기지엔 하루 1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2.5MW급 PEM 시스템이 설치되며 생산된 수소는 수소충전소, 기업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PEM 수전해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고자 주요 연구원들과 방법 표준화·개선, 동급 최고 내구성 달성 등 여러 핵심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년 내 메가와트(MW)급 PEM 수전해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자원순환·저탄소, 반도체, 양자기술 등으로 분야를 확대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부안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생산시설 조감도.(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추진 중인 부안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생산시설 조감도.(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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