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가 수소분야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서울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비공개로 회동을 가진다.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아키오 회장 초청으로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비공개 회동을 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에선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월 회동에 이어 이번 회동에서도 수소분야 협력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양사 모두 수소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오랜 기간 수소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나 수소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서울에서 ‘제1회 한-일 국장급 수소협력대화’가 개최됐다. 이는 앞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계기로 마련됐다.
이날 양국은 ‘청정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개발 워킹그룹’을 신설하고 ‘한일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및 활용 협력 플랫폼(가칭)’ 추진 등 민관 협력을 장려하고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전문가 협의를 통해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서울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현대차와 도요타는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한국과 일본의 수소분야 협력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양사는 연이은 비공개 회동에서 수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양사가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한다면 수소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발히 교류한 덕에 돈독해진 듯 양사는 오는 27일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에서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다. 바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이다. 양사가 협업해 만든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는 양사의 고성능 모델과 경주차를 선보이며 국내 고객들과 함께 모터스포츠 문화를 즐기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현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전한다.
또 양사는 행사장 내 전시 부스에 차세대 친환경차를 전시한다. 현대차는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 디자인과 첨단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해 미래 고성능 방향을 제시하는 ‘N Vision 74’를, 토요타는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액체 수소 엔진 GR 코롤라’와 수소 콘셉트카인 ‘AE86 H2 콘셉트’를 전시한다.
현대차는 또 하나의 우군을 확보했다. 바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다. 지난 9월 12일 현대차와 GM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향후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며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및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잠재적인 협력 분야는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이다. 또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을 검토하고 유연성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공동의 역량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협업 내용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가 도요타, GM 등과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침체된 수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5,621대로 전년동기대비 34.1% 감소했다. 브랜드별로 현대차가 42.6% 감소한 1,836대, 도요타가 44.9% 감소한 1,284대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41.8% 줄어든 1,742대, 미국이 82.4% 급감한 322대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2배 가량 늘었으나 440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SNE리서치는 “2022년을 정점으로 2023년 수소차 시장은 20.7% 감소했으며 이 흐름은 올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수소차 시장 선두였던 한국에서 저조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어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축소됐다”며 “이는 변동폭이 큰 수소 비용과 충전 비용 상승, 인프라 부족 등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뽑힌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로드맵과 달리 수소차 보급이 더딘 가운데 승용차 신차 출시 계획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감안해 환경부는 승용보다는 상용차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전기차 시장보다 인프라, 경제성, 정책 등이 부족한 수소차 시장의 확대가 언제까지 지연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수소시장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자 현대차뿐만 아니라 도요타도 여러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9월 5일 도요타는 독일의 BMW와 수소전기차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 2011년 12월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2012년 6월부터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BMW에 수소저장탱크, 연료전지 시스템 등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을 이전보다 더 많이 공급할 예정이다. BMW는 이를 토대로 수소전기차에 탑재할 드라이브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승용차와 상용차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8년에 첫 번째 수소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양 사는 이번 파트너십 강화에 따른 핵심 부품 공유로 수소전기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MW는 연료전지 시스템 등 핵심 부품 개발과 생산에 드는 비용을, 도요타는 핵심 부품 생산량 확대로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산, 유통, 충전 등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수소 공급을 보장하고 비용을 절감해 지속가능한 수소 공급을 만들어 수소사회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엔 독일의 다임러트럭A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핵심은 도요타 산하 상용차업체인 히노(Hino)와 다임러 산하 미쓰비시 후소(Mitsubishi Fuso)를 합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소모빌리티 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토 코지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양사는 수소의 잠재력을 빠르게 인식하고 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 및 수소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며 “우리는 합병회사와 함께 상용차를 시작으로 수소모빌리티 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와 다임러는 올해 안에 합병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지주회사의 명칭, 소재지, 지분율, 회사구조 등 세부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드러난 히노의 엔진 배출가스 및 연비 인증 문제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경쟁 및 기타 법령에 따른 규제 허가 및 승인 절차가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어 합병작업 완료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혼다자동차는 GM과 공동 출자해 연료전지 제조업체인 FCSM(Fuel Cell System Manufacturing LLC)를 설립했다. FCSM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의 브라운스타운 공장에서 혼다와 GM이 공동 개발한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연료전지는 △성능 고도화 △부식 방지 소재 사용 △저온 운전 개선 등을 통해 클래리티에 탑재됐던 연료전지 대비 내구성은 2배 높이고 가격은 3분의 2로 낮췄다. 양사는 2025년까지 2,000기를 판매할 계획이며 이 중 약 25%를 지난 6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혼다의 수소전기차인 ‘CR-V e:FCEV’에 적용한다.
GM은 해당 연료전지를 미국의 특수용 트럭 제조업체인 ‘오토카 인더스트리’가 제조하는 쓰레기수거차, 덤프트럭, 레미콘 등에 적용해 연료전지 활용 분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개발한 첫 번째 차량은 2026년 미 앨라배마주 버밍햄에 있는 오토카의 트럭생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이 차량은 덤프트럭, 레미콘, 휠로더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또 GM은 일본의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코마츠(komatsu)와 협력해 코마츠의 초대형 전기구동 광산 트럭인 930E에 적용할 연료전지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양 사는 2MW급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930E의 적재량인 320톤을 보존하면서도 대량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모듈을 개발해 2020년대 중반에 프로토타입 제작을 완료하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월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한일중 수소모빌리티 포럼’에서 권낙현 현대차 상무는 “수소사회는 자동차를 만들어 운용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수소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된다”며 “이를 위해선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발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현재 수소 시장 규모는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작다”라며 “수소 시장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홍보, 공동 연구 등 서로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또 정부의 투자나 정책적인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와 민간의 협력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