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 연계 CCS 실증사업에 활용되는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블루수소 연계 CCS 실증사업에 활용되는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블루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CCUS 산업육성을 위한 법제적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블루수소 생산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CCUS법)’ 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소생산 시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 천연가스에서 수소추출 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레이수소로 불리는 이유다. 통상 1톤 수소생산 시 10톤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처리(저장·활용)한 수소를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수소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발전소,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가 바로 CCUS이다.

전 세계적으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중이나 해저에 저장하는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이 주로 추진되고 있다. 권이균 한국CCUS추진단장(공주대 교수)의 발표자료(2023년 6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140여 개(운영·건설·계획 중)의 CCUS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90년대에 상용화된 CCS는 해양 CCS 사업 확산, 포집원 다양화, EOR 중심에서 대염수층 저장으로 전환, 블루수소 생산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CCS 사업 확산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블루수소 연계 동해가스전 CCS ‘주목’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CCUS법은 저장 후보지 선정·공표, 저장사업 허가 등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적인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운영에 관한 프로세스 규정과 이산화탄소 공급 특례, 전문기업 확인, 기술 인증, 기업의 연구개발 및 창업 등의 지원,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및 기술 표준화 등 CCUS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규정이 담겼다.

그간 CCUS 관련 규정은 40여 개의 개별법에 흩어져 있었다. 이번에 통합법인 CCUS법이 제정됨으로써 CCUS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블루수소 생산과 연계한 국내 최초 상용 규모의 CCS 사업인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사업은 지난 5일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울산·부산지역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CCS 전주기(포집·수송·저장) 연계 통합 실증사업으로, 2030년부터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계획이다.

특히 산업단지 내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도 생산한다는 점에서 국내 블루수소 생산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수소도 청정수소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도입할 예정이다.

산업부와 주사업자인 한국석유공사는 이 사업이 조속히 예타를 최종 통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최연우 산업부 에너지정책관은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인프라 구축과 기술혁신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 움직임 ‘활발’

정부는 동해가스전을 시작으로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대와 해외 저장소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국내에선 포집원, 저장소, 활용처를 동시 고려한 CCUS 결합 클러스터를 구축해 CCUS 복합·대형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다부처 CCUS 협력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서해권, 동남권, 중부권, 남해권 등 4개 클러스터를 구축해 경제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한중 중간수역, 호주·동남아·EU 등과 국제공동활용 저장소 확보 등 해외 저장소 발굴을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런던의정서·바젤협약 등 국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 이행과 대상국 간 협약·협정 체결을 통해 해외 저장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Caldita-Barossa 해상 가스전.(사진=SK E&S)
호주 Caldita-Barossa 해상 가스전.(사진=SK E&S)

기업들도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저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저장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 E&S가 가장 주목된다.

SK E&S는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와 함께 호주 북부 해상 보나파르트 분지 내 대염수층에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하는 CCS 탐사 프로젝트(G-11-AP CO2 저장소 사업)를 추진 중이다.

양사는 이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과 연계해 인근 동티모르 해역의 바유운단(Bayu-Undan) 고갈 가스전을 CO2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로사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CO2를 포집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하고, 이렇게 생산된 저탄소 LNG를 원료로 하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CO2를 포집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할 계획이다.

SK E&S는 충남 보령에서 연산 25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화해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하는 대용량 액화 CO2 운송 선박을 이용해 해외 저장소로 운송할 계획이다.

SK E&S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S 기술의 역할이 커지며 포집한 CO2를 주입할 저장소 확보 경쟁 또한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발생한 CO2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대규모 해외 저장소를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E&S는 지난 2022년 5월 연간 최대 1,2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북미 CCS 프로젝트에 1억1,0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말레이시아로 이송·저장하는 ‘셰퍼드 CCS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에어리퀴드코리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SK에너지, 한화,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나스(PETRONAS)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블루수소 연계 CCU 사업 ‘관심’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사업도 주목된다. 권이균 한국CCUS추진단장의 발표자료(2023년 6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70개(파일럿 42개, 운영 16개, 상용화 4개)의 CCU 프로젝트가 수행 중이다.

권 단장은 “해외 CCU 사업은 기술개발 실증 단계에서 급속히 상용화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는 한편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화학적 전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시장 규모가 크고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되는 광물 탄산화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또 기술개발 잠재성이 높은 생물학적 전환 기술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고, 미국·유럽·호주는 물론 중국·일본·인도 등이 활발하게 CCU 기술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CCU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다량 배출 업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실증을 통해 CCU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한 다부처 CCU 협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합성가스, 메탄올, 올레핀, 폴리우레탄, CO2 광물화 건설 소재 등 14대(화학전환 10개, 광물 탄산화 4개) CCU 전략제품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창원 수소생산기지에 구축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설비.
창원 수소생산기지에 구축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설비.

수소업계에서도 CCU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원산업진흥원은 창원 수소생산기지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설비를 구축해 수소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화해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은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창원생산기지의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는 하루에 8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규모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정제 과정을 거쳐 액화 탄산가스로 만들어져 트레일러를 통해 수요처에 공급된다“고 밝혔다.

현재 과기부 국책과제로 현대건설 주관하에 평택 수소생산기지가 들어서 있는 평택 수소특화단지에서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식 CO2 포집 액화공정의 최적화·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루 100톤 이상 CO2 포집 공정 개발·실증과 연간 100만 톤급 상용화 공정 설계가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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