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월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소인수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월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사진=대통령실)

한국과 일본이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협력한다. 정부부터 민간까지 전방위로 협력하면서 양국 간 협의체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3년 11월 한일 수소협력 기본 원칙이 확정된 이후 양국은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3일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당시 내각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갖고 수소와 AI(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우익 성향의 차기 총리가 선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일본의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수소협력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해 대응하기로 한 만큼 양국 간 협력은 차기 내각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수소산업계는 협력 방안 모색 차원에서 8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수소동맹 한일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의 수소업계는 업계 동향과 생태계 확장 전략, 비즈니스 현황 등을 공유했다.

수소협력 대화 채널 신설
양국이 본격적으로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협력에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4년부터다. 수소협력 기본 원칙을 확정하면서 양국 간 협의 채널이 신설됐고, 민간 차원의 대화도 활발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4년 2월 한일 국장급 수소협력 회의에서 청정수소 조달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일 수소협력 대화’ 신설 논의도 있었다.

수소협력 대화를 통해 양국은 글로벌 수소 공급망 개발과 새로운 수소 활용 분야의 창출, 표준 규격, 정책 등에서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2024년 6월 열린 제1차 한일 수소협력 대화에서는 청정 수소·수소화합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 개설(한국), 수소사회추진법 제정(일본) 등 자국의 수소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같은 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일 산업통상장관 회담에서는 청정수소 공급망 개발, 탄소집약도 및 인증, 표준·기준, 안전 분야의 4개 워킹그룹 신설을 결정했다. 수소산업 표준화로 글로벌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올해 3월 도쿄에서 열린 제2회 한일 수소협력 대화에서는 민간 수소 공급망과 활용 협력 플랫폼 구축에 합의했다. 청정수소 공급망 협력을 위해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양국의 판단 때문이다. 양국은 플랫폼을 통해 청정수소 공급망, 수소혼소발전, 수소모빌리티 확산 등 부문별로 협력하기로 했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한일의원연맹 방문단과 관계자가 3월 11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치요다 화공건설을 방문했다.(사진=한일의원연맹)
주호영 국회 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한일의원연맹 방문단과 관계자가 3월 11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에 있는 치요다 화공건설을 방문했다.(사진=한일의원연맹)

양국 국회의원도 같은 달 도쿄에서 만나 수소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의원연맹 행사에서 청정수소 인정 기준 일원화, 수소 충전기술 표준화, 수소 관련 제품 호환, 공동기술 개발 등을 논의했다.

청정수소 공급망 확보
한국과 일본은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에서 앞서 있고, 일본은 수소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산업 실증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점유율 29.7%로 2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 수소 관련 특허 출원량의 24%를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수소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양국은 청정수소 수입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한 공급망 연계나 수소산업 표준화, 생태계 확산 등에 협력할 부분이 많다.

또 중국의 적극적인 수소시장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56.5%)이다. 중국은 트럭이나 버스 같은 수소상용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상용차는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적합한 빠른 충전,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년 기준 세계 수소생산·소비 1위 국가도 중국이다. 일본의 경제조사기관 아스타뮤즈(Astamuse)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에 각국에서 출원한 그린수소 특허 약 18만 여 건을 분석, 전반적인 기술력 경쟁에서 중국이 세계 1위라고 밝혔다.

중국은 생산, 저장·운송, 공급, 안전관리, 활용 등 5개 분야 중 네 개 항목(생산, 저장·운송과 공급, 안전관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오른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이 2024년 10월 18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오른쪽)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이 2024년 10월 18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수소기술 표준화 논의
한일 양국은 2024년 10월 열린 제31회 한일재계회의에서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청정에너지 생산·수송·활용, 수소차 시장 확대, 수소 공급설비 확충, 기술 관련 국제기준 조화·표준화 등 분야별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양국은 올해 2월 ‘한일 수소 안전 워크숍’에서 극저온·고압 수소기술 상용화와 같은 기술 표준화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양국의 수소안전 전문가 80여 명이 참석, 안전한 수소 활용 기술의 성과를 공유하고 논의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올해 9월 일본가스기기검사협회와 한일 인증·기술교류 협력회의를 했다. 한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수소와 탄소중립에 관한 양 기관의 대응 현황을 공유했다. 한국의 연소기기 관련 최신 법규제와 안전장치 인증체계, 일본의 업무용 연소기 사고 사례와 안전관리 현황도 발표됐다.

민간은 수소차부터 공급망 공동 구축 협의
민간 차원에서도 양자 협력이 순항하고 있다. 경제계는 일본과 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에너지 분야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첨단산업에서 협력이 이뤄지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2024년 1월 11일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경제성장, 탄소중립 실현에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 양국 간 전력망 연계 등이 제시됐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은 올해 3월에 열린 한일의원연맹 행사에 동참해 수소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도 양사 간 협력 계획이 언급됐다.

김동욱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은 “도요타와 수소충전 설비·부품 표준화를 추진하고 한일 글로벌 수소 공동 공급망 구축을 논의하는 등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김동욱 전략기획실장은 수소산업에서 초기 투자와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여러 기업과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수소 수출국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대응책이라는 판단에서다. 표준화 작업에 대해서는 양국 간 제품 단계에서 협력을 언급했다.

켄 라미레즈 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 부사장이 8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6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켄 라미레즈 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 부사장이 8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6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켄 라미레즈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 부사장도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제16차 청정에너지 장관 회의(CEM16)에 참석해 “수소가 경쟁력 있는 에너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재정 지원과 산업 개발을 연계한 인프라·투자·정책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수소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략적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올바른 수소에너지 유통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산업과 지역 전반에 걸쳐 수소에너지 공급이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올해 4월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한국경제와 비슷한 파트너·시장을 키워야 한다”라며 일본과 협력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일본과 협력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로 CCU 사업, 액화천연가스(LNG) 공동구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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