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1월 20일) 2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에너지 정책을 대거 철회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신종 녹색 사기(Green New Scam)’로 규정한 바 있다.

청정수소 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감소법(IRA),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에 따른 자금 지원을 즉시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10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백악관 산하 부처인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 중인 연방정부 예산 규모 축소 정책의 일환이다. DOGE는 오는 2026년까지 재정적자 1조 달러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의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DOE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예산을 삭감하면 수소, 전기차 충전 시스템, 파력발전, 배터리 재활용, 태양광, 풍력 등 250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례로 엑손모빌은 작년 6월부터 미 텍사스 베이타운에 있는 정유공장에 연간 블루수소 90만 톤, 블루암모니아 100만 톤을 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 텍사스 베이타운에 있는 엑손모빌 정유공장.(사진=ExxonMobil)
미 텍사스 베이타운에 있는 엑손모빌 정유공장.(사진=ExxonMobil)

이 프로젝트는 에어리퀴드가 개발한 ‘대형 모듈형 공기 분리 장치(LMA)’가 핵심이다. LMA는 산소 1톤 생산 시 사용되는 전력량이 기존보다 25% 적은 데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어서 에너지 소비 최적화와 탄소배출량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된 물량 중 절반은 일본 최대 화력발전사 JERA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일본으로 수출되며 나머지 생산 물량은 지역 산업에 공급된다. 생산 시 발생하는 연간 700만 톤의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영구적으로 저장한다.

엑손모빌은 LMA 설치로 미 정부의 청정수소 생산 인센티브 제도인 ‘섹션 45V(Section 45V)’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한 후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DOE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예산을 삭감하면 엑손모빌은 해당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DOE는 총 7개의 수소허브사업 중 4개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할 계획이어서 미국 내 청정수소 사업이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 DOE는 7개의 수소허브를 선정하고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수소허브는 △애팔래치아(Appalachian) △캘리포니아(California) △걸프만(Gulf Coast) △하트랜드(Heartland) △대서양중부(Mid-Atlantic) △중서부(Midwest)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다.

청정수소 허브로 선정된 미국 내 7개 지역.(그림=OCED)
청정수소 허브로 선정된 미국 내 7개 지역.(그림=OCED)

애팔래치아 수소허브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오하이오주, 펜실베니아주에 걸친 수소허브로, 천연가스를 활용해 탄소포집을 통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9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수소허브는 최대 12억 달러의 연방정부 분담금이 투입되는 수소허브다. 재생에너지와 바이오매스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며, 이는 대중교통, 대형 트럭과 화물장비 등 중장비 운송, 항만 운영 등에 제공될 예정이다.

걸프만 수소허브는 텍사스주에 구축될 예정이며, 연방정부 분담금이 최대 12억 달러에 달한다. 천연가스와 탄소포집,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분해 등을 통해 청정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수소는 수소전기트럭, 산업공정, 암모니아, 정유·석유 화학, 선박유(e메탄올)에 사용할 예정이다.

하트랜드 수소허브는 미네소타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 등에 걸쳐 조성된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9억2,500만 달러이며, 전국의 유틸리티 기업 소유의 발전소에서 수소 혼소를 촉진할 수 있는 방식의 발전에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서양중부 수소허브는 펜실베니아주, 델라웨어주, 뉴저지주를 포함한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7억5,000만 달러다. 기존의 석유 인프라를 용도변경·재활용하는 한편, 수전해 기술을 사용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전기로부터 재생 가능한 수소생산시설을 개발할 계획이다. 대형운송수단, 제조와 산업공정 개선, 열병합 발전 등에 수소를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서부 수소허브는 일리노이주, 인디아나주, 미시간주에 걸쳐 있으며,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10억 달러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천연가스, 저렴한 원자력 등 다양하고 풍부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철강과 유리 생산, 발전, 정제, 고중량 운송,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를 포함한 전략적 수소 사용을 통해 탈탄소화 달성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태평양 북서부 수소허브는 워싱턴주, 오리건주, 몬타나주에 걸쳐 있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10억 달러이며, 이 지역의 풍부한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한 수전해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형트럭 운송 분야에서 수소전기차를 확장하는 계획을 병행하며, 농업(비료생산), 산업(발전기, 피크 전력, 데이터센터, 정유소), 항구(운송, 화물취급) 등을 수소 사용처로 보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7개의 수소허브를 통해 연간 총 3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30년 미국의 수소생산량 목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0%에 달하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 분야의 배출량을 줄여 연간 2,5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7개 사업 중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 포함된 4개의 수소허브는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며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 포함된 3곳에 대한 지원은 유지된다.

미국 플러그파워의 액화수소 저장탱크.(사진=플러그파워)
미국 플러그파워의 액화수소 저장탱크.(사진=플러그파워)

이와 함께 DOE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예산도 삭감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 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 배터리 재활용 발전 사업 등을 지원한다.

그 일환으로 DOE는 여러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 대상엔 캘리포니아주 마데라에 있는 소아병원에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에너지저장시스템 구축 사업(3,000만 달러), 넥스트에라(NextEra)의 아연-브로마이드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 사업(4,900만 달러),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저소득층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1,00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DOE는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의 보조금 예산을 9억 달러, 전력망 배치 사무소(GDO)의 보조금 예산을 7억6,000만 달러 삭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외된 지역에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 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해상풍력 사업 등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미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는 상황에서 청정에너지 지원 사업 예산이 삭감되면 미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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