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코퍼레이션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수소 전문지 기자의 눈에도 그럴듯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해서 들어간 사이트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소사업에 관심이 있는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할 만한 자료가 가득했다. 챗GPT나 딥시크의 도움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대놓고 베껴 썼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국내 수소기업의 핵심 사업을 끌어모은 허구의 조합이었다. 이 ‘가짜’ 기업을 ‘진짜’처럼 돋보이게 하려면 바람잡이가 필요했다.

역시 대세는 유튜브다. 설 연휴에 본 두 편의 영상이 시작이었다. 그린수소 사업에 투자해 매달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신재생에너지 연구소 소속 하영수 연구원, 은퇴설계 전문가 김성민 씨가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부업,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원금 보장·고수익을 미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해 투자를 권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리딩방 사기에도 흔히 쓰는 수법이다.

처음엔 의심을 하다가도 홈페이지에 실린 연혁이나 사업 내역, 투자 후기를 보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재미 삼아 100만 원만 넣어볼까”로 시작하지만, 날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수익금을 보면 욕심이 난다. 그러다 큰돈을 이체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가짜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브래디 코베 감독의 3시간짜리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보고 나오는 길에 ‘라즐로’라는 인물을 검색해본다. 알고 보니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잘 만든 ‘픽션’의 힘은 강력하다. 그 참신한 허구 안에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안으로 한 줄기 빛이 쏟아진다.

도용과 복제로 구축된 프라임코퍼레이션이라는 ‘허구’는 그 대척점에 있다. 영화 ‘미키17’의 미키는 다시 복제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날린 투자금은 복구가 안 된다. 그리하여 그린수소 사업에도 가짜를 구별하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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