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 생산‧판매 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지난 1일부터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판매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겠다며 2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수소생산시설이나 수소 판매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과거 폰지 사기 수법과 유사하다며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유튜브로 투자자 현혹···가짜 연구소까지 등장
프라임코퍼레이션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에는 '매달 안정적인 1,500만 원을 벌어 성공한 연구원의 현실적인 가이드'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본 영상에는 신재생에너지 연구소 소속이라는 하영수 연구원이 등장해 프라임코퍼레이션의 수소사업을 소개하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연구소는 실체가 없는 허위 기관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홈페이지에 기재된 연락처는 이와 무관한 병원의 번호였으며, 서울 구로구에 있다고 명시된 사무실 주소도 허위로 드러났다.
사흘 후에는 은퇴설계 전문가 김성민이 출연한 또 다른 홍보 영상이 업로드됐다. 해당 영상은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상의 내용은 앞선 영상과 거의 동일했으며, 반복적으로 수소사업의 전망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프라임코퍼레이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프라임코퍼레이션도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전해 기술, 임직원 인터뷰, 투자자 인터뷰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채널의 구독자 수는 36만 명이 넘는다.
반복되는 투자 사기···배우까지 동원
2024년 초에 발생한 그린에너지(그린ENG) 사건 피해자들은 이번 프라임코퍼레이션 수소 투자 사업이 본인들이 겪은 사기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그린에너지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빌미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을 썼다. 풍력발전기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국내와 해외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여기에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이 활용됐다.

홍보 과정에서 업체는 전문가처럼 보이는 배우를 내세워 “위험 없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영상에서 수소 전문가 김호준으로 소개된 인물은 실제 전문가가 아닌 영화 제작자 커뮤니티를 통해 고용된 직업 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배우 본인도 자신이 단순히 영상 제작업체에 고용되어 촬영을 했을 뿐 실제 수소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또 홍보 영상에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 이름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면서 투자를 유도하기 때문에 이삼십 대 젊은 피해자도 늘고 있다.
MOU 체결도 거짓···타 기업 자료 도용까지
프라임코퍼레이션은 투자 설명에서 국내외 수소 기업과 MOU를 체결해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취재 결과, MOU를 맺었다고 주장한 기업들 중 실제로 프라임코퍼레이션과 손을 잡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회사는 투자금을 모아 그린수소를 생산한 후 대기업이나 자회사에 판매해 매일 수익을 배당할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그린수소를 구매해 사용하는 곳은 제주 함덕그린수소충전소 정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프라임코퍼레이션이 공개한 회사 연혁, 사업 영역, 기술 소개 자료가 조작됐다는 점이다. 회사 연혁은 LNG발전의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시장 1위 업체인 B사를 그대로 따왔다.
또 사업 영역, 기술연구소 자료는 W사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쓰고 있다. 산업부 과제인 ‘수소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2,000kg/day급 탄소배출 저감형 고효율 중대형 개질기 기술 개발’, 환경부 과제인 ‘막오염 저항성이 우수한 분리막을 이용한 MBR시스템의 실증화 기술개발’도 W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국책과제다.

회사의 ‘P2G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G사의 P2G 올인원 모듈형 시스템, P2G 제어시스템 개념을 복사해서 활용하고 있다. 이미지도 그대로 도용해 컨테이너박스의 G사 로고를 지우고 그 위에 프라임코퍼레이션 로고를 덧입혔다.
전문가들은 “그린수소 사업은 이제 막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 구조가 아닌 만큼 섣불리 투자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수익금 지급 미루다 잠적···피해자 속출
경기도에 거주하는 신모 씨는 지난해 4월, 유튜브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 영상을 시청한 후 업체 홈페이지에 가입했다.
홈페이지에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로 매일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투자 성공 사례가 나열돼 있었다. 이를 믿고 2,000만 원을 입금한 신씨는 업체가 제공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수익이 쌓이고 있다는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나 수익금 지급일이 되자 업체는 “전력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발전기 교체로 운영이 지연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급을 미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지급을 연기하던 업체는 결국 홈페이지를 폐쇄했고, 대표와 관계자들은 모두 잠적했다.

이에 경찰은 “2023년 풍력발전 투자 사기 사건인 솔라개발과 2024년 그린에너지 사건을 비교하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피해자와 사기 조직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고, 법인이 타인 명의로 설립된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혐의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포렌식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사기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두 사건 모두 법인을 타인 명의로 설립하고, 투자금을 입금받은 수십 개의 계좌가 모두 대포통장으로 운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은 신속히 인출되어 자금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프라임코퍼레이션 역시 유사한 운영 방식이 의심되고 있다. 법인 등록지와 실제 운영지가 불분명하고, 고객센터와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다. 경찰은 과거 유사 사건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