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토 사이트는 지난 2월 수소 생산·판매 수익을 미끼로 한 프라임코퍼레이션의 투자 사기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딱 2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최상의 그린수소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이노세이프(Innosafe)’란 회사가 등장해 개인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투자자 유인 방식도 프라임코퍼레이션과 동일했다. 카페창업으로 매일 적자 봤다는 투자자의 사례를 담은 인터뷰 영상으로 해당 사이트의 회원가입과 그린수소 투자를 유도했다. 이 영상은 4월 말 현재 140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달성했다.

지난 4월 22일에는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언론에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5월 30일~31일 이틀 동안 수소경제 활성화와 친환경 그린수소 사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2분기 사업전략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을 알렸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나와 있지 않았다.

프라임코퍼레이션과 홍보 전략 판박이
이노세이프는 홈페이지, 앱, 블로그, 채널톡 상담, 오픈채팅방 등을 활용해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또 한두 달 전에 미리 올려둔 임직원, 투자자의 인터뷰 동영상(유튜브)을 홈페이지에도 연동해 신뢰감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프라임코퍼레이션의 전략과 동일하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국내 수소전문기업의 회사 연혁, 사업 영역, 기술 자료 등을 그대로 도용했다. 이노세이프는 세부 디자인이나 문구를 조금 바꿨을 뿐 프라임코퍼레이션의 홈페이지 사이트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회원가입을 한 후 로그인을 해야 사이트 내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폐쇄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품 구성도 거의 동일하다.

회사 전경을 담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뻔뻔함을 넘어 대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노세이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의 지식산업센터 건물과는 일절 관계가 없다. 액화수소 기술을 보유한 하이리움산업의 평택 사옥 이미지를 가져와 외벽의 간판을 지운 자리에 자사 로고를 덧입혔다.

하이리움산업의 한 임원은 “최근에 이 사실을 알았다”라며 “변호사와 상의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이노세이프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린수소 생산 전문기업으로 수소 생산·판매 과정에서 다년간의 연구개발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P2G(Power to Gas) 시스템으로 그린수소 시스템 최적 솔루션 제공을 위한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원의 특성과 수전해장치 특성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최적 전력분배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전력변환-수소생산-수소저장의 전 과정을 모듈형으로 집약해 구성한 올인원 콤팩트 시스템으로 내부 전력 및 열에너지 흐름 제어, 온도 유지를 위한 공조설계, 수소안전을 위한 내외장 설계를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수소전문기업인 G사를 떠올리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홈페이지의 수전해시스템 소개란에는 G사의 홈페이지 사업 내용을 그대로 싣고 있다.
‘국내 최초 신재생에너지 핀테크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란 소개도 맞지 않는다. 국내에서 그린수소를 구매해 사용하는 곳은 제주 함덕그린수소충전소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은 값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로 청정수소를 만들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

제주 행원리의 3.3메가와트(MW)급 그린수소 실증단지에서 생산하는 그린수소 단가가 1kg에 4만 원으로 나왔다. 함덕그린수소충전소의 수소판매가격이 kg당 1만5,000원인 걸 감안하면 적자액만 2만5,000원에 달한다. 당초 예상치인 5,000원의 다섯 배에 이르는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법적 대응에도 큰 변화 없어
LNG복합화력 발전기자재 전문기업인 B사도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B사는 지난 2월 프라임코퍼레이션에 자사의 기업 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된 사실을 인지하고 감사실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법원에 인터넷 사이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2월 6일에는 자사 홈페이지에 투자 주의,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공고문을 팝업으로 공지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같은 일이 되풀이된 셈이다. 이노세이프가 자사의 기업 정보를 무단 도용한 사실을 알아냈고, 이 내용을 추가한 공지문을 4월 25일 자로 올렸다.
“당사의 연혁, 경영방침, 경영이념, 행동강령, 수전해 사업 관련 내용을 당사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라며 “당사의 연혁, 실적 도용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노세이프의 사업자등록을 보면 ‘정보통신업(온라인 정보 제공업)’으로 나온다. 사실상 수소사업과 관련이 없는 데도 자체 공장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 과대 광고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초 발생한 그린에너지(그린ENG) 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그린에너지 사건의 한 피해자는 “사명만 다를 뿐 그린에너지, 프라임코퍼레이션, 이노세이프의 투자 유치 방식이 모두 유사하다”라며 “한 법무법인을 통해 피해자들이 단체소송으로 공동 대응했지만, 법무법인에서 소를 취하하면서 수임료를 날리는 등 이중의 피해를 입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 또한 “피해자와 사기 조직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고, 법인이 타인 명의로 설립된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면서 면역력이 생겼고,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가짜 영상을 만들기가 쉬워지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 수법도 더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