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사업이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유치에 활용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린수소 사업이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유치에 활용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건 2월 초였다. 설 연휴 동안 그린수소 투자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접한 기자들의 레이더망에 ‘프라임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잡혔다. 수소 전문지 기자들 사이에도 생소한 업체였다.

기사를 찾아보니 한국 브랜드대상 선정 운영본부가 주최하고 데일리아시아가 후원하는 ‘2024 우수브랜드 대상’에서 상을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실적이 없었다.

홈페이지(hydrogenprime.com) 첫 화면에 뜬 문구가 그럴듯했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의 홈페이지 첫 화면.
프라임코퍼레이션의 홈페이지 첫 화면.

두산퓨얼셀에서 그대로 따온 듯한 수소생산 플랫폼 이미지 옆에 “2025년 2만 톤, 2030년 14만 톤, 2050년 5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글이 달려 있었다. 바로 밑에 달린 ‘투자상품 바로가기’ 버튼을 클릭하자 로그인 창이 떴다.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해야 홈페이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가짜 이름과 연락처, 은행 계좌번호를 넣고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에는 관심이 없는 회사로 보였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2월 한 달간 투자를 받고 있었다. 100만 원부터 3,000만 원까지 최소 투자금에 맞춰 5개 상품이 등록돼 있었다. ‘확정 복리 펀드형 상품’으로 매일 고정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회사 연혁, 사업 영역 등을 기존 수소업체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따오거나 변형해서 실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답했다. 

비에이치아이(왼쪽)의 알칼라인 수전해 사업 내용을 이미지만 바꿔 그대로 실었다.
비에이치아이(왼쪽)의 알칼라인 수전해 사업 내용을 이미지만 바꿔 그대로 실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 수소를 팔아서 얻은 수익을 배당한다는 말도 거짓이었다. 법인 소재지는 불명확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전문가나 직원의 인터뷰, 투자자 후기 영상도 허위로 의심이 됐다.

1년 전 직업 배우를 내세워 부업으로 큰돈을 벌 수있다며 수소 투자 사기를 벌인 업체가 떠올랐다. 사기 수법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빌미로 투자금을 편취한 그린에너지(그린ENG) 폰지 사기와 유사했고,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에서 “사기 수법이 동일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우려됐고, 관련 기업이나 수소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회사 실명을 밝혀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2월 4일 토토 사이트 온라인판으로 발행한 ‘프라임코퍼레이션의 수소 투자 사기 의혹’ 기사가 그것이다.

토토 사이트 편집부는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프라임코퍼레이션의 수소 투자 사기 의혹’ 기사를 2월 4일자 온라인 기사로 발행했다.

특별 상품 출시···투자 사기는 현재진행형

프라임코퍼레이션의 투자 사기 의혹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취재 도중 기업 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된 사실을 인지한 비에이치아이는 2월 6일 당사 홈페이지에 투자 주의,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공고문을 팝업으로 공지했다.

“최근 P업체가 당사의 연혁, 경영방침, 경영이념, 행동강령 및 수전해 사업 관련 내용을 당사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라며 “P사와는 일체의 관계가 없고, 해당 업체의 투자 모집 행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알렸다. 또 인터넷 사이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섰다.

비에이치아이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월 6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입장문.
비에이치아이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월 6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입장문.

그러나 아직 변한 건 없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회원가입을 통한 폐쇄형 사이트를 유지하면서 투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RE100 탄소중립 실현 기업’에 들었다며 특별 한정 상품도 새롭게 출시했다. 가입 기간은 2월 23일부터 3월 4일까지 10일간으로 잡혀 있다. 이는 기존 소액 투자자가 1,000만 원 이상 고수익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일 확률이 높다.

비에이치아이가 법원에 인터넷 사이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긴 했지만, 가처분 신청 심리와 재판 등 법적 절차에 드는 시간을 감안하면 투자 피해자나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그린수소 판매 수익금을 배당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프라임코퍼레이션은 그린수소 판매 수익금을 배당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주식 리딩방 사기를 비롯해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 더빙 기술의 발달로 가짜 영상을 만들기도 쉬워졌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홈페이지나 앱 화면을 비롯해 SNS에서 대화하는 사람, 오픈채팅방에 걸린 수백 명의 아이디도 모두 가짜일 수 있다.

수소업계는 그린수소로 수익을 내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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