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정부는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수소발전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원전·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발전원이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를 통해 수소발전(연료전지)을 보급해 왔으나 태양광, 풍력과 달리 연료비가 들어 다른 지원체계가 필요해졌다. 이에 수소발전을 RPS에서 별도로 분리해 연료전지, 수소터빈, 수소엔진, 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해 보급될 수 있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청정수소의 대규모 수요창출이 가능한 발전부문을 통해 수소 전소·혼소 발전기술 등 관련 산업 육성 및 수소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통해 투자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해 시장참여자의 안정적인 투자와 비용 회수를 보장하고, 입찰시장 내 높은 가격경쟁을 통한 발전원가 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도입을 위해 수소법(2022년 6월) 및 동법 시행령·시행규칙(2022년 12월)을 개정하고, 지난해 1월 전력거래소를 수소발전 입찰시장 관리기관으로 지정했다.
수소발전시장은 일반수소 발전시장과 청정수소 발전시장으로 나뉜다.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그간 연료전지가 보급된 생태계를 고려해 추출수소와 부생수소의 사용을 허용(신설 전소 설비 기준)하되 분산형 전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고, 청정수소 활용(혼소, 잔존 경제수명 10년 이상 설비)도 가능하다. 다만 향후 청정수소 생산·도입 안정화 이후에는 개설하지 않는다.
청정수소 발전시장은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인 순도 99% 이상의 수소 1k당 온실가스 배출량 4㎏CO2e 이하를 충족한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만 참여 가능하다. 청정수소 등급별 평가에서 1등급과 4등급간 배점 차이를 크게 두어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가장 낮은 1등급(수소 1㎏당 온실가스 배출량 0.1㎏CO2e 이하)을 우대한다.
쏠쏠한 성과

수많은 업체가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참여한 가운데 쏠쏠한 성과를 거둔 곳이 바로 롯데다.
롯데케미칼이 SK가스와 합작해서 설립한 롯데SK에너루트는 지난해와 올해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총 4개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낙찰 받았다.
롯데SK에너루트는 울산에 있는 롯데케미칼 공장과 롯데정밀화학 공장에 각각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인 ‘울산하이드로젠파워’와 ‘태화하이드로젠파워’를 구축한다.
두 개의 발전소는 각각 20MW급 1기와 9MW급 2기로 구성됐으며 2026년부터 20년간 운영된다. 수소는 롯데화학군 및 SK가스 자회사로부터 공급받는다. 전력은 연간 약 8만 가구(4인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약 29만MWh를 생산한다.
롯데SK에너루트는 해당 발전사업의 20년 장기 전력 판매 계약을 맺게 됨에 따라 장기간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2024년 일반수소발전 사업자 입찰을 통해 전력거래 판매자로 최종 선정됐다. 국내에서 상업용 건물이 일반수소발전 사업자 자격을 취득하고 전력 판매에 나서는 것은 롯데월드타워가 최초다.
롯데월드타워는 2043년 12월 18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지하 6층 에너지센터에 설치된 800k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설비 전력을 한국전력공사 등에 판매한다. 연간 판매 전력량은 약 5,993MWh이다. 이는 월평균 24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2,100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위해 롯데물산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약 20억원을 투자해 기술 검토와 송·배전 설비 공사 등 고효율의 신규 연료전지 설비를 구축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열, 지열, 태양열, 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에너지 사용량의 약 18%를 신재생에너지로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같이 롯데가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처음 개설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선 한국남부발전이 웃었다.
한국남부발전은 전체 입찰자 중 유일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남부발전은 우선협상을 거쳐 이달 초 청정수소 발전시장 최종낙찰자로 선정되면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척그린파워 1호기에 연간 750GWh 규모 석탄-수소화합물(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남부발전은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석탄발전소를 활용한 암모니아 혼소 발전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석탄과 수소화합물인 암모니아를 20% 혼합해 연소하는 발전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물산과 협력해 오는 2027년 7월까지 삼척종합발전단지 부지에 3만톤급 암모니아 저장탱크 1기, 하역‧송출설비 등 실증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정부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고시에 따라 일반수소 발전시장 입찰물량을 2023년부터 2025년까지(2025~2027년 상업운전) 매년 1,300GWh를 제시한다. 청정수소 발전시장의 경우 올해 6,500GWh(2027년 상업운전)를 제시했으며 내년엔 3,000GWh(2028년 상업운전)를 제시할 계획이다.
다만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확보한 물량이 공고물량인 6,500GWh의 11%에 불과한 750GWh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찰된 물량은 내년 입찰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