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2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을 확정했다. 11차 전기본 수립을 착수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전력 수급 여건이 급변하는 만큼 적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에너지위원회 제언에 따라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9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전문가위원회 회의가 시행됐고 최종 총괄위원회 회의를 통해 지난해 5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됐다.
이후 환경부의 전략환경·기후변화 영향평가,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전력정책심의회에서 11차 전기본이 최종 확정됐다.
11차 전기본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 △AI 기술 고도화 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 증가 △전기차 보급, 수전해 수소생산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 추세 등을 감안해 미래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공급 안정성, 효율성,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 정책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원 믹스를 구성했다.
특히 환경부 등 관계부처 의견과 공청회 때 제기된 의견 등을 반영해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실무안보다 확대했다. 이에 따라 노후 석탄발전을 무탄소 발전으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청정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확대하며 원전을 계속 활용해 다양한 무탄소 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할 계획이다.
화력발전 줄이고 무탄소전원 늘리고

먼저 목표수요는 2038년 129.3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0차 전기본 때 전망했던 2036년 118.0GW보다 11.3GW 증가한 것이다.
목표수요는 경제성장, 기온상승 등 거시변수를 기반으로 산정된 모형수요와 첨단산업, 데이터센터 확대, 산업·수송·수소 등 전기화의 영향이 반영된 추가수요를 합산(145.6GW)한 후 한전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화제도 등을 기반으로 한 수요관리 목표(16.3GW)를 차감해 산출됐다.
이 목표수요에 기준 설비예비율 22%를 곱하면 2038년 목표설비 용량은 157.8GW이다. 2036년 목표설비 용량인 143.9GW보다 9.7% 증가했다. 이 중 확정설비 용량은 2036년(142.2GW)보다 5.3GW 늘어난 147.5GW이다.
발전원별로 살펴보면 먼저 석탄발전은 LNG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단하고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한다. 이에 따라 2037년부터 2038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12기(6.8GW)를 양수발전, 수소 전소 발전, 암모니아 혼소 발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한다.
이 중 6기는 사업자 의향에 따라 수소 전소 발전 또는 열병합발전으로 대체할 예정이며 수소 전소 발전 진입 시점 및 설비용량은 향후 기술개발 수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결과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정부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청정수소 인증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등 관련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NDC 목표, 기술성, 경제성, 해외 동향 등을 고려해 혼소율 상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수소 전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구축할 계획이다.
청정수소의 생산, 수송, 저장, 활용에 걸친 청정수소 생태계 전반에 기업의 참여 확대를 유인해 안정적인 수소발전 기반을 구축하고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항만, 인수기지, 배관망 등 수소발전용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다만 정책 신뢰성을 고려해 10차 전기본까지 적용된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2036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28기(14.1GW)를 LNG 발전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석탄발전 용량은 2023년 39.2GW에서 2038년 22.2GW로 감축되는 반면 LNG 발전 용량은 43.2GW에서 67.0GW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은 신규원전 건설과 기존원전의 계속운전 및 탄력운전 추진을 통해 2023년 24.7GW에서 2038년 31.7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6년까지 신한울 2호기 및 새울 3·4호기(총 4.2GW)를, 2032년부터 2033년까지 신한울 3·4호기(총 2.8GW)를 준공한다.
또 철저한 안전성 점검 및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2038년에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기존원전의 계속운전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무탄소 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대 중반 대형원전 탄력 운전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형모듈원전(SMR)의 경우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SMR 개발 및 관련 사업화를 적기 추진해 2030년대 국내 상용화 및 세계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 그 일환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표준설계인가 획득 등을 거쳐 2030년대 초반 건설허가 획득을 전제로 2035년까지 국내 SMR 상용화를 추진한다.
양수발전은 2030년부터 2033년까지 9차 전기본에 따라 영동, 홍천, 포천(총 1.8GW)에, 2034년부터 2037년까지는 10차 전기본에 따라 구례, 합천, 영양, 봉화, 곡성, 금산(총 3.7GW)에 준공한다. 특히 봉화, 곡성, 금산에 구축되는 양수발전소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체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설치 잠재량, 전력계통 여건, 정책 노력 등을 종합 고려해 2038년까지 총 125.9GW(연말 정격용량 기준)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23년 30.0GW보다 4배가량 늘어난 121.9GW, 연료전지, IGCC 등 신에너지 발전설비는 3배가량 늘어난 4.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연료전지는 3.6GW(실효용량 2.6GW)일 것으로 보인다.
필요용량, 무탄소전원으로 채운다

이같은 확정설비 용량에서 목표설비 용량을 빼면 신규 필요설비 용량은 10.3GW다.
세부적으로 2031년부터 2032년까진 2.2GW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무탄소 전원의 진입 불확실성을 감안해 LNG 열병합발전으로 해당 기간 필요설비를 충당하며 사업자는 입찰시장을 개설해 선정한다.
2033년부터 2034년까진 1.5GW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탄소 전원 전입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12차 전기본에서 전원을 배분해도 되는 기간이므로 전원구성을 유보한다. 설비물량은 수소 혼소로 전환할 수 있는 열병합발전 또는 무탄소 발전으로 설정한다.
2035년부터 2036년까진 부족 설비물량인 2.2GW를 채우기 위해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0.7GW급 SMR 1기를 구축하고 1.5GW는 수소 전소발전 등 무탄소 전원 간 경쟁 가능한 입찰 시장을 개설해 확보한다.
4.4GW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2037년부터 2038년까진 건설 기간(167개월)을 고려해 신규 대형원전(2기, 2.8GW)을 반영하고 1.6GW는 유보한다.
그 일환으로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LNG 열병합 용량시장 시범입찰을 통해 0.9GW를 확보했으며 곧 본입찰을 실시해 0.4GW(2031~2032년)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SMR, 수소전소,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탄소 통합 용량시장’을 개설해 1.5GW(2035~2036년)를 선정한다.
이를 통해 2038년 발전량의 70%가 무탄소 전원에 의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전은 2023년 180.5TWh에서 2038년 248.3TWh로, 재생에너지는 49.4TWh에서 205.7TWh로, 연료전지를 포함한 신에너지는 7.2TWh(1.2%)에서 26.4TWh(3.8%)로, 청정 수소·암모니아는 2030년 15.5TWh(2.4%)에서 2038년 43.9TWh(6.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석탄발전은 184.9TWh에서 70.9TWh로, LNG는 157.7TWh에서 74.3TWh로 감소해 두 전원의 비중은 58.2%에서 20.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망 확충 속도

11차 전기본에 따라 발전설비 용량이 확대되는 만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빠르게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무탄소 전원 보급 지역의 생산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한 지역간 융통선로 보강을 추진한다. 이에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 기존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제적인 전력망 보강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허가량, 보급물량 등을 고려해 전력망 규모와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융통선로는 광양-신진천, 신화순·신고흥-북천안 등 총 5개의 호남-수도권 선로(총 길이 1,551km), 신평창-동용인, 신영주-신중부 등 총 2개의 동해안-수도권 선로(261km), 울주-신경주(42km), 동해안-신가평, 신해남-서인천, 새만금-영흥화력 등 총 4개의 HVDC(1,130km)다.
전력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한다.
먼저 발전사업을 하지 않고 전력망만 선점하는 허수사업자 관리를 강화해 확보한 여유용량을 후순위사업자에게 배분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검을 통해 1.7GW의 여유용량을 확보했다.
또한 전력망 보강 전에 계통 불안정이 우려될 때 우선 출력제어를 받는 조건으로 발전허가를 내주는 제도인 ‘우선 출력제어 조건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설비 보급을 확대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 계획을 수립했다.
실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으로 나눠 전력공급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먼저 국가산단은 총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2030~2038년)는 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이 각각 1GW 규모의 LNG발전소를 건설하고 청정수소 혼소 설계를 통해 친환경 기반을 구축한다. 2단계(2039~2043년)는 추가 전력공급을 위해 내륙관통 송전선로 1개를 연결하고 기존 변전소 계통 설비를 보강한다. 3단계(2039~2043년)는 올 상반기에 확정될 11차 송변전설비계획 이후 보강되는 전력 계통망 및 전력기술의 발전 등을 종합 고려해 대안을 검토한다.
일반산단은 총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1단계(2027~2038년)는 동용인 변전소 신설 및 신안성-동용인 선로를 구축한다. 2단계(2039~2050년)는 신원주-용인 송전선로를 연결하고 산단 안에 신규 변전소를 신설한다.
이러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 상반기에 확정하기로 했다.
전력시장 개편도 추진

11차 전기본에 따라 발전원이 다양해지는 만큼 전력시장을 개편할 계획이다.
먼저 중장기 수요에 맞춰 설비진입을 계약하는 전원별 용량시장을 개설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등 무탄소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계약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장기로는 원전, 신재생에너지, 수소전소 등의 무탄소전원 통합 용량시장 개설을 추진한다. 이는 집합자원 단위의 참여방안 모색 등 무탄소 전원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또한 계통·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지역별 전력가격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그 일환으로 지역별 도매가격(SMP)을 도입해 발전소의 효율적 입지를 유도하고 지역별 송전·판매 원가에 근거해 소매요금까지 확대한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으로 지역에 특성화된 전력시스템을 지원하고 계통영향평가·의무사용 등을 통해 전력소비자원 분산을 촉진한다. 송전제약 등 필요한 범위에서는 직접전력거래(PPA)를 활성화한다.
아울러 모든 발전원을 대상으로 가격 입찰제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지난해 10월에 신설된 준중앙급전발전기 운영제도 등을 통해 비중앙자원의 중앙급전화를 촉진한다. 준중앙급전발전기 운영제도는 바이오매스, 연료전지, 열병합, 폐기물 등으로 구성된 발전자원이 전력거래소 급전지시를 받아 출력조절에 참여하면 용량정산금과 예비력정산금 등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이 11차 전기본을 수행하면서 △추가 전력수요 전망기법 고도화와 효율적 망 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별 전력수요 전망 체계 구축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한 전력 수급기본계획 전망 체계로의 전환 △무탄소 전원 기반의 공급신뢰도 평가 체계 연구 △재생에너지 보급경로 전망을 위해 검토 체계·기준을 정례화하고 보급 확대를 위한 부문별 이행 및 최적 백업설비 구성 등 여러 과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