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수소공급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소공급가격을 구성하는 생산비용과 운송비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생산비용은 수소생산에 사용되는 연료(가스, 재생에너지 등)의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급격한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낮추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는 운송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운송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수소 운송의 핵심 장비인 튜브트레일러의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튜브트레일러의 1회 수소운반량을 늘리고 운송횟수를 줄인다면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다. 운송비용이 낮아지면 수소공급가격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튜브트레일러의 압력‧용적 기준 제한을 기존 200bar에서 450bar/450L로 완화하고 2030년까지 700bar/1,100L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자 여러 업체가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자 새로운 튜브트레일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완주 수소출하센터에서 수소를 보충하고 있는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완주 수소출하센터에서 수소를 보충하고 있는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일진하이솔루스,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상용화

일진하이솔루스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차량용 타입4 수소저장용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 7월 국내 최초로 튜브트레일러용 타입4 450bar 수소저장용기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튜브트레일러 개발에 착수,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상용화에 성공했다.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는 플라스틱 등 비금속제 라이너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 타입4 수소저장용기 38개를 컨테이너 형태로 묶어 만든 튜브트레일러다. 용기 1개당 12.5kg의 수소가 들어간다.

이 튜브트레일러에는 450bar의 저장압력이 적용돼 수소를 최대 48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금속제 탱크를 장착한 타입1 튜브트레일러(200bar 기준)의 최대 적재량인 340kg보다 약 1.5배 많은 것이다. 또 잔압(70bar 기준)을 고려한 실제 운송량은 타입4 튜브트레일러가 373kg, 타입1 튜브트레일러가 198kg으로,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전주 삼천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전주 삼천수소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이 때문에 타입4 튜브트레일러를 활용하면 운송횟수를 타입1 튜브트레일러보다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에 있는 평화수소충전소의 경우 하루 1.2톤이 넘는 수소를 사용하는데 타입1 튜브트레일러로 공급하면 하루 6번 정도 출하센터와 충전소를 왕복해야 하나 타입4 튜브트레일러로는 3번 정도 왕복하면 된다. 운송횟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운송비용도 줄어든다.

여기에 타입4 튜브트레일러의 중량이 타입1 튜브트레일러(30.4톤)의 절반 수준인 16.6톤에 불과해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잠수교, 원효대교 등 총중량 32톤 이상의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송이 가능하다.

또한 타입4 튜브트레일러의 전장(10.5m)이 타입1 튜브트레일러(12.4m)보다 짧아 공간이 협소한 출하센터, 충전소 등에서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서울 서소문충전소처럼 공간 제약이 많은 도심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환영할만한 것이다.

아울러 수소충전소의 압축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에서는 타입1 튜브트레일러로 공급받은 200bar 압력의 수소를 1차 450bar로 압축하고, 다시 900bar로 압축해 수소전기차(현대차 넥쏘 수소연료탱크는 700bar)에 충전한다. 그러나 타입4 튜브트레일러는 450bar로 운송하기 때문에 충전소에서 900bar까지 압축하는 공정을 한 번만 거치면 된다.

다만 타입4 튜브트레일러의 판매 가격이 타입1 튜브트레일러보다 2배가량 높아 구매 부담이 높다.

일진하이솔루스 관계자는 “판매 가격이 타입1 튜브트레일러보다 2배 높지만, 40% 이상의 운송비 절감이 기대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향후 타입4 튜브트레일러 공급 대수가 증가하면 판매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이같이 경제성과 활용성이 탁월한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를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12월 전주시에 납품하며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여러 절차를 거쳐 지난 3월 1일 튜브트레일러의 운행을 개시했다.

현재 총 3대의 튜브트레일러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전북 완주 수소출하센터와 전주 삼천수소충전소를 오가며 수소를 운송하고 있다. 트레일러 3대 중 2대는 매일 오전 7시에 교대되며 나머지 1대는 예비용으로 수소출하센터에 세워져 있다.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투입으로 충전소 운영이 한결 편해졌다는 게 일진하이솔루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천수소충전소 관계자가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삼천수소충전소 관계자가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엔 타입1 튜브트레일러 2대를 사용했었다. 보통 버스 한 대에 25~30kg이 들어가는데 타입1 튜브트레일러에 저장된 수소가 200kg이 안 되다 보니 오후 2시만 되면 트레일러를 교체해야 했다”라며 “그러나 지금은 오전 7시에 갖다 놓으면 영업이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어 많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525bar 등 다양한 튜브트레일러 개발 중

일진하이솔루스는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튜브트레일러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일진하이솔루스는 전라북도 탄소융복합산업 규제자유특구에서 타입4 525bar 튜브트레일러 제조 및 안전성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 튜브트레일러는 이르면 올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450bar 튜브트레일러 시장을 형성하고 안정시키고자 이번에 상용화한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보다 용량을 2배 늘린 12m 길이의 타입4 450bar 튜브트레일러를 개발하고 있다.

황재원 일진하이솔루스 트랜스포트(Transport) 사업부 부장(상무)은 “수소저장량이 이번에 상용화한 튜브트레일러보다 약 2배 많은 930kg, 최대 운송량이 기존 타입1 튜브트레일러보다 약 3.5배 많은 신형 튜브트레일러를 개발하고 있다”라며 “오는 2025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25년 4분기에 타입4 튜브트레일러를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액체수소 운송용 트레일러 분야 진출 준비

또한 일진하이솔루스는 액화수소저장용기 관련 기술을 활발히 연구하며 액체수소 운송용 트레일러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국책과제인 ‘상용차용 액체수소저장용기 극저온 단열소재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압수소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액체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저장탱크 및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저장용기가 지난해 9월에 열린 ‘H2 MEET 2023’에 전시됐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진 해당 저장용기는 국제표준으로 제정되고 있는 ISO TC197 과냉각 액화수소 충전 프로토콜을 반영해 제작됐으며 과냉각 액화수소(sLH2) 150리터(약 10kg)를 저장할 수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향후 해당 저장용기를 실제 상용차에 적용 가능한 크기로 제작할 계획이다.

일진하이솔루스 관계자는 “모빌리티용 액체수소저장용기를 먼저 내놓은 후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면 액체수소 트레일러 등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진하이솔루스가 개발 중인 타입4 525bar 튜브트레일러.(사진=일진하이솔루스)
일진하이솔루스가 개발 중인 타입4 525bar 튜브트레일러.(사진=일진하이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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