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 세계 최초의 밀폐형 냉장고를 생산해낸다. 이후 끊임없는 개선을 통한 현대식 냉장고의 역사가 시작된다….”

박민규의 단편소설 ‘카스테라’에 나오는 글이다. 그의 말마따나 냉장고의 보급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치즈는 저장하기도 쉽고 상하지 않고 오래 두어도 되고 운반도 편하다. 우유가 전기라면 치즈가 수소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김세훈 씨(전 현대차 부사장)가 과거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수소의 저장성을 이보다 잘 설명한 비유를 찾기가 어렵다. 그는 유목민이 소나 양의 젖에서 짜낸 우유를 신재생에너지에 빗댔다. 이 전기(우유)를 수소(치즈)로 만들어두면 오래 보관해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규 선배가 오래전에 쓴 단편소설을 다시 읽다 보니 냉장고가 ESS(에너지저장장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유를 냉장고에 보관하듯, ESS에 전기를 충전했다 쓸 수 있다. 

다만 우유도 냉장고에 오래 두면 상한다. 우유가 너무 많아 냉장고 대수를 무한정 늘리기도 어렵다. 또 이 냉장고란 게 꽤 무겁고 비싸다. 이런저런 이유로 치즈를 만들어두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을 한다. 치즈도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먹지 않나?

수소는 압축기로 가압해서 고압탱크에 저장하거나, 영하 253℃로 액화해서 금방 실어날라야 한다. 배관으로 이송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수소의 저장과 유통에 드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수소는 비싸다. 치즈만큼 비싸다. 막상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서 수소를 만들어 쓰려니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이 사실을 유념하고 수소사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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