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산업 전반에서 탈탄소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선·해운산업 전반에서 탈탄소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해양부문의 탈탄소화 움직임이 거세다.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가 도입되면서 해운산업의 탄소감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세계 선박 중 총 7,986척이 해상 환경 규제에 대응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15.8%가 증가한 수치다.

LNG추진선만 해도 운항 중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해운업계는 메탄올, 암모니아·수소 등 저탄소 또는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배를 만드는 조선업계도 이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안성찬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해 말에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대형선박이 배터리에 의해 움직이긴 어렵다”라며 “디젤에서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게 탄소감축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도 올 1월에 열린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암모니아 가스터빈을 적용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선박 연료로 보면 암모니아보다는 메탄올의 적용이 훨씬 빠르다. 메탄올 추진선은 이미 시중에 나와 운항 중이다. 향후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엔진이나 연료전지 추진 선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항만 인프라나 경제성 등을 고려했을 때는 메탄올이 적격이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는 메탄올 추진선 수요가 2022년 기준 24척에서 2028년에는 234척(운항 29척, 발주 205척)으로 늘어나 약 87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덴마크의 머스크(Mersk)나 프랑스의 CMA CGM 같은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약 200여 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하거나 선박 개조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메탄올 추진선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한국선급,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이엔티는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개조 설계’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했다.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으로 수행한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개조 설계가 기본인증(AIP)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메탄올 이중연료 대형엔진·메탄올 힘센엔진, 메탄올 탱크 기술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스템 설계에 적용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개조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 선박 수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7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했으며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했다. HMM도 지난해 2월 9000TEU급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한 바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벙커씨유 같은 기존 연료를 쓰는 선박보다 온실가스를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암모니아·수소 같은 무탄소 연료가 도입돼야 한다. 하지만 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강희진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에게 기업들이 왜 메탄올 추진선에 집중하고 있는지, 암모니아·수소 연료 도입이 왜 어려운지 등 친환경 추진선 도입을 둘러싼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강희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장.(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Q.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에 대해 소개해달라.

정부출연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속해 있다.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중립 연료의 생산에서 선박 적용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 대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 등 4개 연구센터가 있으며, 100여 명의 연구진이 해양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는 지난 2018년 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 발표에 따라 선박 추진시스템·연료를 바꿔 가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친환경 선박 연구에 꼭 필요한 시험평가, 실증 기반 구축,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의 해양 탄소중립 실현 노력을 지원하고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기술 개발, 시험평가, 실증 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전경.(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Q. 선박에 대한 탄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또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인지 궁금하다.

기술적으로 해양부문의 탈탄소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다시 공기 중에서 포집한 탄소를 이용해 메탄올을 합성할 수 있다. 또 그린메탄올을 연료로 활용하는 내연기관이나 선박도 상용화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해운‧기자재·에너지 산업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먼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하는 수소 비용이 문제다. 그린수소를 활용해 만드는 그린메탄올, 그린암모니아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메탄올, 암모니아보다 서너 배는 비싸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저렴한 화석연료를 그대로 쓰면서 탄소부담금(Levy), 배출권거래제(ECTS) 등을 감당하는 것과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결국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개발은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선박 배출 온실가스 규제를 고려해, 탄소배출 규제가 조선‧해운‧기자재·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저탄소, 무탄소 순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 두 기술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브릿지 기술도 함께 개발되어 선박에 적용되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을 급격하게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규제를 만족하면서 선박을 운용할 수 있도록 화석연료에 탄소중립 연료를 혼소·혼유하는 기술이나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할 수 있는 선상탄소포집(OCCS, Onboard Carbon Capture System) 기술, 로터세일(Rotor Sail, 둥근 기둥 모양의 회전형 돛)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추진 보조기술 등의 개발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탄소중립 연료이면서 수소를 운반하는 캐리어로서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그린암모니아, 그린메탄올의 대량 해상운송선박, 연료주입(bunkering) 등과 관련한 안전성, 신뢰성 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다.

선박용 연료전지나 배터리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연료전지나 배터리의 신뢰성과 경제성이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어 이를 고려한 기술개발은 물론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친환경 선박 기술의 실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시험평가, 실증 기반 기술도 2025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Q. 선박용 연료로 메탄올이 부상하고 있다. 다른 연료(암모니아·수소·바이오연료 등)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나.

그린메탄올은 합성 과정에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어도 최종적으로는 탄소중립 연료로 취급된다. 암모니아, 수소, 바이오연료 등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 대체연료 해상실증선박(K-GTB) 조감도.(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그러나 암모니아의 경우 부식성을 고려한 연료공급장치, 내연기관 등 추진시스템의 신뢰성이 검증돼야 하고 활용 중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달하는 아산화질소(N2O) 처리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또 강한 냄새와 독성으로 거주지가 인접한 항만에서 벙커링 시 인근 주민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안전 확보 관점에서 선박을 이용해 해상에서 연료를 주입하는 등 기술적 대안도 수반된다.

수소의 경우 내연기관을 활용한 직접 연소용 연료보다는 연료전지를 활용하는 형태의 기술개발이 주로 진행되고 있다. 영하 162℃에서 액화되는 LNG(액화천연가스)보다 극심한 영하 253℃에서 액화되는 수소는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매우 높지만 단위 부피당 밀도는 반대로 매우 낮다. 또 단열 조건이 까다로워 연료탱크의 체적 관점에서 기존 선박용 연료보다 8배 큰 공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화물 적재나 여객 공간 확보가 어렵다. 연료전지의 낮은 경제성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바이오연료는 이미 육상에서 다양한 활용 사례가 있다. 다만 곡물 가격의 급격한 상승 사례 등을 감안하면 선박 연료 수요 급증 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바이오연료 활용과 관련해서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실제 선박에 혼유해 운용한 사례가 있다.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만 해도 연간 20만 톤 정도를 확보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바이오연료를 선박 연료유로 활용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선박 연료로 메탄올이 우선 적용되고 이후엔 암모니아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연료는 이중연료를 활용하는 선박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메탄올, 암모니아와 함께 활용될 전망이다. 수소연료의 활용은 연료전지의 신뢰성과 경제성 확보, 연료탱크 배치와 활용을 고려한 선박 설계기술 개발에 달려 있다.

다만 한 가지 연료가 해운업계 전체를 독점하는 형태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암모니아 운송선은 운항 중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가스를 활용하는 암모니아 내연기관을, 메탄올 운송선은 운항 중 발생하는 메탄올 증발가스를 활용하는 메탄올 내연기관을 채택하는 식이다. LNG 운송선이 LNG 추진시스템을 채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친환경 대체연료 해상실증선박 개념도(왼쪽), 친환경선박 실증 노선 예시.(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친환경 대체연료 해상실증선박 개념도(왼쪽), 친환경선박 실증 노선 예시.(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Q. 그린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술적인 어려움보다는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국내의 경우 생산 경제성 확보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메탄올과 암모니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린메탄올도 마찬가지다. 그린메탄올 생산 비용 중 85%가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 여건이 미국, 호주, 중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내의 경우 그린메탄올 생산 시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원료가 되는 그린수소 생산에 소요되는 전력 비용을 어떻게 절감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다. 또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이나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생산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그린메탄올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 기업, 기관을 아우르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그린수소나 그린메탄올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서 활용해야 한다. 그린메탄올의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자체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메탄올은 인체에 대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선박용 연료로 사용되는 메탄올은 한 번에 수천 톤 단위로 주입하는 벙커링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필수적이다. 또 메탄올을 해상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대량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Q. 암모니아 추진선, 연료전지 추진선의 개발 현황이 궁금하다. 상용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올해 MAN, WinGD 등 세계적인 선박용 엔진 제작사에서 암모니아 추진 내연기관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다. HD현대 등 국내 엔진제작사도 연구소, 대학 등과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HD현대가 암모니아 연료 활용이 가능한 이중연료 추진선을 세계 최초로 수주한 바 있다.

빈센은 선박용 연료전지를 만들어 싱가포르의 펭귄 터내서티(Penguin Tenacity)라는 화물선(로로선)에 설치해 운용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암모니아 생산 해상플랫폼 조감도.(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수소·암모니아 생산 해상플랫폼 조감도.(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메탄올과 마찬가지로 암모니아·연료전지 추진선박의 개발과 상업화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경제성 문제도 기술 발전과 탄소세 도입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기술의 실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형식승인 기준 마련이나 제도 개선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상황이다. 또 기술 선진국과 협력해 국제표준화를 준비하고,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 빨리 보급될 수 있도록 국제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Q. 친환경해양개발연구본부 친환경연료추진센터의 연구개발 진행 현황이 궁금하다.

친환경 연료로 추진되는 선박 기술개발은 모형시험 단계를 거쳐 실제 선박을 활용한 실증 단계까지 진행된다. LCA(Life Cycle Assessment, 전주기평가) 관점에서 보면 그린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같은 친환경 대체연료를 생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선박용 연료전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친환경 연료추진시스템을 탑재해서 운용하는 선박의 설계 및 안전성, 신뢰성 확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양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해양그린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된 그린수소를 활용해 해상에서 그린메탄올,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한 공정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또 국내 개발 친환경 선박 기술의 실용화에 요구되는 해상 실증·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확보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친환경 대체연료 실증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선박용 연료전지, 배터리 기술 등의 보급 확산 추세에 따른 선박의 전동화를 고려해 세계 최대 규모의 30MW급 전기추진시스템 시험평가 설비도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2050년까지 해양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의 시험평가와 실증을 지원할 수 있는 시험평가 및 실증 기반을 갖춰야 한다. 특히 25년 이상 된 선박의 수명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는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한 다양한 기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목포시에 건립 중인 연구거점 조감도. 이 곳에는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가 입주할 예정이다.(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전라남도 목포시에 1만 평 부지를 확보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해양탄소중립 실현에 특화된 연구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핵심기술 개발에서 육상 시험평가, 해상 실증, 실용화까지 전 과정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연구거점으로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가 입주할 예정이다.

한국전기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소와 유관 기관, 대학, 기업이 함께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공동 연구, 국제표준화를 위한 준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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