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이엔씨가 새만금산단에서 운영 중인 ‘합성가스화 기반 수소생산 실증플랜트’ 현장을 최초로 공개한다.
우석이엔씨가 새만금산단에서 운영 중인 ‘합성가스화 기반 수소생산 실증플랜트’ 현장을 최초로 공개한다.

밸브를 열자 배관에 달린 노즐이 흰 가스를 뿜어낸다. 여기에 라이터 불을 대자 곧바로 불이 붙는다. 

“이게 바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 합성가스입니다. 열분해·가스화 공정을 하나로 통합한 단일환원로를 적용해서 합성가스를 만들어낸 최초의 현장이라 할 수 있죠.”

우석이엔씨 김주섭 부사장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하루 1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로 10톤급 표준화 모델로 가기 위한 실증설비라 할 수 있다. 

“지금 보는 설비가 세 번째 시제품입니다. 300kg급 1세대, 500kg급 2세대에 이은 완성형 플랜트죠. 이 기술을 확보하느라 그동안 회사에서 자체 투자한 돈만 70억 원입니다. 경영진이 확신을 품고 추진한 사업이죠.”

환원로에서 나온 합성가스에 라이터 불을 대자 바로 불이 붙는다.
환원로에서 나온 합성가스에 라이터 불을 대자 바로 불이 붙는다.


‘2단 적층구조’ 적용한 단일환원로

우석이엔씨의 ‘합성가스화 기반 수소생산 실증플랜트’는 군산에 있는 새만금 국가산단에 있다. 초음파 계량기를 생산하는 우석에이엠테크 공장부지에 들어서 있다. 

지난 2015년에 설립된 우석이엔씨는 금호엔지니어링 건설사업부문을 모태로 한다. 건축, 토목, 에너지, 환경 플랜트 등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PM(프로젝트 관리), CM(건설사업 관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를 원유정제공정에 쓸 수 있게 됐어요. 폐플라스틱을 녹여서 액체를 만드느냐 기체로 만드느냐의 차이인데,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P2H(Plastic to Hydrogen)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아왔죠. 이를 위해서는 폐플라스틱을 가스화해서 합성가스를 얻는 원천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플라스틱을 1,30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수소(H₂)와 일산화탄소(CO)로 구성된 합성가스를 얻게 된다. 일산화탄소는 메탄올, 암모니아 등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고, 수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500℃ 증기를 산소와 함께 투입해 고온의 가스화 반응을 유도한다.
500℃ 증기를 산소와 함께 투입해 고온의 가스화 반응을 유도한다.

“플라스틱 원료를 어떻게 집어넣고, 반응기 온도를 몇 도로 해서 얼마나 많은 유량의 합성가스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입니다. 외부 공기 없이 압력을 가해서 일정하게 원료를 집어넣고 반응기 안에서 얼마나 많은 미연탄소를 제거해서 합성가스를 빼내느냐에 기술의 성패가 달려 있죠.”

PP(폴리프로필렌)나 PE(폴리에틸텐) 같은 재생플라스틱 소재면 모두 가능하다. 펠릿이나 플레이크 형태로 호퍼에 넣어두면 피더(Feeder, 원료공급장치)를 통해서 자동으로 원료가 투입된다. 

“반응기 형상을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내부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요. ‘2단 적층구조’로 하단에서 ‘열분해’가 되고 상단에서 ‘가스화’가 된다고 보면 이해가 쉽죠.”

2단 적층구조를 적용한 1톤급 단일환원로의 외부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2단 적층구조를 적용한 1톤급 단일환원로의 외부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우석이엔씨는 ‘2단 적층구조’를 통해 열분해와 환원이 포함된 가스화반응을 하나의 환원로로 구현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기술에 든다. 단일환원로에서 생성된 슬래그는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하단으로 자동 배출된다. 

우석이엔씨의 열분해·가스화 기반 합성가스 생산기술은 500℃ 고온증기와 산소를 투입해 가스화 반응을 유도한다. 작동 중인 환원로 내부온도를 보니 최저 1,376℃, 최고 1,577℃로 나온다. 우석이엔씨는 이를 견디기 위해 고순도 특수 알루미나 소재의 내화재를 자체 개발했다.

제어반을 통해 환원로 내부 온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제어반을 통해 환원로 내부 온도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내부의 불길을 막기 위해 10cm 두께의 내화재가 들어가 있어요. 99.6% 이상의 고순도 알루미나에 특수 물질을 첨가해서 만들었죠. 24시간 동안 연속운전을 해도 1년에 한 번(1개월)만 수리를 하면 됩니다. 통상 1,400℃ 이상 고온으로 운전을 하면 내화재 손상이 커서 6개월에 한 번은 손을 봐야 하죠.”

중간에는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40cm 두께의 내화단열재를 설치했다. 이 또한 자체 개발했다. 반응기 표면은 온도가 높아야 30℃ 정도로 뜨뜻미지근하다. 그만큼 단열이 잘된다는 뜻이다. 

“가스화되고 남은 회분이 마그마처럼 녹아서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이걸 냉각수로 식혀서 빼내게 되죠. 반응기 하단에 꼭지처럼 달린 슬래그 자동배출장치도 특허출원 중에 있습니다.”

반응기 하단의 슬래그 자동배출장치.
반응기 하단의 슬래그 자동배출장치.

우석이엔씨의 핵심기술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2단 적층구조를 적용한 단일환원로, 환원로 단열을 위한 고내열성 단열재, 반응기 하단의 슬래그 자동배출장치, 자동화 플라스틱 원료투입장치가 그것이다.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게 소프트웨어죠. 환원로 내부온도를 고온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증기와 산소를 혼합해서 공급하는 자동제어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당연히 원료 투입량도 자동으로 조절이 됩니다. 간단한 조작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의 생산비율을 조정할 수 있죠.”

고등기술연구원·한전기술 손잡고 3세대 개발

우석이엔씨는 지난 2020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폐플라스틱 가스화 기술개발’에 나섰다. 2020년 후반 회사 내부에 개발팀을 꾸리고 플랜트를 짓기 시작했다. 가스화 기반 수소생산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천영진 부회장은 당시 사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국책과제로 추진해볼까 했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많더군요.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큰 자금을 들여서 기술개발에 도전하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으니까요. 처음엔 랩 스케일로 해서 300kg급으로 작게 시작했어요. 저기 옆에 보이는 500kg급 설비를 개발하면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고 할 수 있죠. 자체 기술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고기원, 한전기술과 손을 잡고 1톤급 설비 개발에 나섰습니다.”

고등기술연구원과 한국전력기술은 과거 태안에서 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기술개발과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고등기술연구원은 원료 투입, 환원로 개선·수선, 열교환기 관련 기술을 제공했고, 한전기술은 집진설비, 분리·정제 공정의 업무를 수행했다. 

우석이엔씨 김주섭 부사장이 가스분석기의 수치를 살펴보고 있다.
우석이엔씨 김주섭 부사장이 가스분석기의 수치를 살펴보고 있다.

미연탄소를 잡고 연료 투입 문제를 해결하면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 그렇게 나온 설비가 눈앞의 3세대 시제품이다. 지난해 11월 플랜트 완성 후 연속운전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

증기 투입 전에는 수소(H2)가 40.01%, 일산화탄소(CO)가 42.52%로 측정됐다. 
증기 투입 전에는 수소(H2)가 40.01%, 일산화탄소(CO)가 42.52%로 측정됐다. 

“ASG 10(Advanced Syngas Generator 10TPD)이라는 10톤급 설비를 상용화 모델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2월 중 표준설계를 공개할 예정인데, 여기에 필요한 운전데이터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죠. ASG 10을 모듈화해서 용량에 따라 하나씩 붙여서 가게 됩니다. 수소사업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연말 수소전문기업 인증도 받아둔 상태죠.”

하루 10톤급 상용화 모델의 경우 미연탄소제거장치에서 걸러지는 미연탄소를 환원로에 재투입해 탄소전환율을 95% 이상 높일 계획이다.

중국만 해도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인 석탄을 주로 쓴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고온으로 가열하면 액체나 기체로 분해해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다. 소각이나 매립에 드는 비용을 줄여 환경에 큰 도움이 되고, 연료유나 가스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탄소배출 저감기술로 관심이 큰 데다, 합성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면 수소충전소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공장 외부에 설치된 연소로를 점검하고 있다. 실증시설이라 합성가스를 태워서 없애게 된다.
공장 외부에 설치된 연소로를 점검하고 있다. 실증시설이라 합성가스를 태워서 없애게 된다.

“열분해유보다 열분해·가스화 방식을 통해 생산된 합성가스의 부가가치가 훨씬 크죠. 많은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가스화 기술에 도전하고 있지만, 결국 양질의 합성가스가 나오는 실물 플랜트를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로 기술력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어요. 합성가스 후단 공정, 즉 WGS(Water Gas Shift, 수성가스전환) 설비를 붙여서 수소생산량을 늘리거나 PSA(Pressure Swing Adsorption, 압력변환흡착)로 정제해서 고순소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붙여서 가면 됩니다. 여기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죠.”

김주섭 부사장은 “중국의 경우 석탄가스화를 통한 수소생산 기술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우석이엔씨 상하이 연구소를 통해 수소 분리·정제 공정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수소문해서 접촉하고 있다. 

ASG 10의 경우 시간당 1,300N㎥의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 합성가스로 하루에 수소 870kg, 일산화탄소 14.5톤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생산을 늘리기 위한 WGS 공정 적용 시 수소생산량을 하루 1.6~1.7톤(80% 전환효율 적용)까지 늘릴 수 있다.

“ASG 10을 5개 병렬로 연결해서 하루 50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어요. 내화재 성능이 좋아 1년에 한 번, 1개월의 오버홀(Overhaul) 기간만 반영하면 되기 때문에 설비를 순차적으로 쉼 없이 돌릴 수 있죠.”

지역에서 나는 폐플라스틱은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폐플라스틱 처리용량에 맞게 ASG 10을 구성할 경우 ‘분산형 수소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석이엔씨는 이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10톤·100톤 두 가지 사업모델 제시

우석이엔씨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10톤급 모델과는 별개로 100톤급 대형 플랜트 사업도 추진 중이다. 우선이엔씨는 이를 위해 일본을 대표하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와 손을 잡았다. 

“일본 가와사키에서 하루 200톤급 플랜트를 운영하는 J사와 NDA(비밀유지계약)를 맺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100톤급의 경우 하루 16톤의 수소생산이 가능하죠.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KIB플러그에너지와 업무협약도 맺었습니다. KIB가 산업용 열교환기 제작 전문업체이고, 우리가 가스화기 설계 쪽에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죠. 현재 100톤급 플랜트 사업을 경기도 화성에서 추진 중입니다.”

새만금 합성가스화 수소생산 실증플랜트 현장으로, 왼쪽의 반응기가 500kg급 2세대 시제품이다.
새만금 합성가스화 수소생산 실증플랜트 현장으로, 왼쪽의 반응기가 500kg급 2세대 시제품이다.

ASG 10는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100톤급은 거점형 수소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합성가스는 꼭 수소가 아니어도 메탄올이나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거점형의 경우 수요처의 요청에 따라 합성가스의 처리 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800만 톤이 넘는다. 하지만 재활용, 열분해유 사업 등 수요가 몰릴 경우 원료 확보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천영진 부회장은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밝혔다.

“KIB플러그에너지와 함께 아시아 3개국을 대상으로 폐플라스틱 펠릿 원료를 수입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연간 10만 톤 정도 수요가 있을 걸로 판단하고 있죠. 평택항으로 원료를 수입해서 필요한 만큼 쓰고, 다른 수요처에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요. 또 원료 다각화 측면에서 PP, PE 소재뿐 아니라 폐어구, 의료폐기물 같은 다양한 원료를 테스트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죠.”

공장 한쪽에 놓인 톤백에는 폐타이어 가루도 들어 있다. 이 또한 물성 테스트용이다. 

가스화 과정에서 공해물질이 나오면 후단에 처리 공정이 추가로 붙게 되고,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철저한 테스트 과정을 통해 원료 물성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후에야 사업화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시장의 전망은 밝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5년 3.6%(31만 톤), 2030년 10%(90만 톤)까지 확대 추진하게 된다. 또 2030년까지 전체 기초지자체(226개)의 20% 이상에 열분해 설비를 설치해서 운영하게 된다. 

톤백에 담겨 있는 폐플라스틱 펠릿 원료.
톤백에 담겨 있는 폐플라스틱 펠릿 원료.

환경부는 열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을 재활용 가능 유형으로 명시했다. 최근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하위법에 해당하는 폐기물관리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폐기물을 활용한 친환경 연료 생산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폐플라스틱 가스화 사업에 적극적이다. 우석이엔씨는 폐플라스틱 수입을 타진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서 그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폐플라스틱을 펠릿으로 가공한 걸 톤백에 받아서 원료를 공급하게 됩니다. 일일 10톤급 설비의 경우 장소에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공장에도 설치가 가능해요. 또 10bar 미만의 압력으로 운전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죠.”

우석이엔씨는 지난 4년간 동분서주하며 원천기술 확보에 매진해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청정에너지 사업으로 뚜렷한 명분이 있다. 기술분석, 원가분석을 통해 사업화에 대한 경제성도 확보했다. 

70억 원을 과감히 투자한 경영진의 결단, 연구진의 노고가 좋은 성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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