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국내 수소경제 역사에 획기적인 한 획을 긋는 해가 될 전망이다. 발전 분야의 탄소중립과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기 때문이다. 수소전기버스 보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천 등 3곳에서 연간 약 4만 톤의 액체수소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2024년 국내 수소경제의 관전 포인트를 2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주>

제주 행원 그린수소 생산 실증단지(3.3MW).(사진=제주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3년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수소·암모니아 혼합 연소발전 비중을 2.1%(수소 6.1TWh, 암모니아 6.9TWh)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전용 수소의 경우 부생수소, 추출수소 등의 그레이수소보다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의 청정수소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발전용에 이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산업용으로도 청정수소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 정책으로나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 개설과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으로 모아진다.


청정수소 제도 본격 시행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3년 6월 9일 수소 발전 입찰공고를 통해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제도로, 구매자인 한전과 구역전기사업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고려해 산업부가 고시한 바에 따라 수소 발전량을 구매해야 하고, 공급자인 수소 발전사업자는 구매량에 대한 경쟁 입찰을 통해 수소 발전량을 구매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삼척 수소생산기지 수소추출기.

지난해 처음 개설된 입찰시장은 일반수소발전(1,430GWh)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총 24개(상반기 5개, 하반기 19개)의 발전소가 최종 낙찰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2030년 누적 13TWh를 목표로 하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도 개설될 예정이다. 2027년 발전량부터 3,000~3,500GWh 규모로 신규 입찰을 하게 된다. 2027년부터 청정수소가 본격 유통되는 셈이다.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전체 수소 수요량(2030년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 중 발전부문은 2030년 353만 톤, 2050년 1,350만 톤으로, 발전용이 최대 수소 시장이다. 특히 전체 수소 수요량 중 청정수소 비중은 2030년 75%, 2050년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발전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청정수소 생산·공급을 위한 협력체계를 활발하게 구축하는 이유다. 삼성물산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최근 오만에서 발주한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사업권을 획득하는 등 많은 기업이 해외 청정수소 프로젝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현지 청정수소 생산시설 구축 시범사업도 올해 착수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해외 자원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민관 공동투자를 통해 유형별 대표 프로젝트(블루수소: 중동·연간 20만 톤, 그린수소: 동남아·연간 60만 톤)를 선정해 사업설계, 생산기지 건설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이 개설됨에 따라 청정수소 인증제가 시행된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지난 2023년 12월 18일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방안을 확정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활약이 기대된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3년 12월 ‘한국석유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CCS 사업과 수소·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블루수소 생산 과정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시설로 탈바꿈할 한국석유공사의 동해1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석유공사는 2022년 6월에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연간 12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CCS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다부처 국책연구과제인 이 사업은 울산 등 동남권 연안 산업단지의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동해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CCS 전주기(포집·수송·저장) 연계 통합 실증사업으로, 국내 최초 상용규모의 CCS R&D 사업인 동시에 블루수소 생산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초 이 사업은 연간 40만 톤으로 기획되었지만 규모를 120만 톤으로 확대했다. 총사업비가 1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국비가 5,000억 원 이상 필요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2023년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2021년 12월에 예타를 신청했지만 아직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 사업이 예타에 최종 통과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장기간 축적한 해외자원개발 및 원유 유통·비축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청정 수소·암모니아 도입·저장·유통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산유국, 석유회사 등 암모니아를 도입할 수 있는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석유비축기지, 알뜰주유소 등 향후 수소를 저장하고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롯데케미칼, 원익머트리얼즈 등의 기업들과 협력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주도는 구좌읍 행원리 일대에서 3MW 그린수소 생산·저장 실증사업을 진행 중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수소버스에 공급하고 있다. 3MW에 이어 12.5MW 실증사업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7월 30MW 실증사업에도 선정되어 2030년까지 50MW 생산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30MW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2030년부터 3,800여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 혼·전소 발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LNG 가스터빈 내 수소 50%, 석탄 보일러 내 암모니아 20% 이상 혼소를 위한 핵심부품 개발과 실제 발전소에 적용해보는 실증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당진 수소공장.


수소 수급 안정화 ‘주목’

정부는 올해 수소 수급 안정화에 크게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부생수소 공급 부족으로 강원, 충북 등 일부 지역 수소충전소에서 일시적으로 수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데 이어 2023년 11월에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수소생산설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중부지역(수도권, 충청권, 강원도) 일부 수소충전소에서 수급 차질이 발생해 수소차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산업부는 2022년 수급난을 반면교사로 삼아 2023년 2월에 ‘모빌리티용 수소수급협의체’를 발족했다. 올해도 수소 수급난이 발생한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모빌리티용 수소수급협의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수소 발전, 수소버스 보급 등으로 수소 물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장기 수소수급전망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2023년 3월 ‘수소수급실무위원회’를 발족했다. 기존 법정계획인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이 수소사업법 제정을 통해 수소수급계획의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이후 수소수급전망 등을 참고해 수소수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전기사업법 등과 같은 수소사업법 제정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사업법에는 생산·수출입 등 유통단계별 사업자 정의, 인허가 기준, 공급의무, 시설·안전 관리 등 사업자의 준수사항과 함께 발전·수송 등 분야별 수급계획 수립, 사업자별 생산·소비물량 보고, 검증 체계 도입 및 국가·민간의 비축의무 부여, 수소 가격안정 및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을 규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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