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 시험인증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산업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정수소 인증시험평가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수소 시험인증 인프라와 수소차 폐연료전지 시험인증 특화센터의 밑그림을 그리며 수소산업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시험인증 기관 등 수소산업 관련 인프라들이 많아지면 빠른 피드백이 가능해지고 수소기업이 시장에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어 KTR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KTR은 시험‧인증‧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험인증기관이다. 매년 약 47만 개의 시험성적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를 3만 개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강제인증(KC), 의료기기품질관리 심사(GMP), KS 인증, GS 인증, 온실가스 검인증, 제품 인증,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인증 등 모든 산업군에 연관된 인증·검사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헬스케어, 환경평가·환경보건·건설재료, 금속·소재·재료,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화장품 시험·검사, 신뢰성 평가, 방위산업 등 다양한 시험평가를 담당한다.

시험기관이라 하면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의 대표적 지표는 KOLAS로부터 받는 국제공인시험기관 자격 유무다. KTR은 국내 1호 KOLAS 탄소발자국 검증기관이며 지난 6월에는 국내 최초로 AI 신뢰성 KOLAS 공인기관으로 지정받았다. 한층 나아가 KOLAS 컨설팅도 진행한다. 측정불확도, 비교숙련도, 통계분석, 표준물질, 방법 유효화 등 전문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KTR에 근무하는 전문가가 실제 시험기술시스템에 대한 진단을 도와준다.
현재 세계 40여 국 180여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해외인증, 해외 화장품 인증, 의료기기 인허가 등 해외인증도 진행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글로벌 종합 인증기관인 GCB를 설립했다. 한국이 해외에 만든 최초의 종합인증기관이며 폴란드 인증컨설팅 기관인 MDRR과 합자해 출범했다. 유럽 CE인증을 직접 부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CE인증은 유럽 시장에서 제품이 유통·판매될 때 필요한 인증이다. EU 규정에 따르면 CE인증은 유럽 내 인증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이전까지는 유럽 인증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CE인증을 받아왔으나 유럽 기업이 아니거나 신규 회원일 경우 CE인증 획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GCB 설립으로 우리 기업들이 CE인증을 한층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KTR, 수소산업 지원 나서
KTR은 평가기관으로서 다져온 데이터베이스와 다양한 설비를 바탕으로 수소산업 지원에 나선다.

먼저 KTR은 수소차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 교체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차 연료전지 자원순환 시험인증 특화센터를 조성한다. KTR은 산업통상자원부 ‘2024년도 2차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 공모에서 ‘수소차 폐연료전지 자원순환을 위한 시험인증 특화센터 구축’ 사업이 선정됐다고 7월 23일 밝혔다.
2028년까지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수소차 연료전지 전주기 관리가 가능한 시험인증 기반시설을 만드는 게 골자다. 사용 연한이 경과한 수소차 폐연료전지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또한 수명예측 진단 모델을 개발하고 반납·수거 등의 전주기 관리제도를 마련한다. 자원순환을 위한 표준 제정 등의 사업도 수행한다.
특히 시험인증 특화센터에 오픈랩을 운영하고 자원순환을 위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
해당 센터는 부지면적 1만8,978㎥ 규모에 4개 동으로 조성되며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약 250억 원이 투입된다.
KTR 김현철 원장은 “센터는 국내 수소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에는 수소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와 수소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KTR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완주군 봉동읍 일대 수소 국가산단 내 3만3,000㎡ 부지에 2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고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소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한 시험인증 인프라를 마련한다.
복잡한 청정수소 검증도 맡아
KTR이 수소산업에서 맡은 가장 중대한 역할은 청정수소 인증시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국가마다 기준도 다르고 수소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시점에 규제가 엄격해지면 산업 자체가 침체될 수 있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평가과정도 마찬가지다. 엄격한 평가과정을 도입해 인증제를 공정하게 부여해야 한다. 또 청정수소 인증제를 기다리고 있던 기업이 많았던 만큼 빠른 결과가 필요하다. KTR이 시험인증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사실은 신속성, 정확성 등 다양한 면에서 시험평가 역량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KTR은 인증시험평가기관으로서 청정수소가 ‘진짜’ 청정수소인지 검증한다. 데이터의 완결성 검토, 현장 설계 심사, 전 과정 평가의 검증 및 생산량 등 주요 현장 데이터에 대한 심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또 평가 결과서도 작성한다. 그간 시험인증기관으로서 축적한 경험, 설비, 결과들을 활용해 청정수소 설비 심사·평가·검증에 관한 모든 사항을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우선 인증시험 평가 관련 설비 심사를 진행한다. 수전해, SMR 등의 설비에서 수소 혹은 수소화합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청정수소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를 증명해 청정수소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는 설비임을 확인하는 단계다. 세부 절차는 심사 접수, 심사 계획 수립, 신청자에게 계획 공지, 서류 및 현장 심사 등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수소 1kg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얼마가 나오는지를 확정한다. 이 값으로 결과 보고서를 작성 후 인증 운영기관(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제출하면 임무가 종료된다.

소요일수는 사전 검토를 통한 리스크 분석 후 산정된다.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심사 일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기본 심사 일수는 평균 8일이다. 시스템 경계가 확장되거나 CCS가 추가될 경우에는 추가로 심사 일수가 발생한다. KTR 관계자는 “9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류 심사는 크게 수소 생산 방식 및 구성, 설계 구성, 예산, 가동률, 원료 및 에너지원 종류, 단위 설비와 기타 유틸리티 설비 공정 흐름 및 시스템 경계 등으로 구성된다.
설계 심사의 경우 핵심인 설계 데이터를 토대로 물질 수지와 에너지 수지도 검토한다. 설계 심사에서는 운영·모니터링 계획의 적절성도 확인한다. 설계 데이터 기반으로 한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심사 범위에 포함된다.
KTR은 현장에서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때 나오는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심사도 진행한다. 설비 확인서의 등급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KTR 관계자는 “운영하다 보면 소재지 변경, 생산 설비 위치 및 능력 변경, 원료·연료의 구입처 변경 등의 변경사항이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설비 확인서와 내용이 달라지는데 상이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성을 확인하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