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관계자가 수소엔진발전기를 살펴보고 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가 수소엔진발전기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소 구성을 재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연료전지 발전소를 확대하고 있으나 높은 초기비용과 연료비, 주민수용성 문제, 낮은 기술적 성숙도 등 여러 한계가 드러나면서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화력발전소를 설계수명이 한참 남은 상태에서 폐쇄하면 구축하기 위해 투입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고 좌초자산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발전분야 탄소중립이 필수다. 이에 선택한 것이 바로 수소를 태우는 수소엔진이다.

수소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에너지효율과 에너지밀도가 높고 탄소배출량이 전혀 없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 대비 수소 100%를 연료로 활용해 1MW 발전용 수소엔진을 가동하면 연간 7,00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하다. 여러 기의 발전용 수소엔진을 병렬로 구성하면 발전량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수소엔진은 현존하는 엔진 관련 기술과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저순도 수소로도 구동할 수 있고 수소가격에 따라 수소와 천연가스의 혼소 비율을 조절하며 운전할 수 있어 경제성도 좋다.

이에 엔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발전용 수소엔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발전용 수소엔진 포트폴리오 ‘Ready for H2’.(사진=이니오)
발전용 수소엔진 포트폴리오 ‘Ready for H2’.(사진=이니오)

선두주자
발전용 수소엔진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이니오 옌바허(INNIO Jenbacher)’다.

이니오 옌바허는 지난 2000년 독일 북부에 설치한 파일럿 공장에서 100% 수소로 운영되는 150kW급 파일럿 엔진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2020년 독일의 한 에너지공급업체와 협업해 1MW급 가스엔진을 수소전소 또는 수소혼소 방식으로 운전하는 프로젝트를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와 함께 28개국에 설치된 90개 발전용 가스엔진의 수소혼소연료 가동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한 코크스생산공장은 12대의 옌바허 가스엔진을 70% 수소혼소연료로 8만 시간 이상, 일본의 한 업체는 2대의 가스엔진을 40% 수소혼소연료로 5만5,000시간 이상 가동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그린수소 42%를 혼합한 수소혼소연료로 1.4MW급 가스엔진을 7만 시간 이상 가동하고 있다.

이니오 옌바허는 이를 통해 지난 2021년 7월 발전용 수소엔진 포트폴리오인 ‘Ready for H2’를 출시했다.

이는 500~900kW의 출력을 가진 신형 가스엔진 기반 수소엔진이나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신형 가스엔진을 설치하는 솔루션과 현재 가동 중인 기존 가스엔진의 성능을 개량해 수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으로 구성됐다. 솔루션 모두 수소전소연료 또는 천연가스에 최대 25%의 수소를 혼합한 수소혼소연료를 사용한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2021년 11월 효성중공업은 ‘Ready for H2’를 활용해 울산에 있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 부생수소 100%로 가동하는 수소발전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양사는 발전용 수소엔진 실증 사업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발전용 수소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를 통해 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 중순 울산시 효성화학 용연2공장에 설치한 1MW급 발전용 수소엔진의 가동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발전용 수소엔진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발전용 수소엔진 포트폴리오 ‘Ready for H2’.(사진=이니오)
효성중공업 관계자가 발전용 수소엔진의 수소공급부를 설명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양사는 천연가스 등 가스엔진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발전용 수소엔진 개발 사업에서 자사는 수소생산기술과 전력인프라 기술을, 옌바허는 수소엔진 기술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전용 수소엔진은 컨테이너 타입으로 제작됐으며 엔진, 발전기, 펌프, 라디에이터, 환기팬, 소화시스템 등 운전에 필요한 여러 제품이 컨테이너 내부에 설치됐다. 이후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안전검사를 통과하며 상업운용을 허가받았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각종 설비가 유기적으로 동작해야 하는 만큼 시스템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고 신속하게 현장에 설치할 수 있도록 컨테이터 형태로 제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소엔진은 수소와 천연가스를 구분하지 않고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수소가격에 따라 수소혼소 비율을 조절하며 운전할 수 있다. 수소는 발전기가 설치된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하는 부생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개발 가속
HD현대인프라코어는 발전용 디젤엔진과 가스엔진을 기반으로 발전용 수소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유덕근 HD현대인프라코어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장은 “모빌리티용으로 개발된 11L 수소전소엔진(최대출력 300kW)을 프라임 및 상시발전용 250/200kWe급 엔진 발전기에 탑재해 발전용으로 확대 개발하고 있다”며 “동력계상에서 성능개발을 완료했으며 발전기 동체에 탑재해 안정된 조건의 발전 출력과 급부하 안정성 등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그 일환으로 8월부터 발전용 수소엔진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덕근 팀장은 “버스와 굴착기에 수소엔진을 탑재하는 시점을 조정하는 대신 발전용 수소엔진을 개발해 8월부터 자사의 군산 엔진시험동에서 관련 실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2리터급 중대형 전자식 발전용 디젤엔진 DX22.(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22리터급 중대형 전자식 발전용 디젤엔진 DX22.(사진=HD현대인프라코어)

해당 실증은 11L 200kWe급 수소전소엔진 프로토타입을 발전기 동체에 탑재해 성능,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군산 엔진시험동에 발전용 수소엔진 사이트 구축을 완료했다. 소내전력 인허가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실증을 진행한다.

또한 국산 발전용 수소엔진 실증사업 국책과제 수주에 나섰다.

이 과제는 수소전소엔진을 활용한 500kWe급 청정수소‧분산발전용 고효율 발전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실증하는 것이다. 실증이 완료되면 발전용 수소엔진의 사업성 분석과 함께 비상발전, 전력공급, 선박 이동식 충전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발전용 수소엔진 수요에 대응한다.

유덕근 팀장은 “급부하 운전이 가능하고 초기 구매비용, 유지비용 등 투자비용에 유리해 분산발전 및 청정수소발전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운영비용 측면에서 현재 청정수소가격보다 저렴해지면 수소엔진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적합한 용량의 수소엔진을 선정하고 관련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아울러 수소엔진 인지도가 낮은 만큼 강연회나 미디어를 통해 수소엔진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발전용 수소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사이 핀란드의 에너지 중공업 회사인 바르질라(Wärtsilä)는 6월 18일 세계 최초로 설치용량을 기가와트(GW)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발전용 수소엔진인 ‘바르질라 31’을 출시했다.

지난 2021년 수소엔진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출시한 해당 엔진의 특징은 설치용량을 기가와트(GW)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구성이 높아 100만 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시동 명령 후 30초 이내에 그리드와 동기화되고 연료 유연성을 통해 에너지 보안을 보장하며, 탁월한 부하 추종 능력과 높은 부품 부하 효율을 갖췄다.

바르질라 31은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됐다. ‘바르질라 31SG-H2’는 천연가스에 수소를 25% 혼합한 수소혼소연료와 수소 100%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전소연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바르질라 31-H2’는 수소전소연료 또는 천연가스전소연료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바르질라는 2025년부터 해당 엔진에 대한 주문을 받으며 납품은 2026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발전용 수소엔진 ‘바르질라(Wärtsilä) 31’.(사진=바르질라)
발전용 수소엔진 ‘바르질라(Wärtsilä) 31’.(사진=바르질라)

일본 미쓰비시의 자회사인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터보차저(이하 MHIET)’는 지난 5월부터 일본 사가미하라 공장에서 500kW급 6기통 발전용 수소엔진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발전기는 MHIET가 일본 산업과학기술원(AIST)과 4행정 가스엔진 GSR 시리즈를 개조한 단일 실린더 엔진으로, 수소전소연료를 안정적으로 연소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MHIET는 일본 3대 도시가스업체 중 하나인 도호가스와 열병합발전용 가스엔진을 도시가스에 수소 35%를 혼합한 수소혼소연료로 시험운전하는 프로젝트를 일본 최초로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MHIET는 수소혼소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500kW급 6기통 수소엔진발전기’ 시범운영을 수행한다.

시범운영 초기에는 도시가스로 가동해 발전기 상태를 점검하고 올해 안에 연료를 수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소로 전환한 후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려 연소 안정성, 성능, 신뢰성 등을 평가한다. 수소는 인근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공급한다. 이를 통해 이르면 2026년에 상용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500kW급 6기통 발전용 수소엔진이 설치된 장소.(사진=MHIET)
500kW급 6기통 발전용 수소엔진이 설치된 장소.(사진=MHIET)

수소 중심 무탄소전원 확대
지난 5월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하 전기본)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2038년까지 무탄소전원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발전의 LNG발전 전환을 유지하면서 2037~2038년에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12기를 수소발전, 양수발전 등 무탄소전원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반영했다.

만약 불가피하게 LNG 발전 등으로 전환하더라도 열공급 등 공익적 사유가 명확한 경우에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LNG로 제한해 화력발전의 총용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무탄소전원의 기술개발 속도를 고려해 2034년까지 LNG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으로 필요한 설비를 충당하고 그중 일부를 ‘수소혼소 전환 조건부 열병합발전’ 또는 ‘무탄소발전’ 물량으로 두고 차기 12차 전기본에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2035년부터 2036년까지 신규설비 1.5GW는 수소전소 등 다양한 무탄소전원 간의 경쟁이 가능한 무탄소 입찰시장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수소·암모니아의 발전 비중이 2030년 2.4%(15.5TWh)에서 2038년 5.5%(38.5T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같이 수소발전을 중심으로 무탄소전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소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수소엔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효성중공업 발전용 수소엔진에 수소(오른쪽)와 질소를 공급하는 배관.
효성중공업 발전용 수소엔진에 수소(오른쪽)와 질소를 공급하는 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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