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차 그린수소 생산시설 전경.(사진=Xinhua)
쿠차 그린수소 생산시설 전경.(사진=Xinhua)

중국산 수전해 시스템 품질 이슈로 인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의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삐꺽거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의 수소전문매체인 하이드로젠 인사이트(Hydrogen Insight)에 따르면 최근 시노펙은 중국 네이멍구에서 2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와 1개의 수소배관망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자회사인 '시노펙 신성 네이멍구 그린수소 신에너지 사업부'와 모든 지분에 대한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해당 사업부는 현재 중국 네이멍구 오르도스시에 26억 위안(약 4,935억 원)을 투입해 연산 3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오르도스 프로젝트’와 우란차부시에 200억 위안(3조7,868억 원)을 투입해 풍력발전으로 연간 1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란차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노펙의 얀샨 석유화학단지로 수송하는 400km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사업도 해당 사업부가 맡고 있다.

시노펙이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쿠차 그린수소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중국산 수전해 시스템 품질 이슈 때문이다.

쿠차 그린수소 프로젝트는 30억 위안(약 5,690억 원)을 투입해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쿠차시에 300MW급 태양광 발전시설과 260MW급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2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곳에 설치된 태양광모듈, 수전해, 수소저장탱크, 파이프라인 등 주요 장비는 중국기업이 공급했다. 특히 수전해의 경우 52기의 5MW급 알칼라인 수전해 시스템이 설치됐는데, 이를 코커릴 징리(120MW), 론지(80MW), 페릭(60MW)이 모두 공급했다.

생산된 그린수소는 배관을 통해 인근 지역에 있는 '시노펙 타헤 정제‧화학회사'의 정유공장으로 보내져 원유에서 황을 제거하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 사용된다. 이를 위해 해당 정유공장은 그레이수소 생산시설을 폐쇄했다.

시노펙은 지난 2021년 11월에 착공했으며 약 2년 만인 지난해 7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블룸버그NEF는 "쿠차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중국산 수전해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지난 6개월 동안 초기 목표 생산량 1만 톤의 20%인 2,00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데 그쳤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커릴 징리, 론지, 페릭은 전력공급량이 시스템 최대 출력의 30~100%이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수전해 시스템을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가동한 결과 50~100%에서만 수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예상보다 효율성이 낮은 것이다.

여기에 시스템 설계 일부에서 안전 기능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3개 업체의 수전해 시스템에 적용된 원자재, 내부구조 등이 같다는 것이다.

시노펙은 50~100%를 유지하고자 일부 수전해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설치용량의 약 3분의 1만 작동되면서 상업운전 개시 후 6개월 동안 생산된 그린수소가 초기 목표 생산량의 20%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시노펙은 공식 SNS를 통해 “쿠차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2023년 12월 21일까지 총 4,200시간 동안 원활하게 가동됐으며 생산된 약 2,000톤의 그린수소는 최종 사용자인 타헤 정제‧화학회사의 공장에 운송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타헤 정제‧화학회사의 공장이 용량 확장과 전환을 완료함에 따라 그린수소 수송량은 점차 증가할 것이며 2025년 4분기에는 수소 수송량이 연간 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NEF는 “시노펙이 쿠차의 문제를 타헤 정유공장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타헤 정유공장은 그동안 그레이수소를 생산·활용해온 만큼 초기 목표생산량인 1만 톤의 그린수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타헤 정제·화학회사 내부에서 원하는 만큼 수소를 공급받지 못해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미뤄볼 때 쿠차의 수전해 시스템 품질 이슈가 해결되기까지 18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품질 이슈로 인해 가뜩이나 열악한 쿠차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시노펙은 언제 완료될지 몰라 비용부담이 큰 오르도스 프로젝트와 우란차부 프로젝트를 매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주식거래소에 따르면 시노펙 신성 네이멍구 그린수소 신에너지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혀 없으나 총부채가 약 41만 달러(약 5억5,56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25년까지 연간 20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시노펙의 목표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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