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장재훈 사장(중앙)이 김창환 전무와 함께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8일(현지시간)에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Ease every way’라는 주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한 수소에너지 생태계,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반의 대전환이 불러올 인간 중심의 혁신 가치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진보된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 수소에너지를 활용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현대차 장재훈 사장의 말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과학과 휴머니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며 “현대차의 모든 기술적 진보는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청정수소가 모두를 위해, 모든 것에 에너지로 쓰이며,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수소 생산‧활용 연계한 ‘HTWO Grid 솔루션’

현대차는 PEM(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해왔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주춤해진 면이 있지만, ‘HTWO’라는 연료전지 브랜드까지 만들어 내연기관 엔진을 대체하는 전동화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는 수소 밸류체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의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는 수소 밸류체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HTWO Grid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는 그룹 내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생태계 전반을 그리드 관점에서 결합해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형상화하기 위해 2,006㎡(약 600평) 규모의 공간에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이 만들어갈 ‘인간 중심’의 미래에 대한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에 폐플라스틱이 용융, 가스화 등의 공정을 거쳐 수소에너지로 바뀌는 P2H(Plastic-to-Hydrogen)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했고, 중앙의 수소 전시물 섹션에 현대차,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그룹사의 주요 수소 실증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수전해 기술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 수소 유통과 물류, 암모니아운반선, 수소전기트램, 그린스틸, 수소전기트럭,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등 총 9개의 수소 실증 기술과 수소사업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의 ‘HTWO Grid 솔루션’은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을 연결해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대차는 수소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PEM 연료전지 기술의 강점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년 내 메가와트(MW)급 PEM 수전해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알칼라인 수전해 대비 PEM 수전해 수소 생산비용이 1.5배 정도 비싼 편이지만, 향후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부품, 생산 인프라 공용화를 통해 PEM 수전해 비용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기술을 공개했다.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의 경우 수자원이 제한적이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힘든 지역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은 크게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Waste-to-Hydrogen, W2H),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Plastic-to-Hydrogen, P2H)으로 나뉜다.

2023 H2MEET 전시회에 선보인 현대차그룹 부스로 P2E, 바이오가스 생산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2023 H2MEET 전시회에 선보인 현대차그룹 부스로 P2E, 바이오가스 생산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W2H는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같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정제해 바이오가스를 만든 후 이를 수소로 변환하게 된다. 이 방식은 지역 내 수소 생산 거점을 확보해 수소 운반‧저장 과정의 비용을 절감하는 분산자원의 이점이 크다.

두 번째 방식인 P2H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액체 상태로 녹여 가스화 공정으로 합성가스를 생산한 뒤 이를 정제해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 대량생산에 유리한 방식이다.

수소 그리드-모빌리티 패키지 전략

현대차그룹이 수소사회 구현,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선 배경에는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고서는 수소차 보급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통해 수소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수소 그리드’ 없이는 ‘수소모빌리티 패키지’ 제공이 어렵다는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프로젝트별 맞춤형 HTWO Grid 솔루션 확산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국내외 사업을 가리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진행 중인 민간 합작 프로젝트에서 W2H 생산 모델 중심의 HTWO Grid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소 솔루션 도입에 관심이 크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생산 거점인 서부 자바주에 적용되는 W2H 생산 모델 중심의 솔루션으로 지역 단위 에너지 자립 문제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W2H 생산 모델을 통해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활용한 소규모 수소 생산 허브 구축, 수소에너지 기반의 산업단지 조성을 계획 중인 인도네시아 사례를 아세안 지역, 나아가 전세계 탄소중립 지원 기술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수소전기트럭 실증도 주목할 만하다.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 Zero-Emission Regional and Drayage Operations with Fuel Cell Electric Trucks)’에 엑시언트 수소트럭 30대가 투입되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 정부의 수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청정수소 허브(H2Hub)’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H2Hub는 미 에너지부(DOE)가 자국 내 청정수소 시장 확대를 가속하기 위해 7개의 수소 허브를 선정해 연방정부 예상 70억 달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글로벌 e커머스 기업들과 협업해 탄소중립 물류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메타플랜트(Metaplant)가 건설되고 있는 조지아주와 사바나 지역에서 청정 물류 프로젝트(Clean Logistics Project)를 추진한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랙터를 물류에 도입하고 수소충전소 등을 함께 구축하게 된다.

(오른쪽부터) 현대차 김창환 전무,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 팻 윌슨, 현대차 장재훈 사장이 수소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오른쪽부터) 현대차 김창환 전무,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 팻 윌슨, 현대차 장재훈 사장이 수소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전환을 위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최종 사용자로서 연간 수소 소비량을 지난해 1.3만 톤에서 2035년까지 약 300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규모 수소 수요 창출은 현대차뿐 아니라 그룹사 전체 사업 부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도심 이동수단인 모빌리티에 데이터를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혁신’을 추진하면서 무탄소 연료인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H2)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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