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소 굴기’가 성공하면 샤오미는 수소전기차를 출시할까?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샤오미가 새롭게 출시한 전기차 SU7.(사진=샤오미)
샤오미가 새롭게 출시한 전기차 SU7.(사진=샤오미)

 샤오미의 전기차 SU7(Speed Ultra 7·중국명 ‘쑤치’)이 3월 28일 출시됐다.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일단 가격이 너무 좋다. 표준 모델을 21만5,900위안(약 4,000만 원)에 내놓으면서 화제를 선점했다. 출시 27분 만에 5만 대의 사전예약이 몰릴 정도로 중국 내 반응도 폭발적이다.

샤오미는 전자제품 업체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보조배터리, 전기포트, 공기청정기 등 해외직구 아이템으로 인지도를 넓혀왔다.

샤오미는 정치색이 덜한 중국의 대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질리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에 성능과 내구성이 좋았다. 백팩, 여행가방, 자전거 같은 공산품도 일정 수준 이상의 디자인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메이드인 차이나’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일조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진행한 SU7 프레젠테이션 현장에는 중국의 ‘전기차 3대장’인 웨이라이(NIO Weilai), 샤오펑(XPeng), 리샹(Li Auto)의 수장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첫날에 바로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현재 300∼400개에 이르는 신에너지차 기업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곳은 5∼8개로 본다.”

레이쥔 회장의 이 말은 아이러니하다. SU7의 탄생에 이들 전기차 업체들이 그동안 다져온 기술력과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작년 12월에 열린 첫 기술 발표회를 앞두고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빌딩에 이들 회사에 경의를 표하는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

샤오미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손을 잡고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연 20만 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할 방침이다.

인텔리전트에너지의 ‘연료전지시스템’

인텔리전트에너지(Intelligent Energy, 이하 ‘IE’)는 영국 러프버러에 본사가 있는 연료전지시스템 개발회사다. IE는 드론용 IE-SOAR 모델 외에도 승용차 시장을 위한 엔진 형태의 연료전지시스템 모델(IE-DRIVE)을 출시한 바 있다.

IE는 최근 최고출력 157kW급 IE-DRIVE 연료전지시스템의 실차 테스트 소식을 전했다. 넥쏘가 95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출력 면에 상당한 강점이 있다.

IE-DRIVE 시스템은 턴키 생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연료전지 스택뿐 아니라 전자제어장치, 열교환기, 주변장치(BOP) 등 일체형 모듈을 제공해 자동차 제조업체의 기술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인텔리전트에너지의 IE-DRIVE 100 연료전지시스템.(사진=Intelligent Energy)
인텔리전트에너지의 IE-DRIVE 100 연료전지시스템.(사진=Intelligent Energy)

IE는 이 연료전지를 중국 창안자동차의 SUV 차량에 장착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진행된 ‘ESTHER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총 2,220만 유로(약 333억 원)가 투입된 기술개발 사업으로 창안 UK R&D센터, 알렉산더 데니스(Alexander Dennis)가 함께했다.

IE에서 개발한 연료전지시스템을 창안의 SUV, 알렉산더 데니스의 버스에 탑재해 시험하고 향후 양산 차량에 적용하게 된다.

IE는 이 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지난 2018년 10월 중국 우한에서 산환그룹(Tri-ring Group), 하이너테크(Hynertech)와 자동차 시장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산환그룹은 둥펑, 지리자동차 등에 차축, 조향기 등을 납품하는 부품회사로 자회사인 후베이산환자동차를 통해 대형트럭도 생산한다.

하이너테크는 LOHC(액상유기물 수소운반체) 외에도 수소공급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9월 타이거 버스를 기반으로 LOHC 저장 방식을 적용한 수소전기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기자는 2020년 4월, IE의 최고영업책임자였던 리 주비(Lee Juby) 박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이런 답변을 보내왔다.

“우리는 고출력을 위해 독창적인 PEM 연료전지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음극 쪽에 물을 주입하고 이 물이 스택 내에서 증발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때 발생되는 수증기는 열교환기에서 응축되는데, 이 방식을 통해 전통적인 연료전지 냉각기와 비교해 20% 정도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또 연료전지 스택 자체가 경쟁업체 제품에 비해 작고 가볍다. 금속분리판 설계는 별도의 냉각판 없이 단일 분리판을 사용하고, 각각의 분리판은 전력 생산과 냉각에 사용된다.”

그는 IE가 보유한 기술의 장점을 두고 “같은 출력을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분리판을 써서 더 작은 크기와 부피로 만드는 단순 공정으로 저비용을 실현했다. 보조장치도 단순하고 가습기도 필요 없고, 최소한의 냉각수를 사용한 단일 냉각 루프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 후로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IE-DRIVE 제품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으려면 더 많은 차량에 장착되어 운행 데이터를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 그 시장으로 중국만 한 곳이 없다.

IE는 157kW급 시스템이 “30% 더 작은 열교환기로 자동차 제조업체에 패키징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무게와 부피를 줄여야 하는 UAM(도심항공교통) 시장에서 큰 장점이 된다. IE의 연료전지 기술개발 과정에 중국의 창안자동차가 연결된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창안자동차의 ‘샹그릴라 프로젝트’

중국 충칭에 기반을 둔 창안자동차는 베이징, 허베이, 허페이의 연구개발센터를 비롯해 이탈리아 토리노, 일본 요코하마, 영국 버밍엄, 미국 디트로이트 등에 디자인·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의 기술연구소를 통해 ‘ESTHER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할 수 있다.

창안자동차는 창립 160주년을 맞아 2022년 4월 13일 충칭에서 글로벌 파트너 컨퍼런스를 열고 ‘2050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밝혔다.(사진=창안자동차)
창안자동차는 창립 160주년을 맞아 2022년 4월 13일 충칭에서 글로벌 파트너 컨퍼런스를 열고 ‘2050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밝혔다.(사진=창안자동차)

창안은 지리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으로 위세를 떨쳤다. 1980년대에 일본 스즈키의 캐리(미니트럭), 알토(경차) 같은 소형차 기술을 기반으로 신차를 출시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2001년에는 포드 모터 컴퍼니를 합병하면서 창안포드자동차를 설립했고, 2009년에는 하페이자동차, 창허자동차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볼보 S40 세단을 처음 생산한 곳도 창안볼보였다.

창안자동차는 장바오린(张宝林) 전 회장의 주도로 2017년 10월 ‘샹그릴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전통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회사를 벗어나 자율주행, 스마트 기능을 갖춘 신에너지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적극적인 전략을 담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전기차,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77만7천 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창안자동차는 순수 전기, 플러그인 외에도 주행거리 연장형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계획을 명시하고 저탄소 차량(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억 위안을 투자하고, 1만 명에 이르는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업계와 기술 제휴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언급된 회사의 면면을 보면 웨이라이(전기차), 보쉬(자동차 부품, 독일), 닝더타임즈(CATL), 디디그룹(차량공유 업체) 외에도 바이두, 알리, 텐센트 같은 중국의 대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홍장의 ‘양무운동’

이홍장은 청나라 말기를 대표하는 관리로 조선에서는 북양대신으로 통했다. 그는 만주족을 멸하고 한족을 부흥시키자며 일어난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면서 정계의 실권을 잡았다.

1882년 조미통상조약을 중개하면서 서태후의 지지를 받았고, 아시아 최초의 근대화 운동인 양무운동을 이끌며 아시아 최강이라는 북양함대를 조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1896년 영국 방문 중 솔즈베리 총리(왼쪽)와 함께한 73세의 이홍장(1823~1901). 청일전쟁 패배 이후 평화를 호소하는 외교사절로 서구 열강을 순방했다.(사진=위키백과)
1896년 영국 방문 중 솔즈베리 총리(왼쪽)와 함께한 73세의 이홍장(1823~1901). 청일전쟁 패배 이후 평화를 호소하는 외교사절로 서구 열강을 순방했다.(사진=위키백과)

창안자동차의 전신인 상하이양포국(上海洋炮局)을 1862년에 세운 사람이 바로 이홍장이다. 포탄과 탄약을 만드는 군수기업으로 출발했다. 3년 뒤인 1865년에는 이홍장이 양강총독 자리에 오르면서 난징으로 자리를 옮겨 진링제조국(金陵制造局)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다 1937년 중일전쟁 때 공장을 충칭으로 옮겼다.

이홍장은 러시아를 이용해 영국 세력을 견제하려 했고, 이를 위해 해군의 힘을 키우는 데 힘썼다. 하지만 청일전쟁에 패하며 그 영향력을 잃고 실각했다.

당시 청나라군의 무기가 일본보다 우세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청군의 계급 체계나 조직은 명나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전근대적이었다.

중국공산당 집권 후에도 이홍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양무운동의 핵심은 서구 문물을 수용해 부국강병을 이루는 데 있다. 체제 변화 없이 경제발전에 방점을 두고 전략 산업의 ‘기술 굴기’에 매진해온 당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

중국은 첨단 기술을 받아들여 융합하고 이를 제조업, 유통(전자상거래) 등에 접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뛰어나다. 중국은 캐나다의 연료전지 기술을 들여와 상용화했다. 시노하이텍의 경우 2021년 도요타와 합작회사인 ‘화펑 연료전지유한공사(FCTS)’를 설립했다. 또 현대차, 인텔리전트에너지 등 연료전지 기술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창안자동차는 중국의 국유기업이다. 미국의 제재로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화웨이가 작년에 스마트카 사업을 넘긴 곳이 바로 창안이다. 빨간 딱지가 붙은 화웨이보다는 민간기업으로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샤오미가 전면에 나서 ‘전기차 강국’의 면모를 알리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중국 충칭에 있는 창안자동차의 공장 전경.(사진=창안자동차)
중국 충칭에 있는 창안자동차의 공장 전경.(사진=창안자동차)

이 점에서 중국의 대응은 유연하다. 중국이 전기차처럼 연료전지 기술의 대중화 시점을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이 기대감의 절반은 두려움에서 온다. 기술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하는 순간 레이쥔 회장의 입에서 나온 ‘전장’이 AR(증강현실)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자강(自强)하려면 앞서 경계하며 방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짜 싸움은 시장에서 벌어진다. 16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양무(洋務)’와 ‘굴기(堀起)’란 단어를 가만히 곱씹어보다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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