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가 제작한 SOFC.(사진=Bosch)
보쉬가 제작한 SOFC.(사진=Bosch)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Bosch)는 2023년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보쉬 테크 데이 2023’에서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수소기술 개발에 25억 유로(약 4조 원)를 투자해 2030년 수소분야 매출액을 50억 유로(약 8조 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보쉬는 1964년부터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확인해오다 1968년 실험실용 연료전지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그러나 수소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생성된 데다 사용된 천연가스의 에너지 밀도가 수소보다 훨씬 낮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상용화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료전지 가능성에 대해 계속 연구해오다 2004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연료전지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요한 구성 요소이자 수소에 결합된 재생에너지를 다시 전기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 수소의 에너지 밀도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보다 높고 연료 보급 시간이 짧으며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보쉬는 스택, 공기압축기, 제어장치 등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되는 모든 부품을 제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쉬는 지난 2022년 차량용 PEM 연료전지 양산을 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PEM 수전해 프로토타입 스택을 제작했다.

보쉬는 건물용 연료전지 개발에도 착수했다. 건물용 연료전지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기반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SOFC의 효율이 최대 90%에 달하는 데다 전기와 열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소차가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천연가스나 바이오메탄으로도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연료유연성이 높다. 

이에 보쉬는 기능성과 수명이 최적화된 SOFC를 양산하기 위해 스택에 사용되는 강철의 내식성을 조사하고 셀 내 기능성 층을 생산하기 위한 혁신적인 공정과 셀의 운반체인 금속 기판을 위한 고속 레이저 드릴링 공정 등을 개발해왔다.

특히 SOFC의 핵심인 스택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SOFC 분야 선두주자인 영국의 세레스파워와 파트너쉽을 맺고 900만 파운드를 투입해 세레스 지분 4%를 확보했다.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17.4%에 달한다. 이를 통해 양사는 SOFC 기반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밤베르크, 훔부르크, 레닝엔, 슈비베르딩겐 등 독일 곳곳에 설치해 운영해왔다.

SOFC 기반 건물용 연료전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던 보쉬가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보쉬 생산공장 라인 전경.(사진=보쉬)
보쉬 생산공장 라인 전경.(사진=보쉬)

“시장 형성되지 않아 개발 중단”
20일 보쉬는 “PEM 수전해 개발에 더 집중하고자 SOFC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전원 공급 시스템의 산업화 및 생산준비와 관련된 운영이 중단될 예정”이라며 “SOFC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작업은 연구부서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쉬가 SOFC 개발을 전면 중단한 것은 연료전지 발전 시장이 아직도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쉬는 “지난 10년 동안 파트너와 협력해 100개 이상의 SOFC 파일럿 시스템을 운영, 높은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달성했다”라며 “그러나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수소를 전기로 전환하는 데 아직 우선순위가 부여되지 않는 등 시장이 예상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더 많은 엔지니어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상업적 타당성을 상당히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실례로 지난해 4월에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그룹의 이사회 의장인 스테판 하퉁(Stefan Hartung) 회장은 “우리는 지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중국 충칭에서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을 시작했다”라며 “보쉬는 향후 10년까지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큰 성장을 기대하지 않으며, 초기에는 중국이 가장 큰 수소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보쉬와 세레스파워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22년부터 2년간 중국의 웨이차이 파워와 3천만 파운드 규모의 계약을 협의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보쉬는 세레스파워와의 파트너쉽을 종료하고 세레스파워 감독위원회에 파견된 보쉬 대표가 즉시 물러난다. 또 세레스파워에 대한 소수 지분을 비핵심 금융 투자로 취급하고 향후에 지분 매각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쉬는 SOFC 개발 부서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현재 약 55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고하거나 수전해 시스템 개발 부서로 이동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SOFC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PEM 수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23년 가을 1.25메가와트(MW)급 스택을 파일럿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대량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수소엔진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보쉬는 수소엔진이 도로의 화물 운송을 탈탄소화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강조하며, 이 기술의 시장 가치가 2030년까지 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PEM 연료전지 스택을 적용한 수전해 모듈.(이미지=보쉬)
PEM 연료전지 스택을 적용한 수전해 모듈.(이미지=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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