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의 도전이 시작됐다. 수소엔진 개발이 한창인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군산엔진연구동을 찾았다.

[토토 사이트 성재경 기자] 새만금방조제로 넘어가기 전이다. 군산산업단지에 내려앉은 하늘은 겨울의 초입을 닮은 시린 파랑을 하고 있다. 입동 언저리에 HD현대인프라코어 군산공장을 찾았다. 큰길 건너에 타타대우상용차의 간판이 보인다. 

HD현대인프라코어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의 박윤섭 책임연구원을 따라 엔진실로 향한다. 문어다리처럼 뻗은 배관의 중심에서 수소엔진이 약동한다. 클레이 사격장에서 쓸 법한 두툼한 귀마개 안으로 6기통 엔진의 그르렁거림이 진동으로 전해진다. 

‘God Bless HX12.’ 

터보차저용 공기 입출구 파이프에 누군가 신의 축복을 기원하며 적어둔 펜글씨다. ‘HX12’는 이 6기통 심장에 붙은 이름이다. 연료만 다를 뿐 엔진의 작동 방식은 여느 내연기관과 동일하다. 점화플러그의 불꽃이 수소를 폭발시켜 실린더 내부의 피스톤을 힘차게 밀어내는 중이다.
 
국책과제로 11L급 수소연소엔진 개발 중
수소엔진을 돌리려면 수소연료가 필요하다. 박윤섭 책임이 엔진연구동 뒤편으로 안내한다. 지난 10월에 완공했다는 수소공급시설에 튜브트레일러 한 기가 놓여 있다. 

“허가를 받아서 설치하는 데 4개월 정도 걸렸어요. 튜브트레일러 하나에 수소를 가득 채우면 300kg 정도 되죠. 이 수소를 순차적으로 감압해서 원하는 압력으로 엔진에 공급하고 있어요.”

수소로 가득 찬 튜브트레일러 한 기로 15시간 정도 운전할 수 있다. 튜브트레일러 두 기를 연결하면 24시간 연속운전도 가능하다. 

“이번 과제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기계연(한국기계연구원)에 동일한 HX12 엔진이 들어가 있어요. 기계연에 있는 테스트 시설의 수소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연구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연구동에 자체 수소공급설비를 마련했어요. 지금은 안정화가 돼서 과거에 일주일이나 걸리던 테스트를 반나절이면 소화할 수 있죠.”

계단을 올라 2층 연구실로 향한다. 왼편에 붙은 큰 유리창으로 1층 엔진실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팀원들이 눈앞에 빼곡한 모니터로 엔진의 연소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 박윤섭 책임연구원(맨 뒤)이 모니터를 보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2020년부터 수소연소엔진 개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왔다. 2021년 말에 수소엔진 개발에 뛰어들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국책과제를 제안하면서 ‘건설기계용·상용차용 300kW급 Zero-CO2 수소연소엔진 시스템 및 저장 공급계 개발’ 과제가 본격화됐다. 

▲ 수소엔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면서 연소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버스용으로 개발된 CNG엔진(GX12)을 기반으로 11L급 수소연소 HX12 엔진을 개발해왔다. 내년 2분기에는 이 엔진을 장착한 타타대우상용차의 맥쎈 카고트럭이 나올 예정이며, 3분기에는 광역버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또 4분기에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30톤급 크롤러 굴착기에 장착해 실증에 나선다.

인천에서 근무 중인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의 유덕근 팀장이 인터뷰를 위해 군산을 찾았다. 그는 지난 3월 미국 LA에서 열린 ‘콘엑스포(ConEXPO) 2023’의 현장 분위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건설기계·엔진의 새 브랜드인 디벨론(DEVELON)을 론칭하면서 HX12 엔진을 최초로 공개했어요. 글로벌 경쟁사들이 콘엑스포 현장에 자체 개발 중인 다양한 수소연소엔진을 선보였죠. 내연기관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무탄소 연료인 수소에 적응해야 합니다.”

▲ 유덕근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장은 “올해 수소엔진 성능 개발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수소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콘엑스포에서 커민스(Cummins)는 6.7L와 15L 수소엔진을 선보였다. 도이츠(Deutz)는 7.8L 엔진, 리페르(Liebherr)는 9L와 12.5L 엔진, JCB는 4.8L 엔진, 구보다(Kubota)는 3.8L 수소연소엔진을 선보였다. 

“HX12는 300kW 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배기량으로 나눈 비출력(比出力)이 리터당 27kW로 동일한 포트분사(Port Fuel Injection, PFI) 방식을 적용하는 경쟁사 사양 대비 10~30%의 비출력 우위를 보이고 있죠. 과제에 적시된 엔진 효율은 43%를 목표로 합니다. 동급의 디젤·가스 엔진과 비교해서 동등 이상의 효율이라 할 수 있죠.” 

미래동력시스템개발팀은 수소연소엔진 개발을 위해 인젝터와 레귤레이터, 점화플러그와 코일을 새로 바꿨고, 레일 일체형 흡기 매니폴드를 새롭게 장착했다. 또 수소용 엔진 부품을 제어하기 위한 ECU(전자제어장치)를 새로 개발했다. 

성능 목표 달성을 위해 부품을 변경해서 적용한 곳도 있다. 가변 형상 터보차저(VGT)를 개선해서 적용했고, 극소량의 배기가스(NOx)를 제로 수준으로 처리하기 위한 후처리 시스템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적용했다. 

군산엔진연구동 회의실로 이동해 유덕근 팀장과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서 담았다.
 

캐나다의 웨스트포트 같은 회사는 HPDI 방식의 수소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직분사 방식의 엔진과 어떤 차이가 있나?
직분사(Direct Injection) 엔진은 엔진의 실린더 안으로 연료를 바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GDI엔진이나 LPDI엔진이 여기에 든다. 압축·착화를 하는 디젤엔진은 DI엔진에 인젝터 하나만으로 가능하지만, DI가스엔진은 인젝터와 점화플러그를 연소실 내부에 장착해야 한다. 기존 디젤이나 가스엔진을 기반으로 엔진을 구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우리는 포트분사(PFI) 방식을 채택했다고 할 수 있다. PFI가 직분사 방식에 비해 출력이나 토크는 좀 떨어지지만 부품 안전성이나 내구 면에 큰 이점이 있다. 

향후 40~50bar의 저압으로 수소연료를 공급하는 LPDI(Low Pressure Direct Injection) 방식의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 있다. 다만 부품업체의 개발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양산단계로 넘어가기까지 3~4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300bar 정도 고압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HPDI(High Pressure Direct Injection) 방식은 디젤 연료를 함께 분사해서 압축·착화 방식으로 발화한다. 그래서 점화플러그가 필요 없다. 고압이라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100% 친환경 연소로 볼 수 없고 연료통도 두 가지를 써야 해서 선호하지 않는다. 

그간의 엔진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이번 과제에 여러 업체와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걸로 안다.
올 3월에 프로토타입 엔진을 내고 나서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첫 번째 엔진 점화가 이뤄졌다. 수소공급설비를 보유한 한국기계연구원 엔진동력계에서 초기 성능개발을 함께 진행했다. 1차 성능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연소계 핵심 부품의 수소엔진 연소 특성을 파악했고, 중앙대와 함께 개선점을 보완해가면서 성능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 귀마개를 착용한 엔지니어들이 HX12 엔진의 동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테너지(Tenergy)는 타타대우의 카고트럭을 대상으로 고압수소탱크, 공급계의 탑재 설계를 완료하고 수소공급계 제어기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이후 탑재 예정인 30톤급 굴착기를 대상으로도 탑재 설계를 진행 중이다. 타타대우는 경쟁력 있는 수소엔진 상용차 개발을 위해 5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수소탱크(700bar) 탑재를 위한 차량 레이아웃 설계, 수소엔진 성능과의 최적 파워 매칭을 진행하게 된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3.4L 소형엔진을 대상으로 수소엔진의 연소특성을 파악하고 소형수소엔진 성능 잠재력을 검증하고 있다. 주관기관인 HD현대인프라코어, 수요기업인 타타대우를 비롯해 총 6개의 참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 중이다.

수소엔진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더불어 현재 진행 상황도 궁금하다.
초기 점화 이후 엔진의 스피드와 출력을 올리자 수소연소 특성상 우려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기점화(Pre-ignition), 역화(Back Fire), 노킹(Knocking) 같은 이상연소가 발생되면서 각 구성품 간 제어가 원활하게 유지되지 않았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술 자료를 검토해서 개선이 가능한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한 교정·보완 작업을 수행했다. 개선품을 적용해서 안정화를 이뤄내기까지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현재는 목표 출력까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10월 이곳 군산연구동에 수소공급시설과 수소엔진을 테스트할 수 있는 동력계를 마련하면서 성능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조기점화, 역화 문제는 완전히 해소가 됐고, 안정된 연소를 바탕으로 목표 성능(토크 1,700Nm, 출력 407마력)을 만족하고 있다.  

▲ 지난 10월 군산엔진연구동 뒤편에 수소공급설비를 마련했다.

경쟁사의 경우 조기점화 해소,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xhaust Gas Recirculation, EGR)를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엔진 출시 이후 품질 이슈 등을 고려해 EGR 시스템을 애초에 배제했다. 배기가스 대부분이 물이라 EGR 쿨러 등에 수분흡착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EGR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로 조기점화 문제를 해소하면서 배기가스 저감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호에비거(Hoerbiger) 사의 인젝터가 엔진에 탑재된 걸로 안다. 수소연소엔진의 핵심 부품인 만큼 선정 과정이 까다로웠을 것 같다.
HX12 수소엔진 개발 시 가장 먼저 검토한 핵심 부품이 연료분사시스템이다. 수소연료분사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 경쟁력, 경쟁사의 수소엔진 적용 개발 경험, 양산 가능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을 내렸다. HX12의 출력 등 성능에 맞는 초기 샘플 3가지를 받아서 성능, 연소안정성, 공회전에서 최대 출력까지 제어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최종 사양을 결정했다. 초기 200~300시간 사용이 가능한 1차 샘플을 보완해서 현재는 2차 샘플을 공급받아 내구시험을 병행하고 있다.

엔진 연소 효율 목표치를 43%로 잡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내연기관 효율을 보면 가솔린엔진이 30% 후반, 디젤엔진이 40% 초반으로 나온다. 이번 수소엔진 개발 목표는 디젤엔진과 동등 수준인 43% 이상을 목표로 한다. 현재 목표 출력 300kW를 포함한 전구간 성능을 만족했고, 시험 결과 44%의 최대 엔진 효율 결과를 도출했다. 무탄소배출 및 제로 수준의 배기가스 검증, 실차 탑재를 위한 동적특성 성능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은, 배터리와 연동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개발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솔린엔진에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디젤차보다 효율 관점에서 동등우위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엔진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할 경우 내연기관에서 꿈의 효율로 통하는 50%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 박윤섭 책임연구원이 엔진 상단의 점화플러그를 살펴보고 있다.

고순도 수소를 쓰는 수소전기차와 달리 내연기관차는 저순도 수소를 쓸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이 됐나?
저순도 수소의 수소엔진 활용도는 이미 산학연 등 수소엔진 연구에서 확인된 사항이다. 98% 이상의 순도에서는 출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걸로 나온다. 추후 엔진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에 적용해서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 6기통 실린더에 총 6개의 점화플러그가 꽂혀 있다.

초기에는 고순도 수소(99.97% 이상)를 공용화해서 같이 쓰면서 수요와 공급을 늘려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HX12 수소엔진 역시 현재 고순도 수소를 공급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수소엔진차의 시장 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수소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면 주유소에서 일반유와 고급유를 구분해서 팔 듯, 저순도 수소를 따로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저순도 수소를 활용한 발전용 수소엔진 개발도 진행 중인 걸로 안다.
그렇다.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순도 수소를 배관으로 받아 발전에 활용하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7월 한국동서발전과 ‘수소전소엔진 발전기 개발 및 사업화 공동추진’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내년 2분기에 동서발전 부지에서 부생수소를 활용해 수소전소엔진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한 상시발전용(200kWe) 수소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수소발전에 가스터빈, 연료전지와 더불어 수소엔진이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내년에 시작되는 실증은 트랙레코드 확보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진입을 위해 450~500kWe 상시발전용 22L 수소전소엔진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 수소엔진 공급 압력에 맞춰 수소를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빌리티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레트로핏(Retrofit, 개조) 시장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수소충전소 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운행 차량을 늘리는 게 최선이다. 시중에 운행 중인 CNG버스의 엔진을 수소엔진으로 교체하면서 기존 탱크를 수소탱크로 변경하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경제적으로 탄소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향후 개발 일정이 궁금하다.
올해 말까지는 수소엔진 성능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성능 개발을 마친 엔진을 타타대우상용차에 공급해 국내 최초로 수소엔진이 탑재된 6×4 카고트럭을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물론 차량 탑재 초기에는 수소탱크와 공급계, 수소엔진과 차량의 매칭에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HD현대인프라코어의 엔진 개발 경험과 노하우, 타타대우의 엔진 탑재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트럭에 성공적으로 탑재하고 나서 버스, 건설기계 쪽에 순차적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엔진과 관련해서 국내외 협업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좋은 소식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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