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 꿈이었던 것이 함께 있을 때 희망이 되었다. 희망찬 꿈과 꿈같은 희망”.

국내 최대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인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S-Oil의 공덕 사옥 글 판에 걸려 있는 이정 시인의 시구절이다.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CH2CH2)은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볏짚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생산도 가능한데, 최근에는 ‘Alcohol to Jet(AtJ)’라는 공정을 통해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합성할 수 있는 원료로 고려되기도 한다.

영화 백투더퓨처가 그린 미래에서는 타임머신 자동차가 남은 음식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은 그 꿈같던 미래가 진부한 과거가 되어 항공업계까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HEFA 공정으로 생산한 SAF를 연료로 혼입해 사용하고 있다.

SAF 수요 확대  

SAF 시장은 예측된 수요로 공급이 자연스럽게 따라온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연료(Jet fuel)보다 경제성이 부족해 기술발전을 위한 동력이 부족했으나 명확한 규제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항공유’란 이름을 달고 시장의 수요에 응답한 경우이다. 

SAF 생산방식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 기반의 HEFA(Hydroprocessed Easters and Fatty Acids) 공정과 AtJ(Alcohol-to-Jet) 공정, 그리고 그린수소 및 포집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수 있는 FT(Fischer-Tropsch) 공정과 PtX(Power-to-X) 공정이다. 다만 ASTM(미국시험재료협회) 규격인 ‘D7566’에 따라 지금까지 사용이 승인된 SAF 공정은 바이오매스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HEFA, FT, AtJ뿐이다. PtX 방식의 그린수소와 포집 이산화탄소 합성공정은 아직 개발단계로 인증 전에 머물러 있다.

ASTM에서 허용하는 SAF의 혼입 비율은 현재 기준으로 최대 50%이다. 지금으로서는 폐식용유를 활용하는 HEFA 공정이 가장 주요한 SAF 생산공정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SK에너지가 2024년에 선제적으로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기존 설비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연간 10만 톤 규모의 SAF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유럽 수출까지 이뤄낸 바 있다.

EU는 SAF 혼입 의무화 비율을 2025년 2%에서 2030년 6%, 205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보잉(BOEING)은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서 2030년을 SAF 공급의 임계점으로 언급한 바 있다. 2050년 SAF 연간 수요의 약 10%가 2030년부터는 시장에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SAF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10배 증가하고, 2030년부터 2050년까지 20년간 다시 1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보고서(2025년 6월)는 올해 필요한 항공연료 수요량 3억1,100만 톤 중 최대 약 0.7%인 200만 톤 미만이 SAF 형태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2030년 기준 바이오매스 기반의 SAF에서 HEFA 공정이 차지하는 비율을 81%로 예상해 향후에도 HEFA가 SAF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팅컨설팅그룹(BCG)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기반의 SAF 공급은 2030년 기준 약 900~1,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의무혼합 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수요를 초과한 수치다. 더욱이 HEFA 공정의 원료인 폐식용유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인데, SGS INSPIRE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표된 생산용량만으로도 연간 총 3,500만 톤에 이르러 향후 글로벌 공급과잉마저 우려된다. 

다만 BCG는 1,200만 톤의 공급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배출량 감축을 이행하기 위해 제시한 목표치에는 30% 정도 부족한 것으로 언급했는데, 과연 의무범위를 넘어서 화석연료 기반 항공연료 대비 최소 몇 배 이상 비싼 SAF를 구매할 수요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린수소 사용하는 ‘e-SAF’도 필요 

보잉에 따르면 기존 항공연료의 원료채굴부터 항공운항까지 전 과정 배출량은 현 항공업계 기술 수준으로는 MJ당 90gCO2e이다. 이를 바이오매스 기반의 SAF를 혼입해 사용하는 경우 추후18~45g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향후 기술이 진일보한 발전을 거듭해 배터리 또는 수소엔진이 항공업계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으나 단위 무게당 에너지밀도와 연료 저장성을 고려하면 SAF가 아직은 항공분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항공분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SAF 수요량을 연간 5억 톤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가용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2050년에 공급할 수 있는 SAF는 80%에 미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기반의 SAF의 경우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항공운송활동그룹(ATAG)의 ‘Waypoint 2050’ 보고서(2021년)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바이오매스(폐식용유, 임업 및 농업부산물, 도시 고형폐기물 등) 기반 SAF는 연간 2억 톤인데, 2050년 기준으로도 2억 톤 수준으로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SAF 시장이 경제성 문제로 바이오매스 원료 기반의 바이오 SAF 위주의 성장이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확대에 따라 그린수소와 포집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PtX 공정 기반의 e-SAF 도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를 반증하듯 가격 측면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IATA는 PtX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e-SAF도 주요 SAF 공급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기술개발이 진행 중인데, 석유화학업계의 세계적 기술회사인 톱소(Topsoe)와 에너지기업 사솔(Sasol)이 2024년에 합작투자(JV)로 설립한 Jaffra를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e-SAF, 시장 진입하려면 

다만 e-SAF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격 동등성(Cost parity)은 차치하더라도 아직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항공유는 탄소량이 10~16개 전후의 사슬고리 형태의 탄화수소인 파라핀과 고리 형태의 탄화수소인 아로마틱의 혼합물인데, 그 조성비율에 있어 요구되는 품질기준이 까다롭기에 탄소량이 1개인 이산화탄소(CO2)와 수소(H2)를 원료로 적합한 품질의 항공유를 충분한 규모로 연속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수전해 기반의 그린수소를 원료로 사용 시 바이오매스에서 발생하거나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활용해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핀란드의 선도적인 SAF 기업인 네스테(Neste)의 전용설비 용량이 연산 50만 톤임을 고려하면 동일한 탄소함량 기준으로 50만 톤의 e-SAF를 생산하기 위해선 원료인 이산화탄소는 더 많은 양이 필요하기에 안정적인 이산화탄소 공급책을 마련하는 것도 향후 상업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문제이다.

보잉이 SAF 공급의 변곡점으로 언급한 2030년까지 아직은 여유가 있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최종 투자의사 결정(FID) 이후 상업생산에 필요한 3~4년의 구축 및 시운전 기간을 역산해보면 2030년 이후 e-SAF가 시장에 공급되기 위해선 늦어도 2026년에 FID가 완료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수요처 확보 등 FID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현재의 e-SAF 기술 수준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요구되는 시간표(time line)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많은 기관에서 예측하듯 2030년까지 중단기적으로 SAF 시장은 규제에 따른 수요량 대비 공급과잉 우려와 석유화학업계의 불황 등으로 e-SAF 기술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동력이 약해질 수도 있겠으나 바이오 SAF가 그러했듯이 규제 강화로 인한 수요 확대가 e-SAF의 시장진입 또한 이루어낼 것이라 기대해본다. 

다만 바이오 SAF가 코프로세싱을 활용해 의사결정 이후 단기에 시장공급이 가능했다면 e-SAF의 경우는 신규 설비투자로 인해 시장공급에 비교적 장기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BCG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AF 투자에서 많은 항공산업의 참여자들이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 자료가 언급하듯이 항공사 등 주요 수요처들의 확고한 장기구매 의사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탄소가격(Carbon pricing) 적용도 필요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이정 시인의 시편을 다시 복기해본다. 규제 시행에 편승해 시장진입에 성공한 SAF가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HEFA 외에도 Power-to-X 등과 같은 다양한 신기술이 조속히 시장에 진입해 잠재적인 공급량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Power-to-X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정책지원이 바탕이 되어 향후 SAF가 탄소중립 달성을 견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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