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 실증 장비.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 실증 장비.

환경부는 수소충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수소차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고자 지난 2021년부터 적자가 발생한 민간 수소충전소에 수소연료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액은 운영개선을 위한 사업자의 자구 노력을 이끌기 위해 총 적자의 80% 수준이다. 지원대상은 2021년 12곳에서 2024년 152곳으로, 지원예산은 82억 원으로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2023년부터 수소공동구매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수소유통전담기관에서 각 충전소의 수요물량을 모아 충전소를 대신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등 대량 구매 대행을 통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수소를 구매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민간 수소충전소의 적자 운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소차 보급을 늘려야 하나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수소전기차가 보급되기 전까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일환으로 수소충전소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셀프 충전시스템이다. 이는 인건비를 줄여 충전소의 수익성을 확대하고 수소충전요금을 낮춰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최근엔 수소충전소의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냉각 없이 충전 가능

냉각기, 압축기 등 각종 설비가 있는 수소충전소 기계실.
냉각기, 압축기 등 각종 설비가 있는 수소충전소 기계실.

부산 경마장을 지나 한 산업단지 입구에 내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운영하는 연구센터가 보인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3층짜리 신식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한국기계연구원 부산기계기술연구센터의 본관이다. 지난 4월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차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비압축성 유체를 활용해 수소 온도상승 현상과 충전 용기 내부 압력 증가를 억제하고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소 충전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현재 수소차 충전방식은 수소충전소 저장용기의 압력(약 900bar)과 수소차 저장용기의 압력(약 700bar)의 차이로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충전하면 저장용기 내부에서 짧은 시간 동안 기체의 압력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열역학에서 정의하는 단열압축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단열압축 현상은 디젤엔진의 압축착화 현상인데, 디젤엔진 실린더로 유입되는 공기의 경우 순간적으로 압축되어 그 온도가 발화점 이상까지 올라간다.

이로 인해 저장용기 내부 온도가 85℃ 이상이 되면 저장용기의 내구성이 약해져 누출 및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를 충전할 때 수소를 -40℃에서 –33℃ 사이로 냉각시켜 충전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저장용기의 과도한 온도상승을 제어한다. 이를 위해 수소충전소에 칠러가 설치되는 것이다.

고압수소 충전 중 저장용기 온도상승 방지기술을 개발한 연구팀의 책임자인 김대환 연구원은 “수소충전 시 온도상승 현상이 문제가 된다는 정보를 듣고 기체의 비체적을 유지(팽창 및 압축을 억제)할 수 없다면 온도상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액체와 기체를 교환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라며 “이 아이디어가 기계연에서 실시하는 창의도전과제로 선정돼 2년간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 개념도.(사진=한국기계연구원)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 개념도.(사진=한국기계연구원)

온도상승 5℃ 불과

김대환 연구원을 따라 본관 뒤편에 있는 연구동으로 간다. 

연구동 2층에 분홍빛을 뿜어내는 장비가 보인다. 연구팀이 제작한 ‘고압수소 충전 중 충전탱크 온도상승 방지기술’ 실증 장비다. 

장비는 2단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분홍색 케이스 안에 타입4 수소저장용기 4개와 압축공기, 물 등을 공급하고 회수하는 배관, 압력과 온도를 측정하는 기기 등이 설치됐다. 

원리는 먼저 우측에 있는 대형 저장용기(185L)에 압축공기를 주입한다. 이는 물을 주입하는 별도의 장치를 대체해 시스템을 간소화하기 위함이다. 

수소 역할을 하는 압축공기를 저장·공급하는 용기.
수소 역할을 하는 압축공기를 저장·공급하는 용기.

압축공기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이를 물탱크 역할을 하는 하단에 있는 저장용기(52L)로 밀어넣음과 동시에 상단 저장용기로 물을 밀어보낸다. 하단엔 2개의 저장용기가 있는데 이 중 하나는 예비용으로 사용된다. 

상단 저장용기(52L) 내부엔 용기 상부에서 물을 분수처럼 분사하는 장치가 설치됐다. 김대환 연구원은 “이는 유체 주입 시 잔여 수소의 압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도상승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분사된 비압축성 유체가 압축으로 인해 온도가 상승한 수소와 자연스럽게 열교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비압축성 유체로 물을 선택한 것은 연료전지 성능저하 방지를 감안한 것이다. 김대환 연구원은 “물과 아이오닉을 놓고 고민하다 물을 선택했다. 연료전지 멤브레인은 젖어 있어야 한다. 수소상용차의 경우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할 때 일부러 가습한다. 따라서 물을 작동 유체로 사용하면 연료전지의 고장을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을 저장·공급하는 용기. 2기 중 1기는 예비용으로 사용된다. 빨간색 원에 있는 빨간색 테이프는 최대 물 저장량을 표시해놓은 것.
물을 저장·공급하는 용기. 2기 중 1기는 예비용으로 사용된다. 빨간색 원에 있는 빨간색 테이프는 최대 물 저장량을 표시해놓은 것.

물이 상단 저장용기로 유입됨에 따라 내부 압력은 상승한다. 그 값이 목표값에 다다르면 대형 저장용기에 미리 저장해놓은 압축공기를 상단 저장용기로 주입하며 동시에 용기 안에 있던 물을 하부로 배출시킨다. 물이 모두 배출되면 상단 저장용기 내부엔 압축공기만 남는다. 

이러한 원리로 350bar급 수소 충전 모사 시험을 통해 실증을 진행한 결과 냉각하지 않아도 저장용기 내부 온도상승을 5℃ 이내로 억제할 수 있었다. 이는 압축공기를 주입하며 물을 배출시키는 과정에서 저장용기 내부의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온도가 상승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수소 온도상승 현상과 저장용기 내부 압력증가가 억제돼 기존 충전방식보다 더 빠르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어 수소모빌리티 이용자의 편의성과 충전소 운용자의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고성능 냉각장치 및 압축기 사양을 낮출 수 있어 충전소 구축 및 운영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 수소차를 50대가량 충전하면 월 전기요금은 400만 원가량 나온다. 이는 압축기, 냉각기 등 여러 설비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수소충전소 운영자들은 수소충전소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차량용 저장용기 역할을 하는 용기.
차량용 저장용기 역할을 하는 용기.

만약 충전소에 해당 기술을 적용하면 수소를 냉각할 필요가 없어 칠러 가동으로 발생하는 전기세를 낮출 수 있다. 또 압축기 최대 운전 압력을 100bar 이상 낮출 수 있어 유지보수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수소충전소의 수소판매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용화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저장용기 내부 잔여 유체다.

김대환 연구원은 “저장용기 하부에 고여 있는 유체를 대부분 제거할 수 있으나 벽면 내부에 액적 상태로 남거나 작은 물방울 형태로 부유하는 유체를 완벽히 제거할 수 없다”라며 “또 고압 환경에서 물과 수소의 반응 및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동절기 냉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장용기 내부의 물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유체가 잔류하는 조건에서 수소모빌리티가 안전하게 본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는 등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고압 환경에서 물과 수소의 반응 및 안전성 등이 규명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상단 저장용기에 연결된 배관들. 빨간색은 물을 공급하는 배관. 초록색은 용기 내부 온도 측정 장비. 노란색은 회수되는 물을 보내는 배관. 파란색은 압축공기를 공급하는 배관.
상단 저장용기에 연결된 배관들. 빨간색은 물을 공급하는 배관. 초록색은 용기 내부 온도 측정 장비. 노란색은 회수되는 물을 보내는 배관. 파란색은 압축공기를 공급하는 배관.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현재 운영 중인 충전소와 자동차, 지게차 등 소형 모빌리티에 적용하기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트램, 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와 새롭게 구축될 충전소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연구팀은 한국, 미국, PCT(해외특허출원)에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중 한국에선 ‘과열방지 수소 충전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수소 충전방법’과 ‘중력을 이용한 고압 기체 충전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고압 기체 충전방법’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김대환 연구원은 “해당 기술의 현재 기술성숙도(TRL)는 6단계(시제품 성능평가) 수준이다. 이는 실증했을 때 연구팀이 기획했던 대로 온도상승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상용화하기엔 신뢰성에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다만 해당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제안됐기 때문에 상용화 및 표준화시킬 수 있다면 세계시장에서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용기 내부 온도를 측정하는 장비(위)와 충전용기 내부 매니폴드(아래).
용기 내부 온도를 측정하는 장비(위)와 충전용기 내부 매니폴드(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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