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생활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일은 인간에게 일상이 되어온 지 오래다. 오늘 날짜를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시간, 온도, 날씨에 이어 주식 시황까지 경제, 과학, 주변 환경 모든 분야에 습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측정 데이터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에 의존해 일과를 수정하면서 생활의 패턴을 잡아간다.
고대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하여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발명된 단순한 막대기가 측정의 시초로 기록되어 있다. 인류 최초의 측정기(막대로 만든 자)인 수위계는 당시에는 최고 권력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귀한 물건이었다.
‘측정’이라는 이 고귀한 행위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까지 수많은 과학자와 발명가, 기술자들의 노력이 더해졌고, 오랜 기간 정보와 경험이 쌓이면서 인류의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측정’과 ‘관리’ 기술의 필요성
필자는 측정장치를 만드는 일에 오랜 기간 종사해왔다. 다양한 산업에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서 국내외 여러 엔지니어와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의견을 경청하게 되는 기회가 많았다. 수소산업의 일선 현장을 돌면서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이 업(業)의 진로를 숙고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나라 수소산업은 생산기술 면에서는 세계적인 선두 기업들이 기술 협약을 자청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품질에 대한 신뢰도에 더 높은 관심을 두고 이를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측정’과 ‘관리’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측정은 사회의 거울이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를 보여주는 관심의 척도이다.
수소산업에서 측정은 고품질의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관리하며, 사용자에게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밸류체인 전과정에 관여한다.
수소에너지의 사용과 관리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우려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생산, 운송, 활용 전부문을 신뢰할 수 있는 관리기술로 채워야 한다. 이는 정확한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편의를 이유로 그 과정을 생략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수소설비 사고 사례의 대부분이 수소 누출, 수소의 생산과 저장·관리 과정에서 유입되는 불순물로 인한 순도 미달의 수소 사용으로 인한 설비의 이상 발생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 원인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수소의 위험성은 인적 손실뿐 아니라 생산시설의 규모와 관계 없이 큰 손실을 야기한다. 고품질 수소의 생산과 사용 시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측정에 따른 분석, 원인 확인을 기반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 인재 양성에 매진해야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수소연료 내 불순물 성분과 농도를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은 이러한 취지에 맞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과거 유사한 문제로 도심의 여러 수소충전소에 불순물이 섞인 수소가 유통되면서 차량 고장을 야기한 바 있다. 수소의 공급 지연은 수소차 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해외기술에 의존하면서 사후조치가 지연되어 복구에 시간이 걸린 경험을 떠올리면 수소에너지의 측정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측정 기술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국제규격의 표준물질이 함께 개발되었다는 점은 우리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도를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수소연료 품질 실시간 모니터링 장비’는 수소생산기지나 수소충전소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국산화 기술로 수소 안전관리를 위해 광범위한 보급이 꼭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실생활에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과 더불어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원천기술의 탄탄한 기반 없이는 제품 개발 수준에 머무르고, 여전히 외부에 관리를 의존하는 비효율성으로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
아울러 규모가 작은 사용자와 소단위별 공급시설에는 이러한 측정 시설의 유지관리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치의 수명이나 고장 발생 원인을 쉽게 인지하도록 하고, 현재로서는 미흡한 표준물질을 대상으로 하는 측정관리 기준도 마련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측정의 필수적인 속성 중 하나인 접근성 면에서 볼 때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보급이 늘어난다. 사용자가 그 내용을 인지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관리자에게 통지해 빠른 조치가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수한 기술 인재의 양성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수소라는 신에너지 분야의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비록 소수에 지나지 않더라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기술 분야에서는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좋은 성과를 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국가 전략이 꼭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세계 정세가 급변하면서 국내외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묵묵히 수소산업의 기반이 되는 측정 기술을 연구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의 성과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들 과학기술인의 노고에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