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제조사 부문은 마지막에 도요타에 역전을 당하면서 통합우승 기회는 아깝게 놓쳤다.

덕분에 현대차와 도요타의 수장이 나고야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만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용인에서 헤어진 뒤 근 한 달 만에 WRC 시상식장에서 재회해 손을 잡았다.

이날 아키오 회장과 어떤 말이 오고 갔느냐는 질문에 정의선 회장은 “수소 쪽 얘기해서 같이 좀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도요다 회장도 “수소 등 인프라 구축에서 앞으로 경쟁보다는 서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1위, 3위 자동차 회사가 수소차 협력을 강조한 점은 의미가 크다. 전기차 주도권을 잡은 중국을 견제하면서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전동화의 핵심 전략으로 수소전기차(도요타는 수소엔진차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넥쏘 후속모델 출시를 앞두고 콘셉트 차량인 이니시움(INITIUM)을 공개했다. 이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을 재조명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젊은 기술자들이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세요.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습니다.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되어도 좋습니다.”

이니시움은 라틴어로 ‘시작, 처음’을 뜻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에 반해 사업을 대하는 태도는 유연하다. 도요타든 GM이든 길을 열어두고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유연함은 ‘외유내강’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현대차가 귀를 열고 뚝심 있게 수소사업을 밀어붙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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