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전 세계에 처음으로 공개된 수소 승용차 넥쏘는 그해 3월 국내에서 정식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며 급속도로 판매가 증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넥쏘를 직접 시승하며 수소 분야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2019년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본격 육성을 선언했다. 그 당시 정부는 전국 주요 도시 시내버스 노선에 수소버스를 투입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했다.
수소차 출시로 인해 정부와 시장에서는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이 최대 화두였고, 실제 전국 각지에서 수소충전소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초기에는 충전소의 잦은 고장과 충전소 부족으로 수소차 운전자들의 불편함이 컸지만 지금은 이러한 문제가 많이 해소되었다.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과 민간의 투자로 올해 9월 30일 기준 수소차는 3만6,989대가 보급됐다. 충전소는 345기가 구축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64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 정책은 수소버스를 중심으로 한 상용차에 집중되어 있다. 탄소중립 효과가 크고 대량의 수소 수요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장거리를 운행하는 상용차에 적합한 차량이기도 하다.
초기에 구축된 충전소는 대부분 일반 충전소로 용량이 적어 수소 사용량이 많은 수소버스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소 버스·화물차 보급으로 인해 충전소 구축방식이 기체충전소 증설, 액화충전소 신설, 기체충전소의 액화충전소 전환, 화물차 전용 충전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관련 신기술·시스템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내 수소경제 포문을 열고 사실상 현재 수소경제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분야가 바로 수소차와 충전소다. 이들은 수소에너지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4’는 ‘수소충전소 특별관’을 마련해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현황과 함께 수소 공급부터 수소차에 충전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체험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소충전소 시장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최다 충전소 운영업체인 하이넷이 도산 위기에 처한 게 단적인 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충전소 부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정부가 목표한 수치만큼 수소차가 빨리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민간이 투자한 수소충전소가 운영 경제성을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수소차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수소 상용차 보급은 수소 시장을 크게 키우는 좋은 기회이다. 수소버스를 시작으로 청소차, 트럭, 냉동 탑차, 트랙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수소 상용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0월부터 평택항에 수소 차량운반트럭(카트랜스포터)이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지금이 수소차와 충전소 시장의 큰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투자와 기술개발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