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확실하게 체감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독히도 덥고 길었던 여름이 지났지만 올 겨울은 매우 추울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이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탄소중립을 위해 감축해야 할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또 최고치를 경신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미래 에너지 소비를 예측하는 ‘World Energy Outlook 2023’에 따르면 향후에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 등으로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DNV는 ‘2023 에너지 전환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정책(STEPS)하에서 석유·가스 등의 화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현재 80%에서 2050년 48%로 감소하지만 주요 에너지의 지위를 유지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52%는 탄소중립을 위해 대체재로 빠르게 부상 중인 전기와 신재생에너지 등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에너지 인프라가 열악한 신생국들로 인해 향후 50년 내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 대체 불가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원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전체수입액이 약 7,314억 달러인 데, 이중 원유·가스·석탄과 석탄제조 고체연료 등이 약 2,179억 달러로 약 30%를 차지한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로 에너지 가격 및 공급망 변동에 따라 무역수지와 에너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문제는 과거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화석에너지 기반의 경제성장 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 집약적 제품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하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약해 탄소중립에 유리한 유럽이 자국 시장 보호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확산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도입을 장려하는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세 등의 정책에도 수출을 위해서는 동참해야 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즉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화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기술발전에 따라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중국 등과 같이 자국 내 석유개발에 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자국 기술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석유개발사업인 대왕고래 사업과 가장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및 3면 바다에 적용 가능한 부유식 해상풍력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탈원전 1호 국가인 이탈리아를 위시한 스위스, 스웨덴 등이 탄소중립용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전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태양광을 적극 지원하고 발전량을 많이 늘려 왔다. 풍력에 대해서도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생산된 전기를 효과적으로 소비처에 전달할 수 있는 전력망은 민원 및 예산 등의 문제로 발전설비 증설에 비례해 건설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향후에도 폭증하는 민원 등으로 적기에 설치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전기생산을 중단시키는 발전제한을 빈번하게 해 비싸게 생산된 전력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경제성 악화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축소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못지않게 중요한 전력망 문제 해결을 위해 태양광은 개인 사업자들이 소규모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므로 이를 생산지역의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관리하는 기존 전력망인 마이크로 그리드에 연결해 인근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규모 발전인 풍력 등은 마이크로 그리드와 더불어 기존 및 신규 대용량 송전망을 활용해 공급하게 하는 형태로 하면 된다. 

아울러 적정규모의 전력망 건설과 더불어 생산된 잉여전력을 효과적으로 가스나 열 등으로 전환 사용하고자 하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단기 저장을 위한 배터리인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와 장기저장을 위한 수소생산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단기저장체인 ESS는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 보급과 연계해 2022년까지 급격히 늘었으나 잦은 화재와 REC 지급·전기료 할인·설치비 융자 등의 지원제도 일몰로 ESS산업이 고사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ESS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는 전력계통 불안정성 보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완화 등을 위해 2023년 10월 ‘ESS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전력망을 보완하는 ESS 육성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ESS는 단기저장체이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에너지가 소멸하는 단점을 갖고 있어 결국은 장기저장체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장기저장체인 수소를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인 해상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 인근에서 수전해 설비로 생산, 파이프라인·튜브트레일러 등을 이용해 단거리 수송해 휘발유나 가스처럼 활용하는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선박 등을 통한 국가 간 장거리수송에는 수소보다 이송이 용이한 수소유도체인 암모니아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헐성 문제(예를 들어 태양광은 낮 생산량이 많고 밤에는 생산 불가)로 전력망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신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하거나 송전선 건설이 어려운 곳의 전력을 활용, 수소를 생산함으로써 전력망 설치에 대한 문제점(예산, 민원, 송전 제한 등)을 해결하면서 적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로 에너지 확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자체 에너지 생산능력을 확보해 갈 때 위기로만 인식되는 에너지 전환시대가 우리나라(전 세계 국가 중 에너지 소비 8위, 에너지 안보 103위)에는 새롭게 경제성장을 이루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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