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서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는 탄소중립이다. 이는 탈탄소화, CO2-free, CO2 중립을 의미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환경영향을 줄이고, 특히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 잠재력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품 생산 이전에 계산하거나 예측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수명 주기 전 과정 평가’라고 부르는 ‘LCA(Life Cycle Assessment)’ 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LCA 개념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2019년 3월 유럽의회(EP)와 유럽위원회(EC)가 자동차의 생산과 에너지 생산, 주행, 폐기, 재활용 등의 CO2 배출량 총합을 평가하는 LCA에 관해 검토할 것을 당국에 요청하면서부터이다. 

LCA 원리와 구조 그리고 LCA 요구사항과 지침은 국제 규격인 ISO 14040과 14044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ISO 14040은 LCA 4단계인 목적과 범위 정의, 전 과정 목록 분석, 환경 영향(18개 범주) 평가 및 해석을 규정하고 있으며, ISO14044는 LCA 4단계에서 단계별로 수행해야 할 요구사항과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청정 제품 인증에 사용되는 ‘LCA’ 
LCA는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가공, 생산, 수송, 유통, 사용, 유지 보수, 폐기 및 재활용까지 수명 주기 전 과정에 거쳐서 소모하고 배출하는 에너지와 물질의 양을 정량화해 이들이 여러 가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범주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환경영향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객관적이고 적극적인 환경영향 평가 방법이며, 세계 각국에서 이를 청정 제품을 인증하는 데 사용하는 주요 방법의 하나로 선택하고 있다. 

LCA의 장점은 전체 제품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거나 제품 제작 중에 환경 영향이 큰 부분을 더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몇 가지 주요 공정에만 집중해 규제가 심한 특정 환경오염 물질 발생을 파악할 수 있고, 다양한 환경친화적 대체 공정을 적용해 잠재적인 환경영향을 비교할 수 있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위원회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LCA 관점에서 제품 생산 공정을 비롯해 제품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정하는 표준을 제정 혹은 개정하고 있다. ISO 국제표준으로는 ISO 14040, 14044, 14067뿐만 아니라 ISO 14046(물 발자국), ISO/TS 14072(조직 LCA 요구사항과 지침), 14064-1, 2, 3(온실가스 산정과 검증) 등을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제정했다. 이들 표준을 인증하기 위한 ISO 14024(환경표지), 140021(환경성 자체 표시), 14025(환경 성적 표시) 등을 제정하고 후속 표준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사례 분석
여러 산업 중에서 자동차,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들어 LCA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제품은 수명 주기 전 과정에 거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종류(화석, 신재생, 수력, 원자력 등)에 따라서도 배출하는 물질의 양과 종류가 달라져서 LCA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노르웨이처럼 수력발전이 98%에 달하는 국가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생산하여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차는 무공해차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 생산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운행하는 배터리 전기차는 LCA 분석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저감되지 않거나, 또 다른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하는 등 환경영향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말해 LCA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동화 자동차 생산을 비롯해 재생에너지를 제품 생산과 유지 보수에 사용하는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연료인 1차 에너지의 생산 과정부터 발전, 저장, 그리고 사용 후의 폐기 과정까지 모든 경로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환경오염 물질의 총량을 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자동차와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탄소 중립도 포함된다. 

여러 연구에서 연료전지와 배터리 시스템이 생산 단계에서 많은 배출량을 보인다고 발표하고 있다. 재활용은 이러한 배출량 중 일부를 상당히 상쇄할 수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을 재활용하면 백금과 금속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부품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인체 발암 독성 물질 완화와 화석연료 고갈 방지 등에 상당히 이바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이차전지에 대해 평가한 재활용 공정은 주로 전극으로 사용하는 양극의 니켈과 코발트 및 금속 소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금속 소재의 재활용은 높은 소재 회수와 원료 가격 저감에 큰 기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LCA 규제 시행 목소리 높아져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LCA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많은 소비자는 기후와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사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품의 구매 결정에서 제품의 친환경성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사 제품에 대한 중립적인 시험을 거쳐서 제품 생산의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것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LCA 규제가 시행되면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LC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많은 기업이 2030년이나 2040년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목표 연도로 선언하고 있는 이유다. 

LCA는 공정 최적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해 더욱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가능하게 하므로 이를 채용해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국가가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독일의 TUV Rheinland는 제품의 LCA를 수행해 인증하고 기업의 탄소발자국 확인과 환경 성적 표지(EPDs,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s)를 발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롯데알루미늄 등 자동차, 전자, 석유 화학 및 건설 분야의 많은 기업에서 제품에 대한 설계·생산·사용·폐기 등 제품 수명 주기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LCA를 수행해 제품에 대한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수소 생산 분야에서 IPHE(국제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는 ISO 14040(LCA 원리와 구조), 14044(LCA 요구사항과 지침), 14067(탄소발자국)과 WRI GHG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수소 생산에 특화된 LCA 배출량 평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LCA 방법을 사용해 청정수소 배출량의 산정·평가·검증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의 청정 인증제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수소·연료전지 제품 개발 사업에서 국내 현실에 맞는 LCA 방법론 개발과 개선은 물론 LCA의 LCI DB 개발과 현장 데이터 품질 관리, LCA 관점의 제품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LCA 적용 권장 필요
최근 연구개발 단계에서 LCA를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LCA를 사용하면 개발 후 제품 생산 단계에서도 제품 수명 주기 전 과정에 거쳐서 환경 영향을 시행착오 없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에 관한 LCA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200kW급 인산형 연료전지(PAFC)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의 제작을 비롯해 1kW급 SOFC 스택용 셀의 종류(공기극, 연료극 및 금속 지지체형 셀)에 대한 8가지 환경영향 잠재력을 원료의 채취부터 제품 생산 단계까지, 즉 ‘cradle-to-gate’ 범위로 지정해 LCA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 시스템을 구성하는 특정 BOP와 스택 제작에 사용하는 소재와 공정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환경 영향 잠재력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PAFC의 촉매 금속을 사용하는 개질 시스템과 스택의 금속 소재 혹은 SOFC 스택의 금속 분리판 등이 모든 환경 영향 범주에 거쳐서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LCA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시스템 제작에 사용하는 소재의 재활용과 환경친화적 대체 공정 적용 등으로 환경 영향 잠재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유럽 연합은 연구개발 과제나 실증 과제를 지원하는 연구 혁신(R&I) 프로젝트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LCA를 요구하고 있으며, 수소와 관련해서는 수소 기술의 LCA를 수행하기 위한 지침인 FC-HyGuide를 권장하고 있다. 

‘FC-HyGuide’는 연료전지(FC)와 수소 생산 시스템에 대한 LCA(ISO 14040 및 14044 표준에 따름)를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기술 지침을 제공한다. 이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 연구소(JRC-IES)의 공동 연구 센터에서 조정하는 국제 참조 수명 주기 데이터 시스템(ILCD)을 기반으로 하며, 유럽 LCA 플랫폼을 사용해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일관되고 품질이 보장된 수명 주기 데이터와 정책 수립 및 비즈니스에서 강력한 의사 결정 지원을 위한 방법의 가용성, 교환 및 사용을 촉진한다. 

FC-HyGuide 지침 외에도 연료전지와 수소(FCH) 시스템에 대한 SH2E LCSA(수명 주기 지속 가능성 평가) 지침, 즉 LCA(SH2E, 2022) 지침을 개발하는 새로운 EU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위원회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제·개정하는 ISO 국제표준은 LCA를 적용한 환경영향 정량화와 인증을 위한 규정이 더욱 확대되고 향후 이것이 규제로 결정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 유럽 연합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특정 제품의 연구개발에서 해당 개발 공정과 제품에 대한 수명 주기 전 과정 평가(LCA)를 사용한 분야를 추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개발 과제의 시작 단계부터 LCA를 사용한 환경영향을 평가하면 개발 후 제품 생산 단계에서도 제품 수명 주기 전 과정에 거친 환경영향을 시행착오 없이 정확하게 평가해 향후 LCA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에 국내에서도 연구과제 제안이나 최종 결과에 해당 개발 공정과 제품에 대한 LCA 적용 분야를 추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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