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소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5월 라이트브릿지, 이너센서, 하이플럭스 등 7개 회사를 수소전문기업에 추가로 지정했고, 이로써 관련 기업의 수가 총 99개로 늘었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회사 중 이너센서는 포항시 최초 수소전문기업으로, 현대자동차 넥쏘에 들어가는 접촉연소식 수소가스 검출 센서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MEMS 센서 소자를 생산한다.
‘예비’ 딱지 뗀 이너센서
기존 수소전문기업은 수소연료전지,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충전 부문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 중 라이트브릿지는 수전해 장치, 멕시메이터코리아는 수소배관(튜빙머신), 디에이치투에너지는 수소충전소 운영, 제이스는 밸브 부품의 표면처리, 지이는 수소압축기, 하이플럭스는 수소밸브 관련 회사다.
이 와중에 이너센서 같은 반도체 기술 기반 회사가 수소센서 기술에 도전해 사업화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너센서의 강문식 대표는 “스위스의 글로벌 경쟁사보다 성능과 내구가 뛰어난 열대류(Thermal Convection) 구조의 TC 수소센서를 새롭게 개발했다”고 한다.
“열전도도 방식의 MEMS 수소가스센서 같은 경우 고농도 측정 제품만 시중에 나와 있어요. TC 방식으로는 저농도 감지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죠. 이 편견을 깨고 10ppm 단위로 수소농도 변화를 읽어내는 고해상도 MEMS 센서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이너센서는 현재 포항 펜타시티(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공장부지를 확보하고 TC 타입 ‘하이드로볼텍스’ 수소센서 양산을 위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강문식 대표는 “지난해 예비수소전문기업 육성지원사업에서 수소가스센서용 MEMS 칩 제작 과제로 선정돼 시제품 제작에 성공하고 특허출원까지 냈다. 또 올해는 포항테크노파크가 주관한 포항시 예비수소전문기업 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라며 “실제로 회사가 포항TP 안에 있다. 우리 같은 핵심 소재부품 분야의 스타트업은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북자치도, 14개 수소기업 지원
수소전문기업 육성에는 많은 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최근 예비수소전문기업 육성지원사업에 나서기로 하고 2024년 예비수소 전문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이번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비나텍, 플라스틱옴니엄, 비나에프씨엠, 테라릭스, 가온셀, 아헤스 등 14개 회사에 이른다.
예비수소전문기업은 ‘수소산업’ 분야 관련 기술(지식재산권보유)이나 수소 매출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수소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중요하게 본다. 전북자치도는 이들 기업을 수소전문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2년간 18억 원을 지원한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예비수소전문기업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국비 9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수소전문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산업부는 지난해 수소경제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수소전문기업 지정 기준을 개정해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규제가 심한 초기사업으로 기술개발 비용이 높고 인프라 구축이 더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했다고 볼 수 있다.
수소전문기업 지정 기준에서 총매출액, 수소사업 매출액 비중을 낮춘 점이 주효했다. 연간 총매출액이 20억 원 미만이면 수소전문기업 지정 신청이 불가했지만, 총매출액 10억~20억 원 구간을 새로 추가해 매출이 낮은 신생기업도 수소전문기업에 도전하는 길을 터준 셈이다.
수소전문기업 지원사업은 지난 2021년 6월 두산퓨얼셀, 원일티엔아이, 에스퓨얼셀 등 11개 회사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2021년에는 총 30개, 2022년에는 26개, 2023년에는 31개 기업을 지정했다.
수소전문기업의 수는 그 나라의 수소산업 기반과 저력을 확인하는 잣대가 된다. 조만간 100번째 기업 선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예비’ 수소전문기업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수소 인프라가 좀 더 빠르게 확장된다면 수소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