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태평양 지역 다자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이하 IPEF)’가 200조 원 규모의 청정경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6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싱가포르에서 ‘IPEF 장관회의 및 청정경제 투자자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타결된 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협정의 본격적인 이행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 촉진을 위해 열렸다.
청정경제 투자자포럼에는 IPEF 14개국을 대표하는 103개 투자사가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선 △무역보험공사 △우정사업본부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공단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하나자산운용아시아 △NH앱솔루트 리턴 파트너스 △우리은행이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암모니아 혼소 발전 기술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해 참석했다.
또 ‘인도-태평양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선정된 기업들도 참여해 활발한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우리나라에선 △FCMT(연료전지차용 배터리 스택 개발) △카본코(CCUS, 청정 수소/암모니아 등 탈탄소 종합 솔루션) △카본밸류(차세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 총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첫째 날인 5일에는 IPEF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이토 겐 일본 경산성 대신 등 14개국 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에 타결된 청정경제 협정과 공정경제 협정에 서명했다. 이와 함께 각국 장관들은 참여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로 양자 면담을 갖기도 했다.
정인교 본부장은 이날 미국 러몬도 장관과는 청정전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청정경제 프로그램을, 간킴용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과는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과는 기업들의 해외 탄소감축사업 및 공급망 협력사업 추진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둘째 날인 6일에는 청정경제 투자자포럼이 열렸다. 이날 오전엔 △지속가능 인프라 투자 △기후테크 촉진 △청정에너지와 공급망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오후엔 △IPEF 청정경제 촉진펀드 설명 △청정 인프라 프로젝트 피칭 △기후테크 스타트업 피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역대급 청정경제 시장 조성 추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주도로 지난 2022년 5월에 출범한 IPEF는 7번의 공식 협상과 여러 차례 장관회의 및 회기간회의 등을 거쳐 △무역(필라1) △공급망(필라2) △청정경제(필라3) △공정경제(필라4) 등 총 4개 협정을 마련했다. 이후 협상을 통해 쟁점이 가장 많은 ‘무역’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협정을 지난해 11월에 체결했다.
4개 협정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청정경제 협정’이다.
청정경제 협정은 IPEF 역내 탄소중립 및 청정경제 전환을 목표로, 수소,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모든 청정에너지원의 생산부터 투자 활성화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정책·기술·표준에 대한 협력체계를 담고 있다.
참여국들은 해당 협정을 바탕으로 청정기술을 개발하고 확산하는데 협력하고 무공해차의 판매‧생산‧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며 농업‧산림‧수자원‧해양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솔루션을 홍보한다.
이를 통해 청정기술을 위한 중요 광물 또는 자재 등 핵심 투입물 공급원을 확보해 시장 전반의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에너지 부문에서 비용 효율적인 조치를 취해 2030년까지 글로벌 인위적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다.
또 △민간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 △잠재적 비관세장벽 완화 △재정적 인센티브 촉진 등을 통해 탄소 저배출 또는 무배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를 확대한다.
참여국들은 이를 바탕으로 인태지역에 역대급 청정경제 시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최소 1,550억 달러(약 213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수소 및 수소파생물(암모니아, 메탄올 등), 탄소합성연료(e-퓨얼 등), 화석연료 대체재(바이오매스 등)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및 역량 확충’을 위해 최소 1,200억 달러(약 165조 원)의 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장려할 계획이다.
청정 발전 및 에너지 효율 조치 보급의 신속한 확대 등을 통해 21세기 중반 전후로 글로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역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증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 원)의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지속가능한 혁신적인 온실가스 제거 기술, 밸류체인, 각 참여국의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내 탄소제거 분야에 최대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투자를 공동으로 촉진한다.
참여국들은 1,55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IPEF 청정경제 투자자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목표 투자액 달성 ‘청신호’
이번 포럼에선 수소, 바이오매스, 태양광 등 총 72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총 자금 규모는 230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이 중 20개(60억 달러, 약 8조2,644억 원)는 투자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개된 주요 프로젝트는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는 베트남에서 현지 화력발전소 사업자 3곳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6월 베트남 현지 발전소 사업자인 △NS2PC(친환경 연료 전환) △PV Power(암모니아 혼소) △EVN GENCO3(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 개발)와 MOU를 맺었다. 이들은 올해까지 친환경 연료 전환 기술 및 도입 방안을 도출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 타당성을 검토하고 실증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추진할 계획이다.
블룸에너지는 싱가포르 국영 에너지 및 도시 개발업체인 셈코프(Sembcorp)와 싱가포르에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와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해 무탄소 전기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SK에코플랜트, JCI(Johnson Controls International)와는 SOFC에서 생산된 전기와 열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전문기업인 디지털 엣지(Digital Edge)와 같은 국적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피크에너지(Peak Energy)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구축된 디지털 엣지의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들은 태양광, 풍력, ESS를 활용해 3년 동안 최대 1GW의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의 소지쯔와 규슈발전은 싱가포르의 셈코프와 인도에서 생산된 그린암모니아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린암모니아는 셈코프의 자회사가 인도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되며 초기 생산량은 20만 톤이다. 이후 생산량을 점점 늘려 80만 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 인도-태평양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49개 기업은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성공했으며 최대 20억 달러(약 3조 원)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IPEF 촉매 자본 기금(Catalytic Capital Fund)’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 기금은 청정경제 협정에 따라 IPEF 참여국 중 신흥국과 중상위 소득국이 양질의 청정경제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창립 후원자는 한국, 일본, 미국, 호주이며 이들은 최대 33억 달러(약 4조5,45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초기 보조금으로 3,300만 달러(약 455억 원)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금 관리는 ‘민간 인프라 개발 그룹(PIDG)’이 맡았다. PIDG는 이번 포럼에서 지원 대상 프로젝트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할 △대출기관 실사 △사업이행자금 △기타 형태의 양허성 자본 프로젝트 지원 등을 소개했다. 지원 대상 프로젝트는 △인도의 재생에너지 플랫폼 개발 △인도네시아의 디젤 교체 프로그램 개발 △베트남의 수처리 공장 개발 등이다.

Allied Climate Partners(청정에너지 자선 투자사), 블랙록(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록펠러 재단, GIC(세계 최대 기관투자사) 등은 신흥국과 중상위 소득국이 양질의 청정경제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합체를 꾸렸다.
이 연합체는 프로모션, 개발, 사업성 등을 지원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돕고 투자 위험을 낮추는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 다자개발은행, 개발금융기관 등과 협력하는 것을 지원한다.
연합체는 IPEF 참여국들이 인태지역 신흥시장 인프라 투자에 250억 달러(약 34조 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추산했다.
IPEF 참여국들은 또 청정경제 협정의 중요한 목표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동 중인 ‘협력작업프로그램(이하 CWP)’을 통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이를 지속하기로 했다.
CWP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참여국들이 그룹을 만들어 관련 분야 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청정기술 활용 규모를 극대화해 비용절감 효과를 높이고 국내외 투자 확대를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것이다.
IPEF 참여국들은 △탄소시장 △청정전기 △수소 △바이오항공유 △에너지저장 △메탄 감축 등 최소 13개의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시장(Carbon Market) △수소(Hydrogen) △청정전기(Electricity) △소형 원자로(SMR) △배출집약도 산정에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수소 CWP는 △수소 및 수소파생물(암모니아 등)에 대한 상호운용가능 규정 및 체제 마련 △수소 및 수소파생물의 생산·운송·배치, 공급망 매핑 등을 통한 시범사업 진행 △수소 및 수소파생물에 대한 인프라 및 공급 역량 파악, 기술 및 안전표준 절차에 대한 정보공유 등을 협력한다.
IPEF 참여국들은 현재 진행 중인 CWP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CWP에 대한 제안을 검토하는 등 협력을 계속 심화하고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IPEF 참여국들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일본은 역내 수소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자금을 조달해 IPEF 지역에서 진행되는 활동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수소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펀드는 이르면 올 3분기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동남아시아 청정에너지 기금(SEACEF)’과 ‘인도 기후 투자 펀드(ECIP)’에 각각 1억7,500만 달러(약 2,408억 원)와 9억 달러(약 1조2,384억 원)를 투입해 두 기금의 지분을 확보했다. 두 기금은 청정전력, 에너지저장, 에너지효율성, 전동화 등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추진되는 청정경제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은 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역내 전력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역내 해저케이블 프레임워크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규제 프레임워크, 인프라 및 지원 생태계 구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촉진 위해 협력 강화
IPEF 참여국들은 이번 포럼에서 소개된 프로젝트와 기업들의 기술개발 진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 정부와 협력해 지역 협력을 발전시키고 청정에너지 기술의 배치를 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참여국들은 매년 열릴 IPEF 청정경제 투자자포럼에 민간 부문과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참여시켜 인태지역 청정경제 시장의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프로젝트와 기업이 투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청정경제 투자자포럼은 IPEF 참여국들이 순서대로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IPEF 참여국들은 이번 포럼에서 서명한 청정경제 협정과 공정경제 협정이 비준, 수락 또는 승인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추가 진행 상황과 구체적인 결과는 오는 9월에 열릴 장관급 화상회의에서 공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2일까지 협정문 영문본과 한글본 초안을 공개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필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청정경제 협정이 올해 안에 정식 발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