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액화수소플랜트가 상업 가동되며 액화수소충전소도 운영을 개시했다. 해외에서는 수송용 수소에 청정수소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수소산업 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산업으로는 모빌리티가 꼽힌다.
수소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크게 3개국으로 볼 수 있다. 수소승용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한국, 일본과 수소상용차를 앞세운 중국이다. 그러나 충전소 부족, 표준화 미흡, 경제성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수소차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 한중 양국의 수소연료전지 산업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수소차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23일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IFHCA(중국수소협회) 주최, H2KOREA 주관 ‘국제 수소연료전지 산업 서밋’이 열렸다. 정부 및 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H2KOREA 김재홍 회장은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두 국가간 무역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김 회장은 “중국 내 수소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기술 표준 및 측정이 한국 수소기업의 중국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공동연구 및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사업 진행을 위해선 외교·정치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H2KOREA는 이를 위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IFHCA 오우양(OUYANG) 의장이 중국의 수소차 시장을 소개했다. 중국은 수소엔진, 생산·보관·운송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등 밸류체인 관련 모든 프로세스를 수행하고 있다. 150kW 연료전지 출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영하 35℃에서 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60개를 초과하는 자동차 OEM 업체들이 연료전지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오우양 의장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관한 연구개발, 연료전지 엔진, FC 스택, MEA(막전극접합체) 순으로 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최대 300kW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그는 “연료전지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내구성 강화, 효율 강화, 원가 절감 등이 중요하다”라며 “AI기술을 활용해 연료전지 설계 내구성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배터리 효율을 제고하고 전력 소모를 줄여 스택 정격 효율을 60%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강남훈 회장도 국내 수소산업에 대해 발표했다.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가 도로에 나오고 수소충전소 660기가 들어서는 등 수소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IFHCA 토니 첸(Tony CHEN) 부의장을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현대자동차 김상범 수소사업개발팀 시니어매니저, 창안자동차 뎅 창하오(DENG Chenghao) 부회장, 도요타 차이나 슈지 유다(Shuji YUDA) 부장, BMW 차이나 딩 젱핑(Ding Zhengping) 부회장, 상하이 하이드로젠 루 빙빙(LU Bingbing) 부장 등이 참여했다.
먼저 수소차가 탈탄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창안자동차 뎅 창하오 부회장은 “수송 부문 탄소배출량 중 상용차가 52%를 차지하고 있어 수소상용차 도입은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승용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는 부피가 작고 출력이 높아야 해 기술적 차원에서 접근한 후 이익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BMW 차이나 딩 젱핑 부회장은 “수소에너지가 향후 탄소중립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BMW는 승용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전지 스택을 직렬 방식으로 탑재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수소승용차 모델을 소개했다.
패널들은 시간이 갈수록 수소가 탄소중립에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상하이 하이드로젠 루 빙빙 부장은 “주행거리와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원가를 낮춰야 수소차를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대자동차 김상범 시니어매니저는 “수소충전소가 경쟁력 있게 수소를 공급받아 적정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없는 게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좌장은 수소에너지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나 참고 사례에 대해 물었다.
창안자동차 뎅 부회장은 “수소차에 많은 도전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수소차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수소승용차 개발을 시도했다. 아직 수익화하진 못했으나 매년 1개 모델씩 개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미 세단과 SUV를 개발했다. 완전히 연료전지로 구동하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수소차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창안자동차는 36개 디자인, 20개 이상 관리방법, 45개 이상의 테스트 방식 등을 앞세워 수소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김상범 시니어매니저는 “가축 분뇨, 하수 등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비용도 절감하며 메탄을 줄이는 데 폐기물(바이오가스)을 활용한 수소가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충북 충주와 청주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충주에서는 매일 60톤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수소 500kg로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주에서는 수소생산시설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표준화를 진행할 것이냐는 물음에 패널들은 “표준화는 매우 중요하다. 수소충전소, 수소품질, 모니터링 체계를 표준화하고 파워트레인을 규모와 크기별로 분류해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국제 표준화에 협력을 촉진해 중복개발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에너지 수송, 저장 등 다른 표준화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IFHCA 토니 첸 부의장은 “중국의 경우 표준화가 산업 전반 대비 낙후됐다. 특히 수소충전소는 표준 인가를 받기 어렵다. 규범과 표준은 조금 낙후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심하게 되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산업 발전의 전제 조건은 표준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