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2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넥쏘 출시 이후 굳건히 지켜오던 선두 자리를 도요타에 뺏겼다.
SNE리서치는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판매량은 2,3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넥쏘, 일렉시티(수소버스) 등 691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66.2% 감소한 수치다. 내수시장에서의 넥쏘 판매 부진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는 게 SNE 리서치의 설명이다.
도요타는 현대차보다 상황이 낫다. 1분기 미라이와 크라운은 총 868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으나 36.4%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29%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2% 폭락했다. 지난해 1분기 현대차의 점유율은 54.6%다.
넥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현대차가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넘겨주긴 했으나 탈환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페이스리프트만 진행됐던 넥쏘의 새로운 모델이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넥쏘 판매 부진으로는 수소차에 대한 의문성 증가, 인프라 부족 등 신산업 특성상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가 지적되긴 하나 수소차 선택에 대한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큰 원인이다.
실제 한 넥쏘 차주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넥쏘가 예전 모델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며 수소차 재구매 여부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신차 선호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라며 “넥쏘 2세대가 출시되면 수소차를 구매 목록에 두고 있지 않았던 고객들도 선택을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차도 신차 출시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넥쏘 고객 및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론칭 클리닉’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워트레인과 인포테인먼트 외관 변경 관련 고객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후문이다.
새 넥쏘 모델은 2.5세대 연료전지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 넥쏘의 출력은 연료전지 스택 95kW, 배터리 40kW로 총 113kW다. 새로운 연료전지는 막전극접합체, 기체확산층, 금속분리판 등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출력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수소연료탱크 등 연료계 크기를 키우고 소프트웨어 무선업데이트(OTA) 기술을 서스펜션 브레이크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경우 하이마가 기존 MPV 차량인 하이마 7X를 기반으로 개발된 수소전기차 하이마 7X-H 차량이 소량 인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 중국 업체들은 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수소차 시장 점유율 34.6%를 자랑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현대차 넥쏘의 판매량 부진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7.0% 감소하며 시장 점유율은 26.5%로 크게 하락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도요타 크라운이 233대 판매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1.9% 늘어나 신차 출시의 위력을 입증했다.
유럽의 경우 미라이가 424대 판매되며 수소차 판매대수가 동기 대비 137.4% 증가했다. 미국에선 미라이 판매량이 급감해 전년 동기 대비 69.5% 감소했다.
지난해 수소차 시장은 30.2% 역성장했다. 올해는 더 큰 폭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수소차 시장 점유율 선두였던 국내시장은 2022년 판매량을 정점으로 저조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어 전체 시장 규모 또한 축소됐다.
SNE리서치는 “차세대 모델 출시 지연과 더불어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 불량 수소 사고, 충전 비용 상승 등의 악재가 겹쳐 수소차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