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장친화적 제도 마련과 개선에 나서면서 수소차 관련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30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해서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모빌리티 산업의 대표 산업이자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 또 미래 자동차는 자율주행 등 신기술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첨단 부품이 융합되어가고,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래기술투자 촉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도 제고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규제 제도 재설계에 나섰다. 3대 핵심 분야(기업투자 걸림돌 제거, 안전 생태계 조성으로 기업부담 경감, 소비자 친화적 수요기반 확충)를 중심으로 43개 개선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중 3분의 2 이상(33개, 77%)을 올해 중 개선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43개 과제에는 △액화수소 탱크로리 구매비용 지원 △연구개발 전용 수소충전소 구축 허용 △수소차 저장용기 인증기준 정비 △수소가스 누출시험 개선 △기계장비 수소충전 허용 △수소 충전설비 실내 설치 허용 △수소충전소-철도 간 이격거리 완화 등 수소산업 관련 과제가 여럿 포함됐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60억 원을 들여 액화수소 탱크로리 구매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은 수소생산자, 수소유통사, 수소충전사업자 등 총 3개 분야다. 산업부의 ‘2024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2024년 1월)’에 따르면 올해 산업부 수소유통기반구축사업 중 ‘수소 튜브트레일러 지원’ 사업예산으로는 71억6,500만 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은 기체수소 운송차량(200bar, 450bar), 액화수소 탱크로리 등 수소 운송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원(보조율 50%)하는 사업이다.

이번 지원은 액화수소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국내 액화수소 시장은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지난해 수소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잇따라 체결해 올해부터 수소버스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천(연간 3만 톤), 울산(연간 5,200톤), 창원(연간 1,700톤) 등 3곳에 수소액화플랜트가 구축되어 국내시장에 연간 약 4만 톤의 액체수소가 생산·공급될 예정이다. 액체수소를 사용할 충전소도 전국 곳곳에서 구축 중이다.
최근 열린 국내 최초 상용급 액화수소 생산시설인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식에서는 액체수소충전소와 버스 보급·확대를 위한 다수의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이러한 흐름에 대비하듯이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디앨은 공동으로 개발한 ‘3톤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를 지난해 12월 처음 공개했다. 초저온 탱크전문 기업 크리오스는 ‘액체수소 운송을 위한 3,000kg 액체수소 탱크트레일러 개발·실증’ 과제(2022년~2024년)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기계장비에 대한 수소충전도 허용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수소지게차, 트랙터 등 수소모빌리티를 고압가스 자동차 범위에 포함해 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3년 5월 산업부는 ‘수소 안전관리 로드맵 2.0’을 통해 “자동차 외 수소모빌리티도 수소차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실증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수소충전 국제규격(SAE J2601 등)에 따른 안전조치 준수 등의 안전기준을 개발·적용한다”면서 “지게차, 트램, 열차, 건설기계, 선박 등의 수소 모빌리티 개발과 충전을 위한 다수 규제샌드박스 실증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외 다양한 수소모빌리티 보급확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산업부는 오는 2025년까지 연구개발 전용 수소차충전소 구축을 허용하도록 안전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수소충전소에서는 자동차에 탑재된 용기에만 충전이 가능하며, 차량에 장착할 목적으로 개발 중인 용기에는 충전이 불가하다. 때문에 허가받은 충전소 사용이 어려워 별도의 고압가스 시설을 구축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고압가스연료용 차량이 아닌 연구개발제품의 수소충전에 따른 안전성,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하고, 일반인이 이용하지 않는 연구개발 전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경우 개발제품의 충전상태를 검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수소 충전설비의 실내 설치도 허용된다. 산업부는 내년까지 적정 안전관리 방안 마련을 전제로 사업장 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내 충전이 필요한 지게차 등 수소기계 보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안전관리 로드맵 2.0’에 따르면 산업부는 ‘실내 수소충전 활성화를 위한 안전기준 합리화’ 과제에서 기존 건물도 안전성 평가, 추가 안전장치 설치 등을 통해 안전성 확보 시 실내 충전이 가능하도록 안전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2026년까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수소충전소와 노면 전차 간 거리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실증 데이터,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적정 이격거리를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18년 9월~12월 연구용역을 통해 이격거리 완화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한 후 규제 완화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또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수소차 저장용기 인증기준을 정비하고, 수소가스 누출시험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차 저장용기 인증기준 정비의 경우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수소자동차 안전에 대한 세계안전기술기준 GTR No.13 등 주요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UN 규정을 국내 여건에 맞춰 조화롭게 개선할 계획이다. 수소가스 누출시험 역시 수소전기차 배출수소 농도 측정기준을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기준에 맞춰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