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지는 간헐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할수록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전력이 사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이유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과 안정적인 계통 운영을 위한 연구과제가 착수됐다. 수소가 이번 연구의 한 축을 차지한다. 2회에 걸쳐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SCI융합연구단 정남조 단장.(사진=SCI융합연구단)
SCI융합연구단 정남조 단장.(사진=SCI융합연구단)

지난해 11월 출범한 SCI융합연구단의 정남조 단장에게 연구단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Q. 섹터커플링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해달라.

에너지의 효과적인 관리·운영을 위해서는 공급부문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과 수요부문(수송, 주거, 산업 등)을 최적의 시나리오로 연결해주는 에너지통합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주요 기술 중 하나가 섹터커플링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에너지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전력망과 비전력망을 하나의 통합된 망으로 관리하며 공급의 변동성과 수요의 시급성을 적절히 연결해주는 개념이다. 이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 향상, 탄소배출 저감, 에너지시스템 공급 안정성 향상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섹터커플링 기술은 다양한 에너지 섹터 간의 통합과 연계를 통해 에너지시스템을 지능적·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보안 등의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Q. 해외 섹터커플링 주요 사례를 소개해달라.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 섹터커플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섹터커플링을 통해 전력, 열, 가스 등 이동성 분야 간의 통합을 추진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의 원활한 통합(Energiewende) 이니셔티브’를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열을 연계해 도시 열망 및 산업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있다. P2G를 통해 수소로 변환하고, 이후에는 메탄가스로 환원해 가스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력과 P2H, P2G가 결합된 전력, 열, 냉각 및 가스 섹터 간의 통합을 촉진하고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풍력을 활용한 P2G 수전해 시설을 갖춘 독일 마인츠 에너지파크.
풍력을 활용한 P2G 수전해 시설을 갖춘 독일 마인츠 에너지파크.

덴마크는 풍력 발전과 열망의 결합을 통해 섹터커플링을 촉진하고 있다. 또 바이오가스 생산과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 유기·농업 폐기물, 승화된 폐기물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 가스를 가스 그리드와 전력 발전소에서 활용하는 식이다. 

네덜란드는 전기자동차(EV)를 활용해 섹터커플링을 촉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충전되는 전기자동차는 전력과 이동성 분야 간의 통합을 실현하는 예이다.

미국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전력저장 시스템을 통해 전기 분야와 다른 에너지 섹터 간의 커플링을 연구해서 구현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와 전력 그리드 통합을 통해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Q. 연구단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다종 섹터커플링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이번 과제에 대해 알고 싶다.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와 이에 따른 발전제한 문제가 이슈화된 시점이라 시기·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 과제로 얻게 될 결과는 현재 변동성 재생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발전제한 에너지 손실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 과제는 MW급에 대응 가능한 다종 섹터커플링 핵심기술·통합 실증플랫폼 구축·운영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제주도에서 발생한 발전제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얻어낼 방침이다. 또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 안착해 발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사업모델 개발 및 법제도 개선안) 마련에도 힘쓸 전망이다.

​제주 상명풍력발전소 P2G 그린수소 실증 현장에 있는 수전해시설(왼쪽)과 수소 튜브트레일러.
​제주 상명풍력발전소 P2G 그린수소 실증 현장에 있는 수전해시설(왼쪽)과 수소 튜브트레일러.

Q. 이번 연구과제의 세부 개발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연구단은 △초격차 P2X 전환·저장 핵심기술 개발 △섹터커플링 통합플랫폼 구축·운영 △사업모델 개발 및 법·제도 개선 등을 목표로 5개 세부과제 내용을 연구한다.

먼저 섹터커플링 통합플랫폼 구축·운영을 위한 핵심기술인 다종 P2X 제어기술, 디지털트윈 기술, 통합플랫폼 구축·운영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또 P2WE(Power-to-Water/Energy)를 위한 핵심기술을 위해 ‘이산화탄소 싱크’ 기반 장주기 대용량 에너지저장기술의 소재, 부품, 시스템 개발에 집중한다. 

세 번째 과제는 해수직접수전해 원천기술 및 대용량화 기술개발이다. 이는 선도형 P2G 핵심기술이다. 

네 번째 과제는 고효율 히트펌프 공정 최적화 및 다양한 온도 스펙트럼의 에너지저장 기술개발이다. 이 기술은 고효율 P2H(Power-to-Heat) 핵심기술로 알려져 있다.  

앞선 네 개 과제에서 개발된 기술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모델과 시장 적합성 법·제도 개선을 마련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다. 

Q. 많은 기관이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각 참여기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구단은 현재 22개 기관과 협력 중이다. 정부 출연기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제주 유관기관(제주도청, 제주에너지공사, 제주테크노파크,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참여기업(한국수력원자력, 나눔에너지, 베스트, 퀀텀솔루션, 미래에코에너지연구소), 대학(제주대학교, 가천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한양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GIST, 충남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기타 전문기관(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은 각 기관의 R&D에 맞는 업무 영역을 가지고 참여하며 각 P2X 섹터커플링 핵심기술과 통합실증플랫폼 구축·운영에 대한 연구 내용을 수행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에 들어선 SCI융합연구단 통합실증플랫폼동.(사진=SCI융합연구단)

대학은 P2X 소재, 부품 기초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저장 핵심소재, 다중 P2X 제어기술, 디지털트윈기술 및 법·제도 개선 기초연구가 골자다. 

기업은 연구단의 시장수요 기술에 대한 요구 및 향후 개발된 기술 실행을 위해 힘쓴다. 

제주 유관기관은 실제 발전제한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마련한다. 기존 섹터커플링 연구 연계, 데이터 공유 등을 진행한다. 

전문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소는 개발된 핵심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기술개발에 나선다.  

Q. 이번 과제의 기대효과와 향후 활용 계획은.

섹터커플링 기술개발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주요 정책인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아일랜드 대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구지역 지정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새로운 사업모델 제시·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2030년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제한율을 1% 이하로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섹터커플링은 2020년 기준 전기 25%, 열 75%인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수요부문 전력-비전력 간 통합관리 및 운영에 효율적인 가이드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관 융합, 국제협력, 학제 간 융합, 미래 핵심기술 간 융합 등을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모토인 ‘출연연 융합을 통한 국가·사회문제 해결 및 신성장동력 견인 기술개발’에 부합한다. 

과제 진행 과정에서는 기존 과제와의 연계성 확보, 섹터커플링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 개발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과제 종료 후에는 통합실증플랫폼의 지속적인 용량 증대 및 기술 고도화를 위해 연계 과제를 추가 도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술 최적화를 달성할 것이다. 이후 섹터커플링 관련 소재·부품 생산 업체, 시스템 엔지니어링 업체, 플랫폼 업체, 에너지플랜트 운영사 등에 기술이전을 수행해 상용화할 예정이다. 

Q. 기존 ‘P2X’ 섹터커플링과 차별화되는 기술이나 주목할 만한 이슈가 궁금하다. 

연구단은 섹터커플링에서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핵심 기술인 P2H, P2G, V2G 외에도 Water-Energy(물-에너지 융합) 기술을 추가적으로 도입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섹터커플링 기술에 물-에너지 융합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에너지뿐 아니라 환경적인 부문에서 커플링을 포괄해 진정한 탄소중립형 섹터커플링 기술을 완성하고자 한다.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에 구축된 500kW 급 P2G 실증 시스템. P2G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지필로스가 연구에 참여했다.(사진=지필로스)

또 기존의 단종 P2X 기술개발을 지양하고 여러 종의 ‘X’가 조합된 다종 P2X 기술 및 통합실증플랫폼을 구축·운영해 발전제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마련과 기술 선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단에서 수행하게 될 연구과제에 대한 이슈들이 여러 방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본다. 

먼저 기술적 이슈다. 섹터커플링 기술 확산을 위해서는 전환 효율이 높고 투자비용이 낮은 핵심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 기술은 변동성이나 과잉 생산된 전력을 열, 가스(그린수소), 물-에너지 등으로 전환·저장해 수요부문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열 전환기술, 새로운 수전해 기술, 고효율 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 새로운 에너지 캐리어·에너지 전송기술 등의 개발이 요구된다, 

섹터커플링은 전력-비전력 간 연계·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통합관리하는 기술로 에너지섹터 간 경계가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어 정책적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전력을 비전력으로 전환해 수요부문에 공급할 때 비전력 사업자의 지위는 어떤 형태로 정의할 것인지, 비전력을 저장했다가 다시 재전력화할 경우 사업자는 기존 전력사업자와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섹터커플링 사업자가 전력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 이러한 것들을 법과 제도 또는 지자체의 조례로 정의할 때 문제점은 없는지 등 정책적 기준 마련에는 많은 이슈가 있다.  

섹터커플링 기술이 성공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의 왜곡에 의한 국가적 에너지 손실 비용 증가 및 탄소저감에 역행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섹터커플링에 적합한 에너지사업자 구조 확립, 투명한 시장체계, 합리적인 보상제도 등이 수반돼야 한다.

Q. 섹터커플링이 수소경제와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국내외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경제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해 5월 국회를 최종 통과한 바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에너지 관리·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변동성 재생에너지 자원을 분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모델인 가상발전소(VPP)와 플러스DR 등은 전력 수급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유연화(Flexibility) 자원 확보와 시장 제도 개편을 포함하는 섹터커플링 기술과의 긴밀한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그린수소 생산 핵심은 P2G 섹터커플링 기술에 있다. 앞으로 그린수소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섹터커플링 시장 또한 급속히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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