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부 수소생산기지의 수소 품질 불량 문제와 수소생산설비 고장으로 인한 중부지역 수소충전소의 수소 수급난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소생산 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2022년에 수도권 최초로 문을 연 하루 최대 7톤 규모의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서 지난 6월 품질기준 이하의 수소를 공급받은 3곳의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연료를 충전한 수소차 90대(승용차 80대, 버스 10대)가 고장 나는 일이 발생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 운영자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O2) 기준치를 초과한 불량수소가 나왔으나 가스 분석기와 통신 오류로 인해 정상값을 송신하지 못한 채 불량수소를 출하하게 됐고, 피해를 본 수소차에 대한 보상과 함께 품질검사를 3단계로 강화했다.
지난 11월에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충주바이오 그린수소융복합충전소에서 충전을 한 수소승용차(9대)와 이 충전소에서 수소를 공급받은 목행동 수소버스충전소에서 충전을 한 수소시내버스(5대)에서 시동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해 충주지역 모든 수소전기버스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LNG와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생산기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그간 국내 수소공급은 부생수소가 담당해 부생수소 취급과 관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지만 LNG·바이오가스 이용 생산 방식은 초기 상태라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실제 올해 준공한 한 수소생산기지도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LNG 개질 수소생산기지가 잇따라 준공(광주, 완주, 부산 등)될 예정이고, 바이오가스 이용 수소생산도 확대될 전망이어서 향후 대응계획도 고민할 시점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액화플랜트가 인천, 울산, 창원에서 처음으로 수소를 생산할 예정임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또 지난 11월 중부지역 수소 수요의 20~30%를 공급하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수소생산설비에 이상이 생기고 정비도 지연되면서 중부지역(수도원, 충청권, 강원도) 일부 수소충전소에 수급 차질이 발생해 수소차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도 강원, 충북 등 일부 수소충전소에서 수소 수급난이 발생해 수소차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정적인 수소 수급을 위해 지난 2월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올해 생산기지와 액화플랜트 구축 등으로 전반적인 수소 수급 상황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그 전망은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해 수급난은 석유화학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을 줄여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발생한 수급난은 수소생산설비의 이상과 정비 지연이 원인이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이유로 수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국내 수소경제는 초기 상태라 수소 인프라 구축 및 수소차 공급 확대 등 양적 성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기부터 기술·제품의 질을 높이고,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예방책도 미리 강구해 안정적으로 수소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