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토 사이트=성은숙 기자] 미국이 수소경제를 향해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청정제조업의 성장과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향한 도약을 위해 청정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그린수소뿐만 아니라 블루수소, 핑크수소도 생산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이뤄진 청정수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본격화된 것이다.
유럽, 일본, 중국에 이어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기업이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 강화와 정부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청정수소허브 선정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7개의 수소허브를 선정하고,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제니퍼 그랜홈(Jennifer M. Granholm) 에너지부 장관은 “이 역사적인 투자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국제 청정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미국 주도의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전역에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수소허브는 △애팔래치아(Appalachian) △캘리포니아(California) △걸프만(Gulf Coast) △하트랜드(Heartland) △대서양중부(Mid-Atlantic) △중서부(Midwest)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 등 총 7개다.
미 에너지부 산하 청정에너지 실증 사무국(OCED)이 H2Hubs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한다. 또한 에너지부와 수소허브 지원자들은 협상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기간에 협상을 취소하고 선정을 철회할 수 있다.

‘애팔래치아 수소허브’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오하이오주, 펜실베니아주에 걸친 수소허브로,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9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비영리 연구단체 바텔(Battelle)이 주계약자다. 천연가스를 활용해 탄소포집을 통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이곳에서 연간 9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2만1,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1만8,000개 이상, 정규직 3,000개 이상)가 기대된다.
‘캘리포니아 수소허브’는 최대 12억 달러의 연방정부 분담금이 투입되는 수소허브다. 그린수소에 중점을 둔 민관 파트너십 ARCHES(Alliance for Renewable Clean Hydrogen Energy Systems)가 주계약자다. 재생에너지와 바이오매스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며, 이는 대중교통, 대형 트럭과 화물장비 등 중장비 운송, 항만 운영 등에 제공될 예정이다. 22만 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13만 개, 정규직 9만 개)가 기대된다.
‘걸프만 수소허브’는 텍사스주에 구축될 예정이며, 연방정부 분담금이 최대 12억 달러에 달한다. 청정수소 산학연 협력체 HyVelocity가 주계약자다. 천연가스와 탄소포집,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분해 등을 통해 청정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수소는 수소전기트럭, 산업공정, 암모니아, 정유·석유 화학, 선박유(e메탄올)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7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시키고 약 4만5,000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3만 5,000개, 정규직 1만 개)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트랜드 수소허브’는 미네소타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 등에 걸쳐 조성된다. 농업 비료 생산의 탈탄소화와 청정수소의 지역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9억2,500만 달러이며, 주계약자는 에너지환경연구센터(EERC)다. 전국의 유틸리티 기업 소유의 발전소에서 수소 혼소를 촉진할 수 있는 방식의 발전에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성, 소수집단, 상이군인, 소외계층 또는 LGBTQ(성 소수자) 등이 소유한 사업체와 수억 달러를 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트랜드 수소허브를 통해 3,880명 이상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3,067개, 정규직 703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서양중부 수소허브’는 펜실베니아주, 델라웨어주, 뉴저지주를 포함한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7억5,000만 달러다. Mid-Atlantic Clean Hydrogen Hub가 주계약자다. 기존의 석유 인프라를 용도변경·재활용하는 한편, 수전해 기술을 사용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전기로부터 재생 가능한 수소생산시설을 개발할 계획이다. 대형운송수단, 제조와 산업공정 개선, 열병합 발전 등에 수소를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허브는 2만800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1만 4,400개, 정규직 6,400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서부 수소허브’는 일리노이주, 인디아나주, 미시간주에 걸쳐 있으며,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10억 달러다. 주계약자는 MachH2(Midwest Alliance for Clean Hydrogen)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천연가스, 저렴한 원자력 등 다양하고 풍부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철강과 유리 생산, 발전, 정제, 고중량 운송,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를 포함한 전략적 수소 사용을 통해 탈탄소화 달성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1만3,600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1만2,100개, 정규직 1,500개)가 예상된다.
‘태평양 북서부 수소허브’는 워싱턴주, 오리건주, 몬타나주에 걸쳐 있다. 연방정부 분담금은 최대 10억 달러이며, 주계약자는 Pacific Northwest Hydrogen Association이다. 이 지역의 풍부한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한 수전해로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형트럭 운송 분야에서 수소전기차를 확장하는 계획을 병행하며, 농업(비료생산), 산업(발전기, 피크 전력, 데이터센터, 정유소), 항구(운송, 화물취급) 등을 수소 사용처로 보고 있다. 태평양 북서부 수소허브를 통해 1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건설 일자리 8,050개, 정규직 350개)를 기대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7개의 수소허브를 통해 연간 총 3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30년 미국의 수소생산량 목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0%에 달하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 분야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연간 2,5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청정수소 가격 낮추기 ‘주력’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청정수소 가격을 낮추고 수소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수소허브는 미국의 ‘초당적 인프라법(BIL, 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는다. 지난 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BIL은 자국민에게 청정에너지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자금 승인을 목적으로 한다.
BIL은 청정수소 프로그램에 총 95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BIL 내 여러 프로그램 중 ‘청정수소 수전해 프로그램’은 2026년까지 수전해 기술로 생산된 수소의 비용을 1kg당 2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BIL은 ‘수소 연구 개발’의 목적으로 ‘미국을 위한 청정수소 전략과 로드맵 수립’을 비롯해 총 6가지를 명시했다. 그 일환으로 미 에너지부는 2022년 9월 22일(현지시간) 지역 청정수소허브 프로그램 신청을 시작하고, ‘국가 청정수소 전략·로드맵’의 초안을 공개했다.
이후 올해 6월 5일 ‘국가 청정수소 전략·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분야에 대한 청정수소의 전략적인 사용 △청정수소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 △지역 네트워크에 중점을 둔 전략적인 규모 확대 등 세 가지 핵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000만 톤, 2040년까지 연간 2,000만 톤, 2050년까지 연간 5,000만 톤의 청정수소 국내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6월 7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는 ‘에너지 어스샷 이니셔티브(Energy Earthshots Initiative)’를 출범, 첫 번째로 ‘수소샷(Hydrogen shot)’을 발표했다. ‘수소샷’은 10년 내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1kg당 5달러에서 1달러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어 같은 해 7월 7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는 ‘수소샷’을 지원하기 위한 31개 프로젝트에 5,25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청정수소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프로젝트들은 연료전지를 포함한 수소 생산, 저장, 유통, 활용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8월 16일(현지시간)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청정수소 생산 1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수소경제를 앞당길 열쇠가 청정수소의 가격에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현재 생산되는 수소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레이수소에 비해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 청정수소의 생산가격이 더 높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지난 10월에 발간한 ‘수소 이슈 분석-2050년 그린수소 비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kg당 3.2~7.7달러로, 그레이수소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의 경우 탄소 저장소가 부족해 탄소를 해외에 저장하기 위한 수송비용이 들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간한 ‘국내 CCUS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CCUS 비용은 이산화탄소 1톤당 150달러(2023년 4월 기준) 수준이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수소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50년에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kg당 2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일본, 한국의 생산비용은 kg당 2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딜 경우(비관적 시나리오) 생산비용이 kg당 2.2~4.1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청정수소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국내 정부는 2030년 100만 톤, 2050년 500만 톤의 청정수소 생산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2023년 탄소포집형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각각 시작했다.
특히 정부는 발전 분야부터 청정수소를 도입해 산업 등의 분야로 확산할 계획이다. 2024년에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과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청정수소의 기준과 인증제 운영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면 2027년부터는 청정수소가 본격 유통되는 셈이어서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이 확정되어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수소법 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우리나라는 수소법 개정을 통해 2022년 5월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아직 세부지침 및 보조금 지급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정책이 늦어지면서 청정수소에 투자를 원하는 주요 대기업, 발전사는 투자를 유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청정수소 확보 경쟁에서 후발주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해외진출 기회미국 정부의 청정수소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에도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16일 ‘미국 수소허브 건설 확정 글로벌 수소산업 주요 분기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수소 시장이 일제히 중장기 성장 모드로 정책을 확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플라젠(PLAGEN)과 로우카본(LowCarbon)이 이번에 선정된 수소허브의 컨소시엄에 포함됐다.
그린메탄올 생산기업 플라젠은 애팔래치아 수소허브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플라젠은 목재폐기물을 이용한 그린메탄올 사업을 구상 중이다. 플라젠은 올해 3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연간 2만 톤의 그린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건설·운영하고, 이를 해운업체와 화학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기술 선도기업 로우카본은 걸프만 수소허브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CCUS 기술을 활용해 블루수소 대량생산에 기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로우카본은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와 ‘플로리다 청정수소 허브 구축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6월에는 플로리다주 멀버리카운티에 청정수소 생산 공장 착공에 나섰으며, 10월에는 하루 1톤 규모의 CCUS 설비를 플로리다주에 수출했다.
국내 수소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려면 기술・가격경쟁력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플라젠의 윤영민 박사는 글로벌 표준의 중요성과 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팔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른 나라의 기술을 사오기 위해서는 표준화 품질이 수소산업을 주도해 나가는 미국, 유럽 등과 유사해야 한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에서는 4kgCO2eq/kgH2 이하(수소 1kg당 탄소배출 4kg 이하)를 청정수소로 인증하는 제도를 제시했는데 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평가하는 LCA(생애전주기평가) 역시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기준과 유사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기업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자산은 원천기술”이라며 “기업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제품이 내구성이 있고 경제성이 충분하다면 미국 현지 업체들이 한국 기업에 사업참여를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