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온실가스 배출 1위 지역이 가와사키다. '토토 사이트' 일본 도쿄 전시회 방문단이 가와사키시청을 찾아 수소 전략에 대해 물었다.

나리타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전세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이날 미팅이 있는 가와사키시청으로 가려면 도쿄 시내를 지나야 한다. 하네다공항에 내리면 지척이겠지만, 비행기 티켓 가격도 생각해야 한다. 

도쿄도 오타구를 지나 다마강을 건너면 바로 가와사키시다. 요코하마로 가려면 이대로 죽 달리면 된다. 그러니까 가와사키는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끼어 있다. 흔히 도쿄, 가와사키, 요코하마가 속한 도쿄만 서안 일대를 묶어 ‘게이힌(京濱)’이라 부른다. 이곳은 일본 최대 공업지대다.

가와사키는 도쿄라는 대도시의 배후에서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내륙은 기계, 바다와 접한 임해(臨海) 지역은 석유화학‧철강 공업을 특징으로 한다. 쇼와 쉘 석유, 도아오일(TOA OIL)의 가와사키 정유공장을 통합한 ‘게이힌 정유소’가 바로 이곳에 있다. 또 도쿄전력, 주부전력이 공동출자해서 설립한 제라(JERA)의 LNG터미널도 이곳에 있다.

쇼와 쉘 석유, 도아오일의 가와사키 정유공장은 2000년 10월 게이힌 정유소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사진=TOA OIL)
쇼와 쉘 석유, 도아오일의 가와사키 정유공장은 2000년 10월 게이힌 정유소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사진=TOA OIL)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연안지역 탈탄소화 나선 이유

가와사키시청 임해부 국제전략본부의 탄소중립추진담당인 마에다 아스카 계장이 일행을 맞는다. 이번 만남은 ‘H2&FC EXPO’ 일정에 맞춰 기획됐다. 전시회 참관단 20명 정도가 가와사키시청 내 회의실을 찾아 ‘가와사키 수소 전략과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와사키시의 총면적은 약 144㎢로 서울(605㎢)의 4분의 1 크기다. 일본에 있는 20개 지정도시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들지만, 인구는 154만 명으로 6위에 해당한다. 인구밀도는 전국 2위로 일본 내 GDP의 1.1%를 담당하는 전형적인 산업도시다.

“가와사키 연안지역은 석유정제, 화학공장, 에너지‧물류시설 등이 밀집한 공업단지라 할 수 있어요. 여기 토지이용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석유화학, 철강이 각각 20%로 가장 많고, 물류가 13%, 에너지 부문이 6%를 차지하고 있죠. 가와사키시는 일본 내 조례지정도시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아요. 그중에서도 가와사키 연안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73%로 월등히 높죠.”

ⓒ 가와사키시
ⓒ 가와사키시

마에다 계장이 모니터에 뜬 그래프를 보며 설명을 이어간다. 일본 내 지정도시 중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1.39Mt(메가톤)으로 단연 1위다. 요코하마, 오사카, 기타규슈, 지바, 나고야가 그 뒤를 잇는다. 

다마강 건너에 도쿄 하네다공항이 있다. 도노마치의 ‘킹 스카이프런트(King Skyfront)’에서 스카이브리지를 타고 강을 건너면 바로 공항이다. 

다마강 스카이브리지에 직경 20cm의 수소배관이 설치된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향후 가와사키 연안으로 수입하게 될 해외 수소를 이송하기 위한 시설이다. 다리 설계에 그 안을 미리 반영했다는 점에 새삼 감탄한다. 일본의 철저한 준비성,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와사키시에서 펴낸 '가와사키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상'의 일부로, 하네다공항으로 넘어가는 스카이브리지에 직경 20cm의 수소배관이 시공된 사진이 하단 우측에 실려 있다. ⓒ 가와사키시
가와사키시에서 펴낸 '가와사키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상'의 일부로, 하네다공항으로 넘어가는 스카이브리지에 직경 20cm의 수소배관이 시공된 사진이 하단 우측에 실려 있다. ⓒ 가와사키시

가와사키는 일본 수소 수요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한다. 수소 수급을 위한 배관망을 갖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LNG 인프라는 확실하다. 도쿄가스, 제라의 LNG터미널을 기반으로 도시가스 공급망을 잘 갖추고 있다. 또 천연가스를 활용한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연간 213만 톤에 이르는 일본의 플라스틱 재활용량 중 10%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바로 이곳 가와사키 연안에 집중돼 있어요. J&T 리사이클, JFE 플라스틱자원공사, 레조낙(RESONAC) 같은 회사들이 그 일을 맡고 있죠. 가와사키시는 2015년에 일본 최초로 수소 전략을 수립해서 수소 공급, 활용 사업을 추진해왔어요. 일본 정부가 수소 기본전략을 발표하기 2년 전에 수소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왔죠.”

가와사키시는 2013년에 설립한 가와사키 임해부 수소네트워크 협의회를 중심으로 기업과 기관, 일본 정부와 협력해 수소사업을 전개해왔다. 2015년에 수소 전략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지역 비전’을 세우고 저탄소 산업단지 조성사업, 수소에너지 활용촉진사업, 자산활용‧투자촉진사업 등 13개 선도사업을 추진해왔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3년(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 대비 46%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과 도입을 위해 10년간 2조 엔(약 18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민간 기업의 연구 개발과 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가 중심이 되어 ‘녹색혁신기금’ 사업을 선정하고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한 대규모 실증, 연구 사업이 포함돼 있다.

“가와사키시도 정부 방침에 따라 2020년 11월에 탈탄소화 전략을 세우고 2022년 3월에 ‘가와사키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상’을 내놨죠. NEDO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에네오스(ENEOS)가 참여한 사업이 있어요.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가와사키 연안이나 주변 지역으로 수입해서 배관으로 공급하는 수소공급망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죠. 여기에는 저탄소 수소, MCH(메틸시클로헥산), 액화수소가 모두 포함됩니다.”

 스무 명의 '토토 사이트' 방문단이 가와사키시청 회의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스무 명의 '토토 사이트' 방문단이 가와사키시청 회의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NEDO가 민간 부문과 함께 추진 중인 ‘액화수소 공급망 프로젝트’의 수소 수용처로 지난해 초 가와사키 연안지역이 최종 선정된 바 있다. 타당성 조사, 기술 연구 후에 최종 결정이 나면 가와사키 연안에 상용화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실증 결과에 따라 상업 규모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수입한 수소는 전력생산에 활용되거나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된다. 또 차량이나 지게차, 열차 등 수소모빌리티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다마강 건너에 있는 하네다공항과 배관을 연결해 수소를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NEDO는 후속 사업으로 하네다공항, 도쿄 오타구, 민관 6개 기관과 연계한 수소활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하네다공항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일본공항빌딩을 비롯해 에네오스, 가와사키시 등이 참여한 타당성 조사가 지난해 9월에 완료됐다.

수소사회 실현 위한 가와사키의 수소 선도사업

가와사키를 대표하는 수소사업으로 LOHC(액상유기수소운반체)를 활용한 국제 수소운송 프로젝트를 첫손에 꼽는다. ‘AHEAD(기술개발을 위한 첨단 수소에너지 체인협회)’가 진행한 세계 최초의 LOHC 프로젝트다. 

AHEAD 회원사에는 미쓰비시 그룹, 해운 기업인 닛폰유센, 엔지니어링 기업인 치요다화공건설, 미쓰이 그룹이 속해 있다. 치요다화공건설의 SPERA 수소 기술을 활용해 5,000km 거리에 있는 브루나이의 수소화 공장에서 메틸사이클로헥산(MCH) 형태로 수소를 수입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브루나이 다루살람에서 천연가스를 개질해 생산한 수소를 톨루엔과 혼합해 MCH로 전환한 후 이를 선박에 실어 일본으로 운송한다. 가와사키 연안에 있는 도아오일 부지에 세운 탈수소화 플랜트에서 수소를 뽑아내고, 수소저장물질인 톨루엔은 다시 배에 실어 브루나이로 보내게 된다. NEDO의 보조금을 받아 추진된 이 사업은 지난 2020년에 실증을 마쳤다.

도아오일의 게이힌 정유소 부지에 있는 탈수소 플랜트로, 브루나이에서 수입한 LOHC(메틸사이클로헥산)에서 수소와 톨루엔을 분리한다.(사진=AHEAD)
도아오일의 게이힌 정유소 부지에 있는 탈수소 플랜트로, 브루나이에서 수입한 LOHC(메틸사이클로헥산)에서 수소와 톨루엔을 분리한다.(사진=AHEAD)

폐플라스틱 재활용시설을 활용한 지역 순환형 수소 모델도 눈길이 간다. 쇼와덴코는 가정과 기업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소각하는 대신 가스화해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 

폐플라스틱 열분해‧가스화 공정에서 나온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얻고, 이를 저탄소 암모니아 생산 공정에 투입하게 된다. 또 다량의 CO2를 포집해서 드라이아이스, 탄산음료, 의료용 이산화탄소 원료로 사용한다. 쇼와덴코는 하루에 약 200톤, 연간 약 6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쇼와덴코는 ‘가와사키 플라스틱 재활용(Kawasaki Plastic Recycling, KPR)’ 사업을 통해 2022년 1월 폐플라스틱 100만 톤 재활용에 성공했다.

쇼와덴코는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배관을 통해 직선으로 5km 거리에 있는 ‘가와사키 킹 스카이프런트 도큐 레이 호텔’에 공급하기도 했다. 2018년 6월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세계 최초 수소호텔’로 통한다. 

‘가와사키 킹 스카이프런트 도큐 레이 호텔’은 도시바의 수소 전용 연료전지시스템인 H2Rex를 설치해 운영했다.(사진=도시바)
‘가와사키 킹 스카이프런트 도큐 레이 호텔’은 도시바의 수소 전용 연료전지시스템인 H2Rex를 설치해 운영했다.(사진=도시바)

도큐 레이 호텔은 도시바(Toshiba Energy Systems & Solutions)의 H2Rex 기술이 적용된 100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해 전기와 열(온수)을 활용했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30%를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수소로 충당한 혁신 프로젝트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쇼와덴코는 2020년에 히타치화성공업을 인수하면서 레조낙(RESONAC)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도시바는 지난 2015년부터 자립형 수소에너지 공급시스템인 H2One을 시장에 공급해왔다. H2One 시스템은 박스형 컨테이너에 배터리, 수소제조장치, 수소탱크, 연료전지 등을 넣은 ‘통합 수소에너지 시스템’이다. 

태양광과 연계해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한 뒤, 이 수소로 연료전지를 가동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미야기현 센다이에 있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 맥주 제조사 아사히의 이바라키 양조장 투어 시설에도 H2One이 설치됐다. 

가와사키시는 지난 2015년에 ‘가와사키 마리엔(높이 51m의 전망대를 갖춘 항만진흥회관)’ 앞에 도시바의 H2One을 설치했다. 태양광과 연계한 자립형 수소에너지 공급시설로, 재해 발생 시 300명의 피난민에게 일주일 분의 전기와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평소에는 전력 소모가 많은 시간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2017년에는 JR난부선 무사시-미조노쿠치역에 H2One을 설치했다. 긴급상황 발생 시 역의 중앙 홀과 화장실 일부 조명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BCP(Business Continuity Plan, 업무연속성계획) 사업으로 추진됐다. 역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서 탱크에 저장해뒀다 연료전지로 발전하는 방식이다.

JR난부선 무사시-미조노쿠치역에 설치된 도시바의 H2ONE 통합 수소에너지 시스템.(사진=도시바)
JR난부선 무사시-미조노쿠치역에 설치된 도시바의 H2ONE 통합 수소에너지 시스템.(사진=도시바)

수전해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지게차에 충전하는 실증도 이미 끝마쳤다. 요코하마의 풍력발전기인 하마윙의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가와사키시 3개소, 요코하마시 3개소, 오타구 내 1개소 등 총 7개소에서 12대의 수소지게차를 운영하는 데 활용했다. 

또 의료용, 산업용 가스제조 업체인 ‘타이요 닛폰산소’의 가와사키 수공사업소에 태양광과 연계한 수전해 장비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수소를 350bar로 수소지게차에 충전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타이요 닛폰산소는 이동형 패키지 수소충전소인 ‘하이드로 셔틀’을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동일본여객철도에서 진행한 수소전기 열차 실증도 빠뜨릴 수 없다. ‘히바리(HYBARI)’라는 이름이 붙은 일본 최초의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열차로 2량 1편성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히타치가 주회로용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또 열차의 디자인과 설계는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종합차량제작소가 맡았다. 2020년 6월부터 총 40억 엔을 투입해 개발했으며, 수소 1회 충전으로 최대 140km를 달릴 수 있다. 

일본 최초의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열차인 히바리(HYBARI).(사진=JR East)
일본 최초의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열차인 히바리(HYBARI).(사진=JR East)

히바리는 2022년 3월부터 시험운행에 들어가 올해 말 실증을 마무리하게 된다. 요코하마와 가와사키의 공업지대가 속한 JR쓰루미선, JR난부선의 2개 노선에서 실증이 이뤄진다. 수소 연료는 레조낙(쇼와덴코)의 폐플라스틱 가스화 수소생산시설에서 공급된다. 수소 하이브리드 열차의 도입 시기는 2030년으로 잡고 있다.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 위한 지역연계 사업 활발

가와사키시는 ‘가와사키 천식’이라는 공해병이 존재할 만큼 심각한 대기오염 지역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70년대 들어 가와사키 시내에 있는 39개 공장이 대기오염방지 협정을 맺기도 했다. 

JFE스틸은 가와사키제철이 지난 2002년에 니혼코칸(NKK)의 제철사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 제조업체인 JFE스틸의 게이힌 제철소가 가와사키 연안의 오기시마에 자리하고 있다. JFE스틸은 지난해 9월 게이힌 제철소의 제1, 제2고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JFE 홀딩스는 가와사키시와 협력해 오기시마 남부 토지 중 최소 222ha(헥타르, 약 67만 평), 주변 지역을 포함할 경우 최대 400ha를 전용할 계획이다. 시의 탈탄소화 전략에 따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공급 거점, 첨단 물류기지로 탈바꿈하고 차세대 모빌리티 실증, 체험공간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동쪽에 있는 222헥타르의 원자재 야적장은 구조물이 거의 없고 심해 정박지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 선도지역으로 우선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아스카 계장의 설명이다.

일본의 수소 전략은 가와사키 연안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와사키시는 일본 최초로 수소에너지 공급 허브를 위한 ‘수소 전략’을 추진했고, 여기에 수도권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탄소 재활용 전략’을 접목했다. 또 ‘지역 에너지 최적화 전략’을 더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가와사키시의 핵심 전략. ⓒ 가와사키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가와사키시의 핵심 전략. ⓒ 가와사키시

가장 최근에 나온 ‘가와사키 탄소중립 산업단지 구상’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 들여온 청정수소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연안의 공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최소화하고 이를 포집해서 재활용(재사용)한다. 도심에서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수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전기, 열 사용을 최적화해서 항만시설, 연안지역의 탈탄소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탄소중립 산업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해요. 또 정부나 다른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죠. 시는 ‘가와사키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추진협의회’를 설치해서 기업 간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대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84개 회사가 등록돼 있는데, 제조사나 기술기업뿐 아니라 금융기관도 이름을 올리고 있죠.”

임해부 국제전략본부의 탄소중립추진담당 마에다 아스카 계장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임해부 국제전략본부의 탄소중립추진담당 마에다 아스카 계장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민관 협의회인 ‘가와사키항 탄소중립 항만 형성추진협의회’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도쿄만 일대 게이힌 공업단지를 공유하고 있는 요코하마시, 오타구 등 인근 지역과 수소 활용을 중심으로 연계사업을 벌이기 위한 협약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역 연계사업은 수소사업 확장의 기반이다. 가와사키 연안지역에서 주변 지역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일이 가능해져 사업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수소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야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도쿄만을 가로질러 지바현이 속한 게이요(京葉) 공업단지까지 연결해 도쿄만 전체를 포괄하는 지역 계획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마다 산업 구조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집중하는 분야가 달라요. 아이치현의 헤키난은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암모니아 혼소 발전에 집중하고 있어요. 산림이 많은 야마나시현 같은 경우는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P2G 그린수소 사업에 집중하고 있죠. 석유화학, 철강, 제조업이 밀집한 가와사키시와는 다른 전략으로 가고 있어요.”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특성에 맞는 수소사업을 발굴하고 타당성 조사, 실증 단계에서부터 기업, 기관을 함께 참여시켜 상용화 단계를 밟게 된다. 

가와사키시가 수소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시장에 스며들어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실증 단계에 있거나 사업성이 확보될 때까지 잠시 보류한 사업도 있다.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기술력도 올라야 하고 규모의 경제도 갖춰야 한다. 

길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준비해서 대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성취도 이룰 수 없다. 수풀로 난 오솔길은 앞서 간 사람의 용기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