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대학교의 신통 가오(Xintong Gao) 박사가 막이 없는 요소전기분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애들레이드대학)
애들레이드대학교의 신통 가오(Xintong Gao) 박사가 막이 없는 요소전기분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애들레이드대학)

호주에서 오줌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전해와는 다른 관점에서 수소생산 방법을 찾아낸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애들레이드대학과 호주 탄소과학 및 혁신연구센터(COE-CSI) 연구진은 소변에 포함된 요소(urea)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무막 전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소변 전기분해로 기존 수전해보다 전력 소비를 줄이고 수소생산 단가를 낮췄다. 산업형 전해조 기준으로 수소 1Nm³ 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4.05kWh로, 기존 알칼라인 수전해(5.17kWh)보다 적다. 생산 단가는 kg당 1.81달러(약 2,400원)로, 미국 에너지부(DOE)와 유럽연합(EU)이 설정한 2030년 목표인 2~2.5달러보다 낮다.

기존 수전해의 한계와 소변의 가능성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음극에서 수소, 양극에서 산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알칼라인 수전해(AWE)는 내구성이 높지만 전력 효율이 낮고,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PEMWE)는 효율이 높지만 막 소재가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진다. 특히 전극 사이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고가일 뿐 아니라, 장시간 운전 시 손상되기 쉽고 유지비용도 크다.

산소발생 반응의 느린 속도도 문제다. 수소는 음극에서 쉽게 발생하지만, 양극의 산소 발생 반응(Oxygen Evolution Reaction, OER)이 느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린수소 생산 단가는 kg당 4~9달러에 달하고,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그레이수소(약 2.5달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다.

a~f: 소변 전기분해의 경제성, 기존 문제점, 산·알칼리 조건 비교, 반응 메커니즘 및 비용 분석을 나타낸 모식도와 그래프.
a~f: 소변 전기분해의 경제성, 기존 문제점, 산·알칼리 조건 비교, 반응 메커니즘 및 비용 분석을 나타낸 모식도와 그래프..(출처=Urine electrooxidation for energy–saving hydrogen generation)

연구팀은 물 대신 소변 속 요소를 산화시켜 산소 대신 질소(N₂)를 발생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 요소는 물보다 낮은 전압인 0.37V에서 산화돼 전력 소비를 줄인다. 기존 구리 기반 촉매보다 효율이 낮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팀은 백금(Pt/C) 촉매를 사용해 산성 조건에서도 높은 효율을 확보했다.

소변과 폐수는 무료에 가까운 자원이고, 질소 성분은 하수 처리 시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 전기분해로 요소를 산화하면 질소가스가 발생하는데, 수소 생산과 함께 질소 오염 저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염화물 문제 해결…200시간 이상 안정 구동

소변에는 염화물(Cl⁻)이 포함돼 있어 전해 과정에서 염소가스가 발생하고 전극이 부식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백금 촉매에 염화물 매개 산화 반응(Cl⁻ mediated oxidation mechanism)을 적용해, Cl⁻와 요소가 반응해 N-클로로우레아(N-chlorourea) 중간체를 형성하고 이를 질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경로를 규명했다. 이 방식으로 200시간 이상 고순도 수소(99.9%)를 안정적으로 생산했고, 패러데이 효율도 평균 94%에 달했다.

멤브레인이 없는 전기분해 시스템.(사진=애들레이드대학)
멤브레인이 없는 전기분해 시스템.(사진=애들레이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무막 전해 시스템은 전극, 전류 수집기, 개스킷 등 4개 부품으로 구성돼 제작비와 운영비가 낮다. 폐수와 소변에서 회수한 요소의 비용까지 포함해도 그레이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

또 백금 촉매가 Cl⁻와 반응해 질산염, 아질산염 등 독성 부산물 없이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경로를 제시했다. 다만 백금의 가격이 비싼 만큼, 연구팀은 비귀금속 기반 대체 촉매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폐수 처리와 결합한 대형 수소생산 시스템의 상용화를 통해 수소생산과 질소 오염 저감 효과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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