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수소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수소 저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하저장 방식 가운데 소금동굴(salt cavern)이 높은 밀폐성과 구조 안정성으로 주목을 받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실증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 에첼(Etzel)에서 추진 중인 H2CAST Etzel 프로젝트는 기존 천연가스 저장소였던 소금동굴을 수소 저장소로 전환하기 위한 최초의 시범 사례다. 현재까지 총 90톤의 수소가 주입됐다.

소금동굴, 수소 저장에 가장 적합한 지질 구조
소금동굴은 지하 소금층이 녹아서 생긴 빈 공간으로, 대용량 수소 저장소로 활용된다. 기체가 새지 않는 밀폐성, 균열 발생 시 자가복원이 가능한 점성·가소성 특성, 수소와의 낮은 화학 반응성을 갖춰 대용량 수소 저장소로 적합하다. 장기 저장에도 수소 품질이 유지되며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구조적 안정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지질학자인 미오치크(Johannes Miocic) 등이 2023년 발표한 논문(Underground Hydrogen Storage)은 이런 특성과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소금층이 수소 저장에 가장 적합한 지질 구조라고 평가했다.
실제 운영 사례도 존재한다. 영국 티사이드(Teesside)와 미국 텍사스(클레멘스, 모스블러프, 스핀들탑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95% 이상 고순도 수소를 소금동굴에 저장해왔다. 독일 킬(Kiel)에서는 1960년대부터 수소 함량 62%의 도시가스를 저장한 경험이 있다.
현재독일 HYPOS 프로젝트, 네덜란드 HyStock(Veendam), 프랑스HypSTER등도 소금동굴을 활용한 수소저장시설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H2CAST Etzel, 유럽 대표 실증 프로젝트로
에첼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니(Gasunie)와 독일 스토라그 에첼(Storag Etzel)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총 30만㎥ 규모의 소금동굴 두 곳에 최대 1TWh의 수소 저장을 목표로 한다.
수소는플러그파워의 베를테(Werlte) 수전해 설비에서 생산되며 트레일러를 통해 주 3회 저장소로 운반된다. 저장은 300bar 고압으로 이뤄지며 동굴 내부에는 이중관 주입 시스템과 실시간 누출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다. 저장소의 압력과 부피는 염수 주입량으로 정밀하게 조절된다.
향후 수소 정제와 건조, 품질 측정 설비도 도입될 예정이며 전체 시스템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장기 운전 시험이 진행 중이다. 두 곳의 저장소는 각각 저장용과 이송용으로 분리 운영되며 압력 단계별 운전 시나리오와 정제 효율 실증도 병행된다.

에첼은 독일 유일의 심해항인 빌헬름스하펜(Wilhelmshaven)과 인접해 있다. 이 항구는 향후 수소 수입과 유통의 중심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유럽 수소 백본 네트워크(European Hydrogen Backbone)와도 연결된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저장소와 항만, 수소 수입 및 내륙 공급망을 연계해 독일 북서부의 수소 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수소 수입, 저장 인프라 확충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소정제 설비와 지상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