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Shell)은 지난 2023년 8월 5곳의 수소충전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상용차용 대형 수소충전소 3곳만 남겨두고 캘리포니아에 구축한 수소차 충전소 7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초 영국에 구축한 수소충전소 3곳도 폐쇄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의 최대 에너지 기업 OMV는 최근 전국 유일의 공공 수소충전소 4개소를 올해 9월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수소충전소 폐쇄 조치는 수요 부족으로 인한 운영 손실 누적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수소충전소도 수소차 보급 저조로 만성적인 운영 적자에 시달리는 등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외처럼 수소충전소 폐쇄를 결정한 곳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곧 도산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가득했던 국내 최다 수소충전소 운영 기업 하이넷의 경우 주주사들이 신규자금 투입 등 단계별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시행 중이다.
국내는 수소차와는 달리 충전소는 정부의 구축목표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구축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기준 전국에 총 407기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으로, 2025년 수소충전소 구축목표인 450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적은 아마 세계 1위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수소차 보급 초기에 ‘수소차가 먼저 보급되어야 충전소가 늘어난다’와 ‘충전소가 먼저 구축되어야 수소차 보급이 확대된다’라는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소차 보급을 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의 가동이 시작되면서 전국에 액화수소충전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액화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인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에 약 300기 이상의 액화수소충전소가 구축되어 있으나 하루에 2톤 이상 충전하는 사례는 국내가 처음이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수소버스 보급 속도가 더디어 충전소 가동률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액화수소 충전량도 세계 1위 수준인 셈이다.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기업 코하이젠이 구축 중인 충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기술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어떻게 보면 한국만 수소충전소 구축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수소경제 확산 시기에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연료전지 산업이 수출산업화 초기 단계로 진입했는데, 연료전지 다음으로 수소충전소가 수소차와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해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 사업이 생사 갈림길에 섰다. 올해 수소승용차 신차가 출시되고, 수소버스 보급도 활발해질 수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충전소가 생존의 길로 들어설지 주목된다. 정부가 그간 수소차와 충전소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해왔지만 더욱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가격, 인프라, 규제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글로벌 수소경제 확산 속도가 더디고 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재조정하며 솜 고르기를 하는 상태이지만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흔들림이 없다. 미래 수소경제 시장이 활짝 열리는 시기에 과실을 얻기 위해선 초기에 민관이 협력해 어려움을 딛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경험과 노하우, 실적을 꾸준히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