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을 돌아보면 산업의 변화가 뚜렷했는데, 크게 AI 및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라고 일컬어지는 ‘에너지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가지 산업의 변화가 연결되어 있고 두 산업 변화의 기저에는 전력 계통 부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용, 특히 AI 데이터센터 개발과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나 에너지 전환의 기조에 맞게 전력 공급이 이루어져야 지속 가능한 선순환의 경제 모델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탄소경제에서 탈탄소경제, 궁극적으로는 수소경제로의 전환의 관점에서 전력 계통 문제 해결 없이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요원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도 계통 문제로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의견들을 접한 바 있다. 이러한 계통 문제는 비단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호주·미국·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다. 전기화의 가속화와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선진국들도 부족한 계통 인프라 해결이 선행되어야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양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해외 사례들을 포함해 계통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대안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민간투자사업 중 임대형 민자사업인 BTL(Build-Transfer-Lease) 사업구조로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민간에서 최초 제안한 후에 적격성 검토를 통과하면 사업화가 가능한 구조로, 민간에서 계통 인프라를 건설해 정부에 이전하고 정부로부터 일정 기간 리스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현행 제도 기반으로 이루어지므로 법적 안정성이 있고 신용보증기금의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의 지원을 받아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민간투자법상 주무관청을 어느 기관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하며, 민간투자법에 따른 제반 절차를 이행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일종의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back)을 하는 모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주도적으로 계통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후에 민간 투자자와 한국전력공사가 별도의 사업시행법인을 설립해 이 법인에 해당 시설을 매각하고, 한국전력공사는 장기 리스로 해당 시설의 사용수익을 하는 것이다. 사우디 아람코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발전 시설을 유동화한 사례가 있다.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은 한국전력공사가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민간투자법에 근거하지 않아 신속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에  한국전력공사가 한전채 발행 등의 자체 방법으로 계통 인프라 건설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사업시행법인이 계통 인프라를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열차 차량의 재원조달 사례를 준용해 민간 투자자가 별도의 사업시행법인을 설립해 계통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 시설을 한국전력공사에 장기 리스하고 특정 시점에 기부채납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식 역시 한국전력공사의 운영권 확보와 신속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계통 인프라 소유권에 대한 제도적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해외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규제자산 기반(Regulatory Asset Base, RAB) 모델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유럽 등에서는 송배전에 대한 민영화를 유도하는 대신 독과점으로 인한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정기적으로 가격을 규제하는 규제자산기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수익률을 정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수익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금리와 물가에 연동되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정부가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신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간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해상풍력 모델을 준용해 가용성 기반(Availability Payment, AP) 모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해상풍력 개발업자인 민간이 우선 재원을 조달해 계통 인프라를 건설하면 정부가 입찰을 통해 선정한 민간사업자에게 이 건설자금을 지급하고, 가용성에 기반해 일종의 리스료 형태의 대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입장에서는 건설 기간에 재원조달의 부담이 없으나 이 자금 부담이 민간 투자자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해상풍력이나 대규모 수소전소발전 등의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계통 문제 해결을 위해 준용해 볼 수 있는 제도이다. 다만 신규 제도인 만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제시한 대안들은 민간투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계통 인프라가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출발점이고,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화를 통한 새로운 산업 변화의 패러다임을 선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025년이 새로운 제도 마련에 대해서도 선택지를 열어 놓고 보다 다양한 대안들을 공론화해 최적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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