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가 새해를 맞아 ‘2025년 수소시장 전망’을 주제로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토토 사이트 칼럼 필진을 대상으로 5개의 공통 질문을 보내고 답변서를 받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①수소정책, ②수소전기차·충전인프라, ③수소생산·수소활용 부문으로 나눠 3편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특집기사는 각 질문에 대한 필진 개개인의 의견을 담고 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한 해 동안 국내 수소산업이 어떻게 변해갈지,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01. 수소정책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수소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수소협회 프랑크 월락 회장은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복귀하고 수소 관련 지원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정치 상황도 어수선하다. 세계 최초로 시행한 청정수소 발전입찰 시장은 당초 계획했던 물량의 11.8% 수준에 낙찰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입찰에 참여한 5개사 중 최종 낙찰된 곳은 한국남부발전 한 곳으로, 나머지 입찰 참여사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 상한선을 맞추지 못했다. 청정수소 발전의 경제성 확보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수소 사업자와 지원시설의 집적화, 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수소특화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울진, 서산, 울산을 3기 수소도시에 선정하는 등 12개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도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친환경기술연구소장

글로벌 수소정책은 각국의 로드맵 등으로 뚜렷해지고 있으나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수소모빌리티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수소전기차 외에는 초기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소모빌리티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 충전 인프라가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이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에서 시도 중인 수소특화단지는 수소모빌리티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특화단지가 수소모빌리티의 사업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서 관련 기업의 시장진출을 돕고 수소경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의 많은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권효재 코르에너지 컨설팅 대표이사

모든 신기술은 개발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기술에 대한 기대가 충만해 초기에는 자원이 집중투자 되지만, 결과물이 그에 미치지 못해 실망이 퍼져가고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해당 기술과 산업이 침체를 겪는 일은 흔하다. 현재 수소산업은 세계적으로 이 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소는 매우 다루기 힘든 물질이므로 대규모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규정을 확립하고 고비용 기술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므로 급속한 보급이나 비용 절감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점차 실증 과제들이 진행되고 외산 고가 장비들이 하나둘 국산화되면 원가도 차츰 낮아질 것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 사업의 경우 환 리스크와 EPC 비용 리스크를 사업자가 모두 부담하라고 하면 투자자 확보가 어렵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기술 실증인지, 경쟁력 있는 탈탄소 발전원 확보인지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서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 저렴한 탈탄소 원료를 국내외에서 조달하려면 업스트림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CCS(탄소 포집·저장) 사이트와 결합해 천연가스전을 확보하거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해외에서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제도와 지원책 정비가 필요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를 넘어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태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향배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며, 특히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관련 정책은 이념·정파적으로 기조 변화가 극심하다. 현시점에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가정을 전제로 해서 향후 국내 수소경제, 수소산업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만일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될 것 같다.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여 확대 개편하자는 내용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3년 11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제안을 필두로 야권과 환경·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이슈이다. 아직은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이지만, 정권교체 가정 시 집권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보유하는 형국이라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국내 수소업계 입장에서는 현재 산업부, 환경부 등으로 분산된 업무가 하나의 부처로 통합되는 측면이 있어 수소정책이 더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향후 수소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위원

금융투자 관점에서 보면, 청정수소 입찰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일반 발전사업자(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에 접어들었고 한국은행도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지만, 사업자들의 조달금리 부담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만큼 금리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REC 가중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조달금리와 비교해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청정수소 발전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일반 기업을 중심으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백동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청정수소 발전시장은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이 앞서야 하는데 국내외 현황을 보면 큰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그린수소 생산지원 시설의 집적화 방안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모빌리티 분야의 수소전기차(지게차, 버스, 트럭, 트램 등 포함),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정책을 유지해 수소산업을 활성화하고 수소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 수소는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이 흐름을 외면하거나 선도하지 못한다면 여러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제품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안치훈 현대건설 책임연구원

미국의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수소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서는 P3(Price, Performance, Parity) 달성이 필요하다. 가격 동등성(Price Parity) 확보를 위해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은 배출권거래제(ETS) 같은 탄소세 도입에 나섰다. 

다만 IRA 같은 인센티브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생산된 수소나 수소화합물이 자국 내 소비가 아닌 해외로 수출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

현시점에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2023년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발표한 탄소배출 규제전략은 향후 전 세계 정책의 방향성에서 국제적인 약속으로 시장의 참여를 끌어내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정책의 경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 국가가 주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각국 정상의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수소 분야에서 중국의 저력이 무섭다.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정책 지원,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기 위한 활동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승훈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집권기에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고 주로 화석연료와 관련된 정책을 추진했으나, 미국의 각 주는 친환경 정책을 유지하면서 수소 관련 시장을 확대해온 경험이 있다.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수소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며,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수소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현실성 있는 지원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은 청정수소 1kg당 3.5달러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은 청정수소 1kg당 4.5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은 청정수소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실성 있는 비용 분석을 통해 기업이 청정수소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친환경 산업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이종덕 한국산업기기 대표이사

대내외적인 불안정성은 올해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서 촉발된 국내 실증, 연구개발 여건은 거의 최악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기반이 되어준 대기업조차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홍보에 나서는 일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수소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과 정책을 마련한 덕에 몇몇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지만, 지원 감소에 따른 추진력 약화로 동력을 상실하면서 막 돋아난 싹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을 망연자실하여 바라만 본다면 수소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영영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수소 발전의 기반인 우수 인력 유치 명분이 사라질 수 있고 어렵게 확보한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좋은 인재를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과 혜택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중장기 계획으로 튼튼하게 유지해주고 이끌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술 인력 기반이라도 꾸준히 유지되어야 대내외 변화에 대비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수소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 미래산업정책발전회 전문위원

최근 한국 정부가 화석연료에 공적금융 제공을 중단하는 국제협정에 반대한 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이는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을 통해 해외 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공적수출신용기관의 자금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법으로 미국, EU,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등은 이미 화석연료 지원 종료를 지지했다.

물론 새로 등장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기에 얼마나 동참할지 미지수이나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발굴하려는 유럽(그린수소 발전을 위한 전환단계로 천연가스 발전소 확대 중)을 필두로 미국 내 공화당도 초당적으로 화석연료 감축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수소정책에 동의하고 있고 지구온난화, 기상이변을 늦추기 위한 선진국의 탄소중립 정책, 청정수소 활용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을 추구해온 한국은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탄소감축 요건을 맞춰야 하며, 올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탄소 감축의 한 축인 수소사업 정책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정부는 수소경제의 개화 모습을 천연가스 시대와 같다고 여기고 유사한 모습으로 구상했다. 한국가스공사를 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했고, CHPS를 통해 대량의 수소 수요처를 확보하려 한 점이 여기에 든다. 당시 천연가스는 갈탄과 무연탄을 대체하면서 전국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수단이었다. 아쉽게도 수소는 청정에너지라는 장점 외에는 가격, 연료 대체의 시급성, 안전한 이용설비, 대규모 사용 등 여러 방면에서 내세울 점이 크지 않다.

또한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자, 대규모 수송 기술, 선도적 수요자에 대한 비용 보전과 인센티브 등이 완비되지 않은 채로 CHPS 제도가 시행된 감이 있다. 청정수소인증제는 전 세계 수소 공급자들을 우리 앞에 줄 서게 할 좋은 무기였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규제 시책이든 진흥 시책이든 국내 청정수소 산업 생태계를 싹트게 하는 도구가 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국토의 규모나 경제 규모, 재정 여건을 감안해 기존 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지역에 집중투자해 빠르게 산업화하고 그 생태계를 확산하는 전략이 유효했으나, 공평한 지역 배분에 매몰된 점도 아쉽다.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것이 수소산업에 부정적 요소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셰일가스 대량생산 재개 등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더라도 이미 갖추어진 CCS와 연계된 블루수소 생산 설비는 원유회수증진(EOR) 등 기존 화석연료 채굴사업에 유리해 이름은 달라지더라도 수소산업 자체의 흐름을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이차전지, 비철금속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등 무탄소, 저탄소 에너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국, 중동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산업으로서 수소의 가치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전재은 공정사회실천연대 사무총장

올해 수소시장은 전례 없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화석연료로의 상당 부분 복귀가 선언될 것이며, 국내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당분간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동해 가스전 시추를 위한 2025년도 예산이 통째로 날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필요한 수소산업 분야에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수소산업을 책임지는 정책 당국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을 잘 모르고 중장기 안목이 없으면 그들이 내놓는 전망이나 로드맵은 한낮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2024년도 청정수소 입찰제만 봐도 4년 후 대한민국의 필요 수소량(입찰공고량)이 고작 발전설비 1GW에 못 미친다. 2030년 청정수소 발전량이나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도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1GW 발전 시 배출되는 약 1천만 톤의 CO2를 어디에 묻겠는다는 건지, 그레이수소를 생산하면서 왜 청정수소 입찰이라 부르는지도 의문이다.

제대로 된 상황분석 없이 앞뒤가 안 맞는 제도를 시행해서는 곤란하다. SK는 최근 보령의 연 25만 톤 수소생산플랜트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청정수소 발전은 차치하고 현대자동차의 수소모빌리티 사업이나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등을 추진할 청정수소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 냉정해져야 한다. 대규모 수소인프라 구축계획 하나 없이 지금까지 해온 관성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수소산업의 발전은커녕 퇴보를 목도할 가능성이 높다. 토토 사이트 같은 대표 언론사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 전문가를 모아 여기서 연간 전망을 도출해내고 이를 정부, 여야가 귀담아들어서 수소정책에 반영하는 기회의 장이 열렸으면 한다. 이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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