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엔진을 적용한 GR 코롤라 차량이 경주용 트랙을 달리고 있다.(사진=도요타)
​ 수소엔진을 적용한 GR 코롤라 차량이 경주용 트랙을 달리고 있다.(사진=도요타)

올해는 액화수소 원년이다. 수소를 영하 253℃의 극저온에서 냉각해 액화하면 기체수소보다 운송 효율이 높고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또 부피가 작아 충전소 부지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BOG(Boil Off Gas)라 부르는 증발가스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탱크에 외부의 열이 들어오면서 기화된 수소기체를 그냥 날릴 순 없다. 

값비싼 연료의 손실이라는 경제성 문제와 더불어, 수소 자체가 대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기로 배출된 수소가 20년간 지구에 미치는 온난화 잠재력을 계산한 연구에 따르면, 수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30(이산화탄소의 30배) 이상으로 나왔다. 

이는 수소가 하이드록실 라디칼이라는 공기 중 분자와 상호작용해 대기 중 메탄의 수명을 연장하고 또 다른 온실가스인 오존의 생산을 늘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 BOG 처리를 두고 도요타가 해법을 제시했다. 도요타는 수소엔진을 적용한 GR 코롤라(Corolla)를 슈퍼다이큐 24시간 내구레이스 같은 자동차 경주에 출전시켜 문제점을 개선해왔다. 

타원형 탱크(왼쪽)로 바꾸면서 크기를 키워 액체수소 주입량을 원형 탱크(오른쪽, 10kg) 때보다 1.5배 많은 15kg으로 늘렸다.(사진=도요타)
타원형 탱크(왼쪽)로 바꾸면서 크기를 키워 액체수소 주입량을 원형 탱크(오른쪽, 10kg) 때보다 1.5배 많은 15kg으로 늘렸다.(사진=도요타)

도요타는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GR 코롤라 차량에 액체수소 연료탱크를 적용하고 있다. 상용화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BOG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연료전지를 적용한 차량이나 열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임러트럭을 비롯해 현대차, 하이존 등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가 수소전기차에 액화수소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공통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액체수소 BOG 처리를 위한 3단계 기술

도요타는 차량 운행 중에 발생하는 액체수소의 BOG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GR 코롤라 수소 콘셉트 차량에 적용하려 한다.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 업계와 협력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가 제시한 BOG 처리는 3단계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자체 증압기, 소형 연료전지, 수소 정화를 위한 촉매변환기가 포함된다. 

액체수소 BOG 활용을 위한 3단계 콘셉트 모델.(그림=도요타)
액체수소 BOG 활용을 위한 3단계 콘셉트 모델.(그림=도요타)

먼저 액화수소 저장탱크 안에 BOG가 쌓이면 이를 ‘자체 증압기’로 보내 압력을 2~4배 높이게 된다. 이렇게 증압된 수소를 엔진으로 보내 연소하게 된다. 이 장치는 BOG 자체의 기화 압력을 이용하는 방식이라 가압을 위한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 없다.

증발가스의 압력을 높이기 위한 자체 증압기로, 왼쪽의 계측기는 압력 증가 후 수치를 나타낸다.(사진=도요타) 
증발가스의 압력을 높이기 위한 자체 증압기로, 왼쪽의 계측기는 압력 증가 후 수치를 나타낸다.(사진=도요타) 

증압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남게 되는 BOG는 별도의 소형 연료전지 스택으로 보내 전기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일반 차량의 알터네이터(Alternator, 교류발전기) 역할을 하는 소형 연료전지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이 전기를 모터용 액체수소 펌프의 전력원으로 활용해 시스템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게 된다. 

증발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소형 연료전지시스템.(사진=도요타)
증발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소형 연료전지시스템.(사진=도요타)

연료전지에 반응하지 않고 남은 수소는 마지막 배출 단에서 촉매를 거치며 수증기로 변환된다. 이를 통해 차량 운행 중에 발생하는 BOG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BOG 처리용 촉매변환장치로 수소를 수증기로 바꿔 대기로 안전하게 배출한다.(사진=도요타)
BOG 처리용 촉매변환장치로 수소를 수증기로 바꿔 대기로 안전하게 배출한다.(사진=도요타)

그런데 문제는 정차된 차량에서도 BOG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전기차라면 BOG(기체수소)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역으로 충전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도 있겠지만, 수소엔진 차량에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액체수소 저장시스템을 활용한 수소엔진차 개발은 이런 난관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도전적으로 응해야 한다. 또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면서 친환경차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요즘 도요타와 현대차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의 잦은 만남을 계기로 수소사업에 대한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수소 쪽만 해도 수소엔진, 연료전지, 수전해 등 머리를 맞댈 분야가 많다. 특히 액화수소 저장시스템은 수소엔진차, 수소전기차에 모두 적용된다. 국내 액화수소 플랜트의 수요처 확보를 위해서도 눈여겨볼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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